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제주도여행2

10. 다시, 제주살이의 시작 (마지막 회) 아침 9시. 제주행 배편이 있는 완도의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잔잔했다. 숙소를 나와 두 달 치의 짐이 가득 실린 차를 몰아 완도항으로 갔다. 평온한 바다 위로 우리가 타고 갈 여객선의 모습이 보였다. 안내자의 수신호에 따라 차량을 선적하는 배 밑 후미로 이동했다. 배 안쪽엔 이미 우리와 함께 제주로 갈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이제 채워지고 있는 줄을 따라 뒤쪽에 차를 세웠다. 차량을 통제하던 사람들은 능숙하게 차바퀴에 줄을 묶어 배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제 배 타고 조금만 가면 제주야.” 6년 만의 제주였고, 결혼 이후 처음 가는 제주였다. 집을 나와 첫 독립생활을 하고, 아내를 만나고, 곳곳을 다니며 연애를 하고, 평생 함께할 결심을 했던 곳. 아내와 술이라도 한잔할 때, 어느 정도 취기가 .. 2022. 2. 4.
09.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 남들보다 조금은 느려도 괜찮다. 우리가 살아갈 앞으로의 날들이 궁금해진다. 은퇴를 몇 달 남긴 작년 봄. 퇴직일을 기다리는 시간은 더뎠다. 은퇴까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한없이 느리게 흘러갔다. 회사 생활하는 내내 프로젝트의 마감 일정에 쫓겼다. 부족한 시간을 야근으로 채워가며 업무와 씨름하다 마침내 끝날 것 같지 않던 프로젝트를 털어내면, 그새 두어 개의 계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런 시간을 20년 가까이 보냈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건, 전엔 미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는 늦은 오후, 다시 한번 달력을 열어 은퇴하기까지의 일수를 셌다. 64일이 남았다. “아. 오전에도 64일 남았었는데. 그대로네.” 그즈음 은퇴 후의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채워나.. 2022. 2. 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