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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3

04. 식민지의 세탁부, 전염병 연구에 핵심 역할을 했으나 역사에서 누락되었다. 식민지의 세탁부, 무슬림 순례자, 노예, 빈민…, 전염병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나 역사에서 누락된 사람들 우리는 1830년대에 전염병이 창궐했던 알렉산드리아 같은 도시들로부터 지중해 몰타 섬으로 여행을 와 격리된 사람들의 더러운 리넨(옷, 침대시트, 수건 등)을 빨았던 세탁부가 누구였는지 모른다. 다만 그 세탁부가 당시 영국이 지배하던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살았다는 것은 안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공원 근처에서 살았을 것이다. 지중해 해상교통의 요충지인 몰타에 정박하는 배를 탔던 승객들은 유럽으로 건너가기 전에 몰타에서 격리돼 검역을 거쳐야 했다. 흑사병에 걸린 적이 있거나 걸렸을 것이라고 의심되는 승객들은 “불완전건강증명서(foul bill of health)”를 받고 오랫동안 격리 수용됐다. 선.. 2022. 7. 15.
01. 한 노예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죽었다. 한 노예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죽었다, 수십 년 뒤 그의 죽음은 인간이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됐다 아프리카 대륙 서부해안에서 출발한 배는 하루가 넘게 항해하고 있었다. 그가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는 어떤 남자가 외국어로 말하는 것뿐이었다. 파도가 선체에 부딪히고, 갑판 아래쪽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올라오고 있었다. 배는 바람을 타고 아메리카 쪽으로 움직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늘밖에 없었다. 그는 얼마 전 족장과 언쟁을 벌였다. 족장은 복수를 위해 그에게 사술을 행한다는 혐의를 씌워 온 가족을 노예로 팔아버렸고, 그의 가족은 졸지에 고향인 가나에서 신세계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그는 이런 자신의 운명을 거부했다. 그래서 그는 배의 선원들이 노예들에게 콩죽, 쌀,.. 2022. 7. 11.
00. <제국주의와 전염병> 연재 예고 제국주의, 노예제, 전쟁은 의학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현재 우리의 건강은 이름 없는 조상들의 피와 고통에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로 변모했다. 넘치는 열정으로 유행병을 관찰하고,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세고, 주변 환경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던 그들은 동료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며 혁신적인 이론과 치료법을 개발해냈다. 사례연구와 통계분석에 근거해 질병의 양상을 규명하는 역학疫學 역시 이 시기에 탄생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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