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화
준비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준비된 사랑도 없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찾아올 뿐 …
드뎌!!!! 내일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그녀의 생일입니다.
거사를 치르려면 당근 사전답사가 필수 아니겠습니까??
물론 군대 가기 전에 알바 하러 맨 날 갔던 곳이지만, 그 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또 중요한 일을 치르기 전엔 리허설을 꼭 해야 합니다.
준비운동을 안 하고 수영장에 들어간다던지 또는 침대에 들어가게 되면, 수영장일 경우는 심장마비가 오고 침대일 경우는 코피가 쥬르륵 나옵니다.
그녀의 생일 하루 전 놀이동산.
작전은 새벽에 감행됩니다.

정문?? 막혀 있을 거 뻔합니다.그럼??? 새벽에도 들어갈 수 있는 개구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거기 개구녕 절라 많았습니다.
제가 알바를 할 때 입장료가 얼마 안 하긴 했지만 그거 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한심했습니다. 그런데 언제 다 막았는지 개구멍이 없더군여.
치잇~! 저 같은 서민을 위해 좀 그냥 들어가게 해주면 안 되나. 돈이 먼지 ….
어쩔 수 없습니다. 담을 넘기로 했습니다.
그녀가 담을 넘을 수 있겠냐구여?
장난하십니까!!!
지금 심정 같아서는 이 담을 제가 과연 넘을 수 있을까, 한번 넘어가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낮이라서 참습니다. 걸리면 절라 혼납니다.
눈물을 머금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알바 할 때는 알바 확인증 같은 게 있어서 그냥 보여주고 들어갔었는데 …. 돈 디게 아깝습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커피숍 아르바이틀 하면 다른데서 커피 사먹기가 아깝고, 학교에서 공짜로 통신하다 보면 집에서 전화비 내고 통신하기가 진짜 아까운 그런 거 말입니다.
여기는 회전목마 앞입니다.
음 ……, 내일 역사가 이루어질 곳! 바로 그 곳!!
지구의 역사상 달에 처음 가서 깃발을 꽂은 사람이 누구져?
그 사람에게 그 달은 다른 사람의 달과는 틀릴겁니다. 내일만 지나면 이 회전목마의 앞은 다른 사람의 느낌과는 다르게 저에게 다가올 겁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연습을 했습니다.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쭉 폈습니다!!!!
시끄럽던 주위가 순간 조용해지는 느낌입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제 눈에는 안보입니다. 제 머릿속엔 깜깜한 밤에 그녀와 단둘이 있는 영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려보니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전부 쳐다보더군여.
“얘! 너는 커서 저 형처럼 되면 안 된다.”라는 말소리와 함께 앞에서 뛰어가던 아이의 손을 잡고 뒤로 감추는 아이 어머니가 보입니다.
치칫 ……!
저, 아기 안 잡아먹습니다. 감출 거 까진 없는데 ….
그래서 잽싸게 기지개를 펴는 척 하면서 하품을 했습니다. 괜히 큰소리로 말도 했습니다.
“으아~! 피곤하다.”
그녀와 다니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방법이 날이 갈수록 느는 저의 세포들이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기특한 것들.
저 혼자만의 리허설을 마치고 내일 밤에 같이 역사를 이루어 낼 친구 원 투 뜨리가 알바를 하는 놀이기구를 찾아다니며 내일 잘 하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이 녀석들, 잘 해야 될텐데에~!”
“잘 될 턱이 인나~?”
헉! 이게 언제 개그냐구여?
…………
………
……
…
그날입니다.
마법의 날!!! 매직 데이!!
지금 먼 생각 하고 계세여?
으으으 ……! 변태변태!!!
매직 버얼스데이입니다.
꽃다발??
하하합! 택도 없습니다.
저?? 이 이벤트를 위해 친구들한테 이십만 원 강탈당한 놈입니다. 돈이 어디씁니까! 하지만 엄마한테 쥐터져가며 몇 만원 갖고 나왔습니다.
진짜 그러고 보니 제가 왜 살져?
엄마한테 쥐터져,

까딱하면 그녀한테 쥐터져.

아무튼 친구들한테 돈 주면서 꼭 예쁜 꽃다발로 사놓으라고 시켰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어여쁜 꽃다발이 놀이동산에서 그녀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당연히 저는 선물을 전혀 준비 안 한 것처럼 했습니다.
“견우야~!”

“응?”
“오늘이 무슨 날이야?”
“오늘? 니 생일~~!” 화알짝~!
“알긴 아네.”
“그걸 왜 모르냐!! 니가 며칠 전부터 전화 할 때마다 말했었잖어!”
음 …. 그녀가 드뎌 조금씩 갈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꾸꾸치 버텼습니다.
“뭐 없어?”
“뭐?” 껄렁~껄렁~~!
“그러니깐 왜 생일이나 그런데 받는 거 있잖어 ….”

“그러니까 뭐? 말을 똑바로 해! 너 바보냐?”

“이 자식이 정말!!!”
퍼어억~~!!!
“으윽!”
헉! 제가 좀 오버 했습니다. 괜히 한 대 맞았습니다.
어떻게 때려도 좀 안 아픈 데를 때리지 명치, 정강이, 옆구리 이런 아픈데 만 골라서 때립니다.
한 대 맞으면 눈물이 핑 돕니다.
‘너 바보냐?’ 라고는 안하는 건데 …. 츄르르~!
하루 웬 종일 갈굼을 당하면서 날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작전의 시간! 새벽까지 그녀를 잡아둬야 합니다.
그런데!!
“견우야, 나 갈래!”
“어딜 가?”
“어디긴 어디야? 집이지.”
“헉 …! 왜?”
“몰라! 그냥 갈거야!”
그녀가 삐진 게 분명합니다.
이런 … 선물 안 줬다고 애들처럼 삐지다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어떡하지?
물론 술을 먹이는 게 최고지만, 그녀!! 반병 먹으면 어떤 엽기적인 짓을 할지 모릅니다.
아마 며칠 동안 애써 준비한 깜짝쇼는 당연히 못 할 테고, 또 그녀를 업고 여관을 찾아 서울의 밤거리를 미친 듯이 헤매고 다녀야 될 겁니다.
“왜 가려고 그래?”
“다른 건 다 좋은데 귀가 시간은 지켜야지.”
“ ……”
“박카스 선전하냐?”
“푸하하하하!!!”
어느덧 새벽 1시입니다.
그녀가 집에 들어간다는 걸 달래고 얼르고 하면서 못 들어가게 한과정은 말 안 할겁니다. 동네 창피합니다. 달래고 어르고만 했겠습니까? 뚜드려 맞은 거까지 하면 ….
놀이동산에서 잠복하고 있을 제 친구 놈들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야야~ 나 견운데 …….”
“응, 지금 어디야?”
“나 지금 갈꺼야.”
“그래? 얼른 와. 좀 춥다.”
“알았어. 준비는??”
“걱정 마! 오케이야~~~! 오케이!!”
오호~! 제 친구들 정말 믿음직합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감동해서 저를 덮칠지도 모릅니다. 두근두근~~~!!!
“택씨이~!!!”
그녀를 큰 길가로 데리고 나와서 택시를 태웠습니다.
“아저씨, XX 놀이동산 가주세요.”
“네.”
그녀가 말하더구요.
“야!! 너 미쳤냐?? 이 새벽에 거긴 왜 가?
“그냥 그 근처 가는 거야.”
근처에 새벽까지 놀 곳이 많다고 뻥을 쳤습니다. 그녀가 못 믿겠다는 눈치로 계속 저를 쳐다봤지만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얼버무리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얻어 터지는덴 만부적인 소질이 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서 놀이동산의 담을 넘어가야 할 곳으로 갔습니다. 미리 봐둔 담은 주택가 골목 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혹시나 새벽이라도 사람이 있을까봐 조금 으쓱한 곳을 봐두었습니다.
주위는 온통 깜깜합니다.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좁은 골목으로 그녀를 데리고 갔습니다.
어둠침침한 게 … 흠흠 …! 분위기가 ….

그녀를 살짝 봤습니다. 힐끔!
“뭘 봐?”
“하핫! 아냐 ….”
서먹서먹 …
“어디 가는 거야?”
“응 …, 저기 …”
“저기가 어디 얌마?”
아무리 음침한 데로 데리고 가도 그녀는 절대 겁을 먹는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깡패 같은 거 나올까봐 저만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드디어 그녀와 제가 넘어야 할 장벽입니다.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여길 넘어 가야 해.”
“야! 뭐야? 이 새벽에 여길 왜?”
“넘어야 돼!”
“담 넘어서 여길 들어가자고?”
“응! 무조건 넘어야 돼.”
“왜?”
“나 새벽에 여기 놀이동산 들어가 보는 게 소원 이였어.”
“근데?”
“제발 그냥 미친 척하고 한번만 해보자!”
“왜?”
“너 미친 척 잘하잖아!!”
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담을 훌쩍 넘더군여.
저요?? 뭘 물어 보십니까!
뻔하지 않습니까!
슈퍼맨처럼 획 하니 날다시피 해서 훌쩍 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10분 동안 낑낑 대다가요, 그래도 못 넘으니깐 그녀가 다시 담을 넘어와 밑에서 제 엉덩이를 밀어줘서 겨우 넘었습니다.
어무니이~~~! 츄르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멀찍멀찍 떨어져 있는 가로등 덕분에 분위기도 좋습니다. 새소리도 아주 조그맣게 나는 게 덮치기 정말 좋은 곳이더군여.
그녀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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