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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2

05. 한국이 어디야? 왜 영어를 못해? 미국에서 나의 첫 근무지가 된 아멜리아 아일랜드는 플로리다주의 북쪽, 조지아주와 가까운 대서양에 인접해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겨울 최저 기온이 7도이고 여름 최고 기온은 30도 정도여서 플로리다주의 남쪽 도시만큼 항상 덥지만은 않다. 습도가 늘 60% 이상이어서 공기가 끈적끈적하다. 당시 아멜리아섬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섬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교류가 적은 곳이었다. 외지인들도 거의 없고 흑인도 손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한국인은 이 섬에 나 혼자였고 중국인 한두 명이 살고 있는 정도였다. 이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당연히 모르고 내가 왜 영어를 잘 못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매일 섬을 걸어 다니다 보니, 그 작은 섬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워낙 작은 섬이어서 주변 동료들은.. 2022. 2. 25.
01. 희망 없이 털썩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20여 년 전 미국 아멜리아섬의 리츠칼튼 호텔 VIP층 라운지에서는 아침 일곱 시가 되면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음악을 튼 사람은 항상 나였다. 나는 거의 매일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빠르게 출근 준비를 하고 45분을 뚜벅뚜벅 걸어 호텔에 여섯 시 전에 도착했다. 바로 라운지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곱 시 시계 종이 울리면 바흐 음악을 틀면서 라운지의 문을 열었다. 그 호텔을 떠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나는 지금 서울에 살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이어폰에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한동안 일부러 피하고 듣지 않았었다. 일어나기 싫었던 새벽, 곧 마주칠 손님들, 영어를 잘 못해 늘 가슴 졸이던 나의 일상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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