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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엽기적인 그녀>

06. 학교

by BOOKCAST 202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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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서로를 구속함에 있어서 느끼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일지 모른다.

 


 

“자아~, 오늘은 여기까지 할께요. 수고들 많았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

오전 수업이 끝났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3시간짜리 연강을 하나 더 들어야 합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학생식당으로 가는 도중 핸드폰이 울리더군여. 그녀였습니다.

“여보세여?”

“견우야~ 나야.”

“응~. 왠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나 학굔데 …, 너는?”

“나 오늘 수업 없잖어. 집이야.”

“글쿠나.”

그녀는 S대를 다닙니다. 저도 별 볼일 없는 놈이지만 어쩌다보니 대학생입니다. 또 그녀는 수요일에 수업이 없고, 저는 목요일에 수업이 없습니다.

오늘은??? 수요일~!

저는 내일 수업이 없기 때문에 오늘이 마치 휴일 전날 같이 느껴집니다.

“견우야, 오늘 좀 보자.”

“그래. 저녁에 보자.”

“아니, 저녁에 말구. 지금 말야.”

“야!! 지금은 안돼. 오늘 오후 수업 있어서 5시는 돼야 끝나.”

“그래? 그럼 내가 학교로 갈게.”

“야야 …,야야!!”

뚝~~!

참나 대뜸 학교로 오겠다고만 하고는 전화를 끊더군여. 그녀가 한다면야 제가 뭐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어떻게 할 틈도 없었습니다.

학생식당 안은 언제나 그렇듯이 점심을 먹으려는 학생들로 매우 분주합니다. 식권을 파는 곳 윗벽에는 하얀 보드에 일주일의 메뉴가 있습니다.

오늘은 육개장이더군여.

육개장 ……?!

상갓집에 가면 주는 육개장 있지 않습니까? 학교 육개장은 그것보다 더 맛이 없습니다. 또 가끔은 돈가스도 나오는데 그 돈가스는 군대에서 먹던 것하고 맛도 모양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학교식당이 아니고서는 마땅히 밥을 먹을 곳도 없고 가격도 싸고 하니까 거의 여기에 와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견우야. 내가 식권 살 테니깐 넌 가서 줄서 있어라.”

“그래. 알았어.”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은 한시 반입니다. 수업은 두시부터입니다. 강의실에 올라가서 잠깐 자고 일어나니까 수업시간이 다 되었더군여.

나른한 5월에 점심을 먹고 나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 꽤나 많은 인내력을 요합니다.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은 ‘자라~! 자라~!’ 하는 주문으로 들립니다.


겨우 30분정도 수업을 했는데 3시간도 넘게 앉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갑자기 강의실 앞문이 꽝~! 하면서 요란하게 열리더군여.


졸고 있던 애들 모두가 잠이 팍~! 깬 건 물론이고, 강의실 안의 모든 시선들이 앞문으로 쏠리더군여. 교수님도 강의를 하시다 앞문을 쳐다보셨습니다.

거기엔 한 여학생이 당당하게 서 있더군여.

 


지각을 했으면 조용히 뒷문으로 들어와야지. 강의 중에 요란하게 앞문을 소리 내면서 열고 들어오는 깡다구 좋은 여학생을 모두가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 여학생이 한마디 내뱉더군여.

“무슨 학교가 강의실 찾기 더럽게 어렵네.”

네, 그렇습니다!!!

그 여학생은 …바로 …바로 …우리의 호프! 터프한 그녀였던 것입니다. 츄르르~!

 


저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서 잽싸게 바람과 같이 엎드렸습니다. 그 짧은 순간, 자는 척하는 길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숨 막히는 몇 초가 흘렀습니다. 그녀는 강의실로 들어오고 수업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엎드려 있는 제 귀에 교수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뚜벅~!뚜벅~!

그녀의 발소리만 들립니다. 그녀가 제발 저를 못 봤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발소리가 정확히 저를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흑흑흑~! 돋때따!

그녀가 어떻게 저를 알아 봤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얼굴은 절대로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으헉! 그렇습니다!!

엄마가 옷 사라고 돈 주면 전부 친구들과 술 먹고 노는데 써온 저는 옷이 몇 벌 없습니다.

옷을 한번 입으면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입다가 왠지 제가 옆에 가면 사람들이 피하는 듯 싶은 느낌이 나면 갈아입곤 하는데, 그녀와 두 번째 만났을 때 입고 있던 그 옷!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저를 발견한 것입니다.

진짜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술도 원망스럽습니다. 견우 돈으로 술 마신 친구넘들 얼굴이 하나씩 스치고 지나갑니다. 다 죽었어 ….

세상을 등지고 싶어지더군여. 앞으론 옷을 자주 갈아입으라 맘먹었습니다.

그녀가 제 옆 빈 의자에 털썩~! 하고 앉더군여.

지금은 새 학기가 시작한지 두어 달쯤 지났습니다. 복학생들도 많고 뉴페이스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끼리는 서로의 얼굴을 대강 알고 있지만 교수님은 학생들 얼굴을 다는 모르십니다.

아마도 교수님은 그녀를 지각한 용감한 여학생 정도로 생각했을 겁니다. 수업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물론 수업은 계속 되어야합니다. 네버 수업~!

그녀가 의자에 앉자마자 강의실이 술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쟤, 처음 보는 여자앤데, 무슨 과야?”

“야~! 괜찮은데?”

“우리 학교에도 저런 애가 있었네.”

“야! 이제 이 수업도 좀 들을 맛이 나겠다. 히히~!”

이렇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자는 척 하고 있는 제 귀에 들려오더군여. 엎드려서 열심히 자는 척하고 있는 저를 그녀가 툭 치더군여.

걸렸습니다. 씨파 …!

제가 일어나자마자 뒤에 앉아 있던 우리 과 후배 놈이 목 뒤에 입을 갖다대고 살짝 말하더군여.

“형! 형 옆에 앉은 여자애 진짜 괜찮다! 수업 끝나고 꼬시자.”

‘빙신 …! 지랄 …! 으 …!’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전 그녀의 행동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그녀가 수업 도중 제 손이라도 잡고 저를 끌고 나간다면 저는 학교에서 왕따 될 건 뻔하고, 교수님한테 그냥~ 찍힐게 뻔합니다.

곁눈질로 힐끔 그녀를 쳐다봤습니다. 그녀도 제가 곤란해 하는 것을 느꼈던지 조용히 칠판을 바라보고 있더군여. 얼른 앞에 있는 노트를 찢어서 메모를 적었습니다.

‘수업중이니까 끝나고 이야기하자.’

그리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메모를 그녀에게 던졌습니다. 그녀가 메모를 읽어보곤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군여.

“자, 잠깐 쉬었다 할까요?”

“네에에에~!”

 


드디어 쉬는 시간입니다. 휴으으~!

교수님이 쉬었다 하자는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저는 얼른 일어나 잽싸게 밖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에 있던 후배새끼가 방해를 하더군여.

“형, 어디 가? 담배 하나만 줘.”

“내 가방에 있어.”

“어디 가? 같이 안 펴?”

“나 교수님한테 갔다 올게.”

“혀어엉~! 웬 교수니임???”

그녀가 강의실에서 아는 척 할까봐 잽싸게 나가려고 했는데 띱때끼가 것도 모르고 방해를 치다니!!

그렇게 강의실에서 빠져나와서 얼른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강의실 근처에 있으면 과애들 눈에 띌까봐 위층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그녀가 따라 올라오더군여.

“야! 수업시간에 그렇게 들어오면 어떻게!!!”

“하하하하핫! 수업중인지 몰랐지.”

“당연히 수업중이지! 밖에서 기다리던지. 들어올 거면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오지. 그게 모냐?”

“모 어때. 교수님도 아무 말씀 안 하셨잖아.”

“으으 ….”

“야, 이제 가자.”

“가긴 어딜 가. 수업 안 끝났어!”

“어차피 출석은 불렀을 거 아냐?”

물론 이번 시간은 한과목이 3시간 연강이라 출석은 처음 수업시작 때 불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범생일지도 모릅니다!!(이게 먼말이냐 …?!)

“안 돼! 이 과목은 끝까지 들어야 돼! 가끔씩 중간 중간 출석 부른단 말얍!”

“에이, 남자가 쪼잔 하긴!! 가자아~!”

“허걱 …! 쪼오~자안~!!!”

 


솔직히 다른 과목 같으면 그냥 갑니다.

전 모범생이 아닙니다. 학교도 제시간에 안갑니다.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당구장도 가고 피씨 방에서 놀다가 수업 끝날 때쯤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과목 교수님 수업시간에는 절대 땡땡이를 칠 수가 없습니다. 이 교수님은 한번만 결석을 하면 학점이 D가 나옵니다. 거기다 지각이라도 한 번 더 있으면 가차 없이 F를 날리는 교수님입
니다.

전공만 아니면 절대 안 들을 텐데 ….으으응!

“야! 이번 과목은 지, 진짜 안돼.”

“왜 안돼? 가자아~!”

“안돼! 차라리 날 죽여! 죽여줘!”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머. 알았어.”

오호~~! 그녀가 의외로 쉽게 알았다고 합니다. 멀리서 일부러 학교까지 왔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입장이 있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불끈!!

쉬는 시간 10분이 지나고 다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를 위층에 두고 제가 먼저 강의실로 들어왔습니다. 3시간짜리 연강 중 2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녀는 강의실에 안 들어오더군여. 하하합!

하긴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전혀 상관도 없는 강의를 2시간 동안이나 들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마도 다른데서 기다릴 모양입니다. 어쩌면 삐져서 그냥 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깐 괜히 좀 마음이 안 좋더군여.

“형, 어떤 교수님한테 갔다 온 거야?”

“응? 아냐.”

“모야?”

“아무 것도 아니래도!”

“그런데 형, 아까 형 옆에 앉은 여자애 말야.”

“모??”

“정체를 알아냈어.”

‘헉 …! 띰때끼 눈치 깠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

“내가 생각하기에 강의실을 잘못 찾아온 거 같아.”

“ …….”

“학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처음 보는 애였잖어.”

“그런가? 하하핫! 그런가보다.”

‘개에..쉑! 괜히 뜨금했네 ….’

녀석의 실망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보입니다.

교수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출석부를 펴시더군여. 또 출석을 부르실 모양입니다.

하하핫~! 것 보십시오! 제가 쪼잔 한 게 아니라니까여. 땡땡이 안친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흐흐흐 …!

출석부를 한참 보시던 교수님이 저를 호명하시더군여.

"견우가 누구지?"

저를 아는 과 애들의 눈이 모아지더군여.

누구한테??

뭘 누구한테 입니까!

저한 테지!!!

 


제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안 들어왔다고 실망하던 녀석이 뒤에서 그러더군여.

“형! 교수님이 형 부르셔.”

“알어. 띱때!”

“교수님, 전데여?”

“자네가 견우군. 으흠 ….”

교수님이 제 얼굴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십니다.

‘내가 교수님한테 멀 잘못했나. 으 …머지? 찍힐 일 한 적 없는데 왜 저러시나 …?’

강의실 안에 애들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며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순간적으로 강의실이 시끄러워지더군여.

“자네, 출석 인정해줄 테니까 나가봐.”

“네?”

“나가 보라구.”

“왜요?”

“아까 그 여학생 자네 친구라면서?”

“헉!”

교수님이 그녀가 저의 친구라고 발표하는 그 순간 강의실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지더군여. 강의실 안의 남자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저를 쳐다봅니다.

하하합! 괜히 나쁜 기분은 아닙니다. 먼 가 좀 우쭐합니다. 흐 ….

‘엥?? 근데 교수님이 그걸 어떻게 아시지?’

‘교수님한테 뭐라고 했기에 저 깐깐한 교수님이 출석까지 인정해준다며 가라고 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습
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꾸벅~!

교수님께 인사를 하고 모두의 부러움 속에 강의실을 나왔습니다. 하긴 저 교수님한테 출석 인정까지 받으면서 공식적인 땡땡이는 제가 개교 이래 처음이였으니까여.

문밖에는 그녀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야! 너 교수님한테 대체 뭐라고 한거냐?”

“별거 아냐.”

“모가 아니야? 저 교수님이 저럴 사람이 아니란 말야!”

“알고 싶어?”

“당연하지. 뭐라고 한거야?”

“나 지금 낙태해야 하는데 니가 애 아빠라고 했어.”

 


“으헉 …?!!!”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하하합! 농담하지마~!‘라고 하면서 죽탱이 한방 날렸을 겁니다. 하지만 제 앞에 있는 이 여자가 누굽니까?

그녀는 분명히 그러고도 남습니다. 츄르르~!

저는 이제 망했습니다. 저의 황홀한 캠퍼스 생활은 그녀의 그 단 한마디로 여기서 땡 입니다 종쳤습니다.

정말 그녀랑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땐 굴뚝에 연기입니까!!

눈 주위가 파르르르~! 떨립니다.

엉엉엉~~~~~!

그 뒤로 저는 수업에 못 들어갑니다.

왜냐구여?

제가 강의실을 나간 다음 다른 과 애들이 왜 저놈은 출석까지 인정 해주고 그냥 보내 주냐고 항의를 하면서 휴강하자고 했답니다. 띱때리들! 사람 잘 되는 꼴을 못 봐!

물론 교수님께서는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믿고, 애들한테 그 말 그대로 하신 겁니다. 츄르르~!

제가 수업에 못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많은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와 수군거림을 견디면서 수업을 받을 만큼 제가 학구열에 불타 보이십니까?

그냥 F 맡기로 했습니다. 눈에 뵈는 거 없습니다. F가 하루이틀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수업만 안 듣는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더군여. 그 뒤로 한동안 조용한 수업시간이라도 저만 강의실에 들어가면 ….

웅성웅성~!

시끌벅적~!

귀도 이유 없이 막 쑤십니다. 뒤통수라도 절라 뜨끔뜨끔 합니다.

우리 과 여자애들이라고는 딸랑 3명 있는데 저하고는 말도 안합
니다.

말만 안 합니까??

제 근처로 오지도 않습니다.

CAD시간에 제 도면까지 그려주고, 제가 집에서 안 그려오면 카피까지 해주면서 과제를 내주던 영미조차도 배신을 때립니다. 저를 짐승 보듯 합니다.

1999년 3월 22일! 대한민국 육군병장으로 당당히 예편!!

핑크색 원대한 꿈을 안고 복학!!

그리고 단 두 달 만에 우리 과 왕따가 됐습니다.

 


제가 불쌍하지 않으십니까?

진짜 불쌍한 놈입니다. 츄르륵~!

하지만 그녀 때문에 못 들어간 그 과목은 학점이 B가 나왔답니다. 수업은 안 듣고 시험만 봤는데 견우를 불쌍히 여기신 교수님께서 선처하셨습니다.

그 교수님 진짜로 학점이 짠 편입니다.

한과가 60명이 A는 한두 명, B는 열댓 명 그리고 F가 거의 반을 차지하는데 전 얼떨결에 B를 맞았습니다. 그거 때문에 F맞은 놈들한테 전 타도해야할 대상입니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깜깜합니다.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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