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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5

01. 긴 인연, 짧은 번민 유랑 퇴사 6개월 뒤 불거진 카드 3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은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카드 부정 사용 방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외주 개발자가 테스트 용도로 넘겨받은 카드사 고객 정보를 광고 대행업체에 팔아넘긴 사건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은행장 도전에 실패하고 정든 직장을 떠난 뒤였음 에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모 대기업 CEO로 내정되어 새 출발을 앞두고 있었건만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감독 당국이 내린 ‘해임 권고’는 중징계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로 5년간 금융사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는 중벌이었다. 여기에 CEO 재임 당시의 중장기 성과급 수령 자격까지 박탈당했으니, 퇴사 이후 2~3년간의 좌절과 원망은 가혹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평생 금융인으로.. 2022. 9. 16.
10. 천천히, 아주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기 (마지막 회) 나에게 있어서 전역, 퇴사, 이직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름의 기준으로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다. 하지만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오히려 후련했다. ‘조금 덜 고민하고 조금 더 빠르게 행동하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와,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제야 하게 됐다는 뉘우침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 때문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빨리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든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기다리느라 지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변하려고 하지 않았다. 변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나 스스로 만들든 어떤 상황에서 자극을 받든 분명 생각의 전환, 행동의.. 2022. 3. 24.
03. 내가 먹여 살리면 되잖아! 아내와 나는 스쿠버다이빙 어드밴스 자격증이 있다. 스쿠버다이빙 입문자가 따는 첫 번째 자격증이면서 최대 수심 18m까지 다이빙할 수 있는 오픈 워터 자격증은 2012년 제주도에서 취득했고, 그해 보라카이에서 오픈 워터 자격증보다 한 단계 위인 어드밴스 자격증을 취득했다. 수심 30m까지 다이빙할 수 있는 어드밴스 자격증까지만 있어도 거의 대부분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접근이 허용된다. 2012년 이후로 1년에 한 번,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아내와 함께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떠났다. 보라카이, 보홀 발리카삭은 결혼 전에 다녀왔고,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태국의 시밀란은 결혼 후에 다녀왔다. 아내는 다음 다이빙 포인트로 몰디브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일단 코로나가 진정돼야 한다. 사실.. 2022. 1. 24.
02. 그런데 나는 내 꿈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몰랐다. 운항검열부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내이력서를 다소 침소봉대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1등으로 뽑혀 신설 팀멤버로 발탁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사실 386세대인 제가 인터넷을 알 리 만무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나모 웹에디터 기초 과정을 들은 것이 유일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스토리를 잘 포장해서 전문가인 양 이력서를 썼던 것입니다. 그런데, 신설 팀이다 보니 업무를 배울 대상이 없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팀에 가면 선배에게 배우거나 문서를 통해 배우는데 신설된 인터넷 마케팅팀에는 그 업무를 해본 선배 한 명, 그 업무에 대한 문서 한 장 없었습니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저보다 더 나이 든 사람들이다 보니 인터넷 따위는 모르니 자기에게는 묻지 말아 달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때로는 .. 2022. 1. 21.
01. 나의 꿈은 가정주부가 되는 거야 이제는 내가 먼저 어차피 잡힐 손을 아내에게 내어준다. 마지막 출근을 했다. 연차가 남아있어서 실제 퇴직일은 아직 며칠이 남았지만 출근은 이걸로 끝이다. 20년 가까이 일을 했고, 그 기간 동안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이 회사에서 12년 넘게 있었다. 퇴사를 처리하는 담당자와 마지막 면담을 했다. 담당자는 별로 궁금할 것도 없는 질문 몇 가지를 했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회사에 아쉬웠던 점을 말해 달라기에 희망퇴직 제도가 없는 게 가장 아쉬웠다고 얘기했다. 면담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팀별, 파트별, 프로젝트별로 나뉜 단톡방에 마지막 퇴사 인사를 했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단톡방을 나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 대던 장애 알림톡방도 탈출했다. 쓰던 장비와 사원증을..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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