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을 이끈 양대 축은 전문가 시스템과 머신러닝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인공지능 분야를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 과정을 흉내 낸 전문가 시스템이 이끌었기에 인공지능을 ‘아티피셜 인텔리전스(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성적 판단을 흉내 내는 시스템인 머신러닝이 인공지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간의 감성적 판단 경험에서 확률적으로 가장 좋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어떤 사람이 매우 좋거나 매우 싫다면, 이는 아마 살면서 그 사람과 비슷한 사람에게 느낀 감정에 기인할 것입니다. A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A와 비슷한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B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B와 비슷한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이 인간입니다. 즉, 감성적이라는 것은 기억에 남은 경험을 토대로 해 확률적으로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감성적 판단을 한다면 설득이나 토론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 삶에서 어떤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이성적 판단을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중 상당수가 감성적 판단일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감성적 판단을 이성적 판단이라고 합리화하는 경우인데, 정치적 견해가 대표적입니다. 이성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감성적 판단입니다. 정치적 견해는 어떤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어떤 설득과 토론으로도 바뀌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감성적인 판단을 인간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이 굳이 흉내 낼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인공지능은 다릅니다. 전체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저장하기에 기억이 왜곡되지 않고, 감성적 판단 또한 인간보다 정확합니다. 즉, 인간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머신러닝이 인간의 감성적 판단을 흉내 내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은 인공지능의 감성적 판단 결과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적 판단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게 무의미하듯이, 인공지능의 작업 수행 과정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도 무의미합니다. 인간의 감성적 판단을 흉내 낸 인공지능에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인간에게 왜 그리 판단했는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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