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해 나감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시작점이다.
그녀의 주민등록상 생일은 4월 16일입니다.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 생일은 양력으로 6월 15일입니다.
작년의 6월 15일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많은 날들 중에 하나였지만 올해의 6월 15일은 그녀를 만남으로 해서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부여됩니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에게 조금씩 의미를 부여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녀의 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생일!! 얼릉뚱땅 넘어가면 아마 그녀가 저를 살해할 지도 모릅니다.
아! 살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녀는 76년 용띠입니다.
저여?? 저 75년생 토끼띠입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은 모두 74년 범띠입니다.
다 아시져? 빠른 75년생.
제 친구 중에 젊은 놈이 사주팔자에 미쳐서 보는 사람마다 궁합을 봐 준다는 등 운세를 봐준다는 둥 헛소리를 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식이 그녀가 76년생인 것을 알고는 저한테 그러더군여.
“범하고 용하고 만나면 서로 드세서 별로 안 좋아. 일찌감치 그만둬라.”
“그러냐? 그럴 줄 알고 난 토끼띤데?”
“빙신! 그러니까 그렇지.”
“모가 그래?”
“용하고 토끼가 어울리냐? 넌 머지않아 분명히 살해당할 꺼다!”
“으흠 … 그래?”
“그렇다니까!! 나만 믿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미친놈!”
제가 미친놈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지난 5월에 결혼을 한 지숙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사주팔자 녀석하고 지숙이하고 저는 초딩 동창이기 때문에 가끔씩 만나는데, 지숙이가 결혼하기 전 셋이서 만나는 자리에 신랑 될 사람이 인사를 한다고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자식이 역시 궁합을 봐주겠다며 생년월일을 묻더군여. 그리고는 지 혼자서 손가락을 세면서 뭘 열심히 하더니 궁합이 어떻게 나왔나 말을 안 하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후 ….
지숙이 어머님께서 지숙이가 결혼을 하면 앞으로 저하고 사주팔자하고 자주 못 보게 될 테니 집에 와서 저녁이나 먹자고 초대를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사주팔자 녀석이 요상한 점보는 책(한문!)을 가방하나 가득 넣어가지고 와서는 저녁을 먹은 후 지숙이의 어머님을 모셔놓고 온갖 한문을 보여드리면서

그 사람하고는 궁합이 안 맞아서 결혼하면 단명을 한다는 둥, 조상님이 노하신다는 둥,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침을 튀며 떠들어댔는데, 처음에는 안 믿으신다던 어머님도 사주팔자 녀석이 너무 진지하게 말하니깐 혹시나 하셨나 봅니다.
지숙이네 집에서 나오면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야! 너 왜 헛소리야? 좋은 일 앞둔 어머님한테 ….”
“견우야!”
“왜?”
“지숙이가 나 초딩때 첫사랑인거 알지?”
“근데 …?"
"훌쩍~! 결혼한다고 하니까 너무 맘이 아프다.“
“헉! 그, 그래서 깽판 치려고?”
“아니, 그냥 ….”
“븅~!”
지숙이는 결국 그 형하고 결혼을 했는데, 그 뒤로 가끔씩 만나면 지숙이 신랑하고 사주팔자는 맨날 티격 합니다.
“형! 우리 지숙이 형 때매 오래 몬 살거에여!”
“사주팔자! 또 그 소리 …으 ….”
“진짜에요! 지금이라도 지숙이 저한테 넘겨요.”
“죽을래?”
제 친구 중에 제대로 된 놈이 몇 놈 없습니다.
저여 …?
흐흐 …! 이야기가 다른 데로 센네여.
암튼 그녀의 생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저는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어떤 생일 선물을 해줘야 하나? 사주팔자 녀석한테 뭘 해주면 좋을까 물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녀??
돈 많습니다!!
없는 거??
없습니다!!
저여??
쥐뿔 개뿔도 없습니다. 츄르르~!
하지만 쥐뿔 개뿔은 대통령도 없답니다.
그래!! 물질적인 선물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먼 가 특별한 것을 해주는 거다!
그녀에게 실연의 상처를 주었던 그 남자하고 같이 했던 생일들이나 그 어떤 기념일보다 더 훌륭하고 근사하고 멋진!! 그래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이 되게 해주는 거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아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안 그렇습니까! 여러부운~~!
저는 영화를 생각했습니다.

가끔은 코미디 프로나 단막극에서 나오기도 하던데, 이런 거 있지 않습니까?
차를 타고 열심히 가고 있다가 남자가 일부러 으쓱한 곳에서 차를 세운 다음 차가 고장 났다고 하면서 여자한테 차를 밀라고 하는 ….
“야 오늘 날씨 좋고~ 너 생일인데 우리 드라이브 가자!”
“진짜로? 그럼 우리 바다 보러 가자!”
“그래! 오케에이~~!”
어느 한적한 도로에서 갑자기 차를 세운다. 제가 말합니다.
“야, 차가 고, 고장 난 것 같아. 내려서 좀 밀어봐.”
“어으! 죽을래? 니가 밀어!”
“아우야아~~! 제발 한번만 밀어줘.” 삭삭~~!
“씨이 …!”
그녀가 차를 밀려고 뒤 트렁크에 손을 대기 직전에 트렁크를 연다! 트렁크가 열림과 동시에 비둘기나 풍선이 하늘로 멋지게~멋지게~올라가면서어~
‘생일 축하해!’라고 쓰여 있는 플래카드가 뜬다~!!!
그녀가 감동해서 나를 덮친다.
우와아~~!! 멋집니다!! 환상적입니다!! 진짜 죽임이다~!
근데 …전 자동차 없습니다.
자동차만 없습니까?
운전면허도 없습니다. 흑흑~!
비둘기??
그거 어떻게 잡습니까??
플랭카드?? 절라 비쌉니다. 츄르르~!
절망입니다.
아아아~~!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거신가!
으흠 ….
앗! 있습니다!!
더 멋진 거!!!!!
정말 실현 가능한 것!!! 오옙~~!
저는 군대 가기 전에 모 놀이동산에서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물론 놀이기구 운전하는 알바였습니다. 그래서 바이킹을 비롯한 몇몇 가지 놀이기구를 운전할 줄 압니다.
그런데 제가 주로 했던 건 ‘우주여행’이라고 거기서는 전문적으로 ‘SR2' 라고 하는데, 어릴 적 티비에서 했던 ’브이‘에 나오는 우주선 비스무리한 것에 들어가면 영화같이 스크린이 비추고 스크린의 움직임에 우주선 전체가 움직이는 겁니다.
그때 김희선도 왔었는데, 제가 운전하고 있던 ‘우주여행’도 탔었습니다. 김희선이 내는 표를 제가 직접 받았습니다. 안전벨트도 메 줬습니다. 다 타고 나가기 직전에 사인도 받았습니다!! 오예에~!
헉! 또 말이 샜습니다. 흥분했습니다.
암튼!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 같이 알바를 했던 연놈들한테 막 전화를 했습니다.
몇몇이서 아직도 알바를 한다고 하더군여. 알바를 몇 년씩이나 하나 했더니 중간에 그만뒀다가 다시 하는 거랍니다. 어쨌든!! 딥따리 잘됐습니다!
네!!! 한밤중 놀이공원엔 그녀와 저 단 둘 밖에 없습니다. 주위는 온통 어둠이 쫘악~ 깔려 있습니다. 제가 중앙에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뻗습니다. 순간 회전목마의 불이 팍~~!! 켜지면서 목마들이 돌아갑니다. 순간 음악도 흐릅니다.
오오오오오오오~!!! 생각만으로도 환상입니다. 진짜 멋집니다!! 바로!! 바로!! 영화의 그 장면! 그 한 장면입니다!!!
예전에 같이 알바 하던 놈들을 무조건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선 사정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
“견우야, 그거 안 돼.”
“왜 안 돼?”
“니가 눈에 뭐가 씌웠구나?”
“돼!!”
“밤에는 경비 아저씨들 있는 거 너두 알잖어.”
“근데?”
“경비 아저씨를 어떻게 해. 말이 되냐?”
“근데?”
“그리고 밤에 거기 들어가기 힘들어.”
“근데?”
“미친놈!”
“근데?”
“ …….”
이놈의 쉑끼들이 절대로 안 된다고 합니다. 걸리면 뒈진다는군여. 포기할 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경비 아저씨들 마랴 ….”
“모?”
“술하고 담배하고 좀 사다 드리고 부탁하면 어떻게 안 될까?”
“글쎄다. 야야, 그게 한두 푼으로 되겠냐?”
“얼마면 될까?”
“글쎄에 ….”
술하고 담배값이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습니까!!
쥐뿔 개뿔도 없지만 술하고 담배 값 정도는 있습니다. 흐흐 ….
“얘들아, 여기 오만원이다! 아저씨들 매수 좀 잘해주라~.”
“야, 우리 가자~!”
친구들이 저를 미친놈 보듯이 보면서 그냥 일어섭니다.
“야야야~! 안자 바바! 한 시간 정도면 끝나자나! 눈 좀 감아 달라고 말씀 좀 잘 드려봐. 여기! 십만 원이다. 젠장! 이거 전 재산이야!”
“얼른 가자니까~!!”
헉! 이것들이. 그냥 집에 가려고 합니다. 나쁜 놈들!
“씹썌들!! 여기 있다! 10만원!”
작전을 짰습니다.
친구 원, 중앙 전기실에서 전원을 올리고 잽싸게 뛰어서 바이킹으로 간다.
친구 투, 회전목마 컨트롤 실에 숨어 있는다.
친구 쓰리, 그녀의 돌출행동을 대비해 몰래 뒤를 밟다가 그녀가 타고 싶어 하는 놀이기구를 운행한다.
저의 작전은 이렇습니다!
그녀와 칠흑같이 안 보이는 깜깜한 놀이공원에 들어간다. 회전목마 근처로 그녀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다 살짝 속삭인다.
“널 위한 나의 마술이야!”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활짝~펼친다!!!!!
그 순간 회전목마의 불이 팍~! 들어오면서 음악이 흐른다.

그녀와 영화처럼 회전목마를 탄다.

그녀를 바이킹 쪽으로 유도하고 회전목마를 운전한 친구 투는 우리가 바이킹 쪽으로 걸어 갈 수 있게 가로등의 불을 하나씩 차례로 켠다!!!!

차례로 켜지는 가로등의 불빛을 밟으며 바이킹에 도착~!
아무도 없는 바이킹을 탄다. 그녀와 단둘이 ….
으악! 악악악!!! 완벽합니다!!

영화가 아니고서야 정말 그 어떤 누구도 이런 생일 선물을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하하하하!!!!
“얘들아~! 친구들아~! 친구 원 투 뜨리야~!”
“왜?”
“니들 정말 내 친구다!! 정말 고맙다!!”
“짜식~! 당연하지! 우리만 믿어! 친구가 뭐냐.”
“근데 친구들아!! 아저씨 매수하는데 진짜 이십만 원이나 들까?”
“왜? 하기 싫어?”
“아냐, 아냐. 하하핫 …!”
이 작전을 치밀하게 짜고 그녀의 생일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거의 매일 놀이공원에서 작전을 실행하는 꿈을 꿨습니다. 그 날이 너무너무 기다려집니다.
하지만 20만원 때문에 저는 다음 달에 굶어야 합니다. 학교도 걸어 다녀야할 지 모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헤죽헤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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