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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소설3

04. 치사코 씨가 떠나 버렸다. 도우코가 알게 된 것은 그게 다였다. 점심상은 호화로웠다. 떡국과 설음식 외에 고기 요리 두 종류와 샐러드 두 종류가 올라오고, 동글동글한 방울 초밥까지 나왔다(“많이 만들어 놨으니까 괜찮으면 나중에 싸 갖고 가게나.”). 별로 잘하지 못하는 술을 마시면서 나는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누님 또 책 나왔던데.” 장모가 불쑥 말했다. “그렇습니까?” 누나하곤 십 년 넘게 얼굴을 못 봤고 그럭저럭 이름이 알려진 작가인 듯한 누나의 저서도 나는 읽어 본 적이 없다. “신문에 광고가 났더라고. 얼굴 사진까지 넣어서.” “네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식사를 마치고 장인이 TV를 켜자 갑자기 끔찍한 뉴스 속보가 자막으로 흘러나왔다. 도내 호텔에서 노인 셋이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뭐야. 무서워.” 리호가 말했다. 자막은 짧고.. 2022. 9. 25.
09. 바다로 빨려 들어가 버릴까 무서워 마크 말에 따르면, 배는 11월까지만 운항하는 듯하다. 여름철에는 거의 확실하게 어떠한 종류의 고래가 보이는데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그 확률이 떨어진단다. 만약 고래를 보지 못하게 되면, 45달러를 주고 산 승선권은 다른 날 다시 배를 탈 수 있는 티켓으로 교환해 주는 모양이었다. 승선에서 하선까지 전체 여정은 4시간이 소요되었다. 객실은 난방이 되고 있었지만, 먼 바다로 나가자 맑은 하늘이 무색하게 갑판 위는 추웠고 롱패딩이 도움이 됐다. 다만 그것을 입은 이츠카는 사촌 여동생에게도 리비 일행에게도 큰 웃음을 사게 되었다. 매점에는 아동용과 성인용 두 종류뿐이었고 아동용은 레이나에게 딱 맞는 사이즈였는데 남녀공용인 성인용은 이츠카에게는 너무 커서 흡사 어린아이가 어른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 2022. 1. 31.
08. 바라는 게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을 텐데 햄버거는 맛있었다. 가이드북에 ‘보스턴 명물’로 추천되어 있던 클램 차우더는 이츠카 입에는 너무 짰지만. 멀리 오클라호마에서 왔다는 세 사람은 퍼거스와 마크가 대학생으로 열아홉 살, 리비가 생협에 근무(본인 왈, ‘공부에 취미가 없어서’ 대학에는 가지 않았단다)하며 스물한 살이었는데 그 나이치고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바보스러운 짓들을 ― 먹다 말고 갑자기 기성을 지르는가 하면 서로 팔꿈치로 상대방을 쿡쿡 찌른다든지, 누군가의 접시에 놓인 감자를(자기 몫도 아직 남아 있으면서) 잽싸게 빼앗아 먹는다든지 ―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쁜 아이들은 아닌 듯 보였다. 작년 여름에도 이곳에 고래를 보러 왔다는데 예의 고래 관광선에 관해서도 상세히 알려 주었다. 특히 리비의 남동생인 마크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절하게 설.. 202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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