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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2

08. 한의사로서의 삶, 간병인으로서의 삶 주말에 아버님의 생신이었다. 평소 좋아하시는 초밥과 잡채, 미역국, 새우구이를 준비했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아이와 함께 생신 축하 노래도 불렀다. 명절이나 생신 때마다 외동아들과 며느리만 축하하던 과거에는 잔칫상이 썰렁했는데 아기가 채워준 우리 집 공간은 참 크고 따뜻했다. 아버님은 센터에서 돌아오시면 저녁 시간 거실에서 아이와 놀이를 하신다. 아기가 갓난쟁이 때는 아버님이 주로 실내용 유모차를 밀어 주셨지만, 지금은 상호 작용이 가능할 만큼 자랐다. 아기는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시면 반가워서 “카! 카!”라고 외친다. 카드놀이를 하려는 것이다. 한 통에 50장의 카드가 들어있는데 한자리에 앉아 다 공부할 만큼 아이의 인내심이 늘었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카드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알려주는 .. 2022. 11. 18.
04. 몇 십 년이 지나도 잉꼬부부. 남편만 바라보는 바라기 할머니 하얗고 고운 얼굴의 바라기 할머니는 여러 번 큰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한없이 약해진 몸으로 휘청휘청 걸으면서도 남편을 찾아 밤낮으로 병원 복도를 배회하셨다. 자신을 기다리는 이런 아내의 마음을 잘 알기에 할아버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같이 면회를 오셨다. 침상 옆에 앉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하신 후 함께 커피믹스를 마시는 시간이 노부부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일과였다. 아내를 수년간 간병하면서도 할아버지는 매번 온화한 미소와 다정한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치매로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아내를 달래고 위로하며 따뜻한 보호자가 되어 주셨다. 그런데 다정한 부부의 오작교가 되었던 병실 면회가 코로나 사태 이후 금지되었다. 할아버지가 오지 못하면서 바라기 할머니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누..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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