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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4

15. 초가에 앉아 천하를 셋으로 나누다. 유비는 또 두 시간이나 서 있었다. 온몸이 욱신욱신 쑤셔왔으나 억지로 버티면서 떠나지 않았다. 그제야 제갈량이 잠에서 깨어나 시를 읊었다. 큰 꿈에서 누가 먼저 깨어났더냐 평생에 나 스스로 자신을 아노라 초당에서 봄 잠 실컷 자고 나니 창문 밖에 해가 뉘엿뉘엿 하구나 제갈량이 시를 읊고 몸을 뒤집더니 아이에게 물었다. “바깥손님이 와 계시지 않느냐?” 아이가 대답했다. “유황숙께서 여기 서서 기다리신 지 오랩니다.” 제갈량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찌 일찍 알리지 않았느냐! 내가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제갈량은 뒤채로 들어가 다시 한참이 지나서야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나와 유비를 맞이했다. 유비가 보니 키가 여덟 자에 얼굴은 머리에 쓰는 관에 다는 옥처럼 아름다웠다. 머리에는 푸른 비단 띠로 만든.. 2022. 5. 2.
14. 유비가 화를 내며 꾸짖었다. 유비가 신야로 돌아온 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초봄이 되었다. 유비는 점쟁이에게 물어 길한 날을 잡아서 사흘 동안 마음을 바르게 하고, 향을 태워 향기를 쏘이고, 목욕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제갈량을 만나러 떠나려고 했다. 관우와 장비는 그 말을 듣고 탐탁지 않아 가지 말라고 말렸다. “형님께서 친히 두 번이나 가셨으니 예의가 이미 지나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갈량은 헛된 이름이나 났을 뿐 실제로는 배운 게 없어 감히 만나지 못하고 피하는 지도 모릅니다. 형님께서는 어찌하여 그 사람에게 이처럼 홀리셨습니까?” 관우의 말에 유비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그렇지 않네. 옛날 제환공은 한낱 동곽의 야인을 만나려고 다섯 번이나 찾아가 겨우 한 번 얼굴을 보았네. 하물며 나는 큰 현인을 만나 뵈려 하지 않.. 2022. 5. 1.
13. 장비는 계면쩍은 듯 말을 고쳤다. 장비는 계면쩍은 듯 말을 고쳤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추위 따위가 겁나겠소? 그저 형님이 헛고생하고 공연히 속이나 썩으실까 걱정일 뿐이오.” “더 말하지 말게. 나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네.” 제갈량의 초가에 거의 이르는데 느닷없이 길가 술집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 유비가 들어보니 이런 노래였다. 장사의 공로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오호라, 오랫동안 봄날 만나지 못했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동해의 늙은이 가시덤불 떠나서 후에는 문왕과 같은 수레 탔더라 800 제후 기약 없이 한자리에 모여 흰 물고기 배에 오를 때 맹진을 건넜지 목야의 한판 싸움 피 흘러 공이가 떴는데 매처럼 날아올라 무관 중 으뜸 되었네 그리고 또 보지 못했는가 고양 땅 술꾼이 수풀 속에서 일어나 망탕의 코 큰 어른에게 길게 읍했던.. 2022. 4. 29.
12. 초가에 누운 용(龍) 찾아가는 유비 세 형제 유비는 날을 잡아 관우, 장비와 함께 제갈량의 집을 찾아 길을 떠났다. 제갈량은 공명(孔明)이라 불리고, 누운 용을 뜻하는 와룡선생이라고도 했다. 멀리 바라보니 산 아래 밭에서 사람 몇이 호미를 들고 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푸른 하늘은 둥그런 뚜껑인 듯 넓은 땅은 네모난 바둑판인 듯 흑과 백으로 나뉜 세상 사람 오가며 영광과 모욕 다투네 영광 얻은 자는 편안하고 모욕당한 자는 수그러드는 법 남양에 숨어 사는 이 있으니 베개를 높이 하고 잠을 자누나 노래를 듣고 유비가 말을 세우고 농부에게 물었다. “이 노래는 누가 지었소?” “와룡선생이 지은 노래입니다.” “와룡선생은 어느 곳에 계시오?” 농부가 멀리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 산 남쪽에 쭉 뻗어 나간 높은 언덕을 와룡강이라 합니다. 언덕 앞에 성긴 숲..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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