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보증서지마라1 01.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였다.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에 갔고, 단짝 친구와 매점에서 보름달 빵과 초코 우유를 사 먹었고, 화학 선생님 수업은 여전히 지루했고, 대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틀에 박힌 잔소리를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날 때 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그런 조짐은 없었다. 까마귀가 날아가지도 않았고, 등굣길에 검은 고양이를 본 것도 아니었으며, 컵을 깨뜨리지도 않았다. 지독히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수업이 끝나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다녀왔습니다.” 집 문을 열었을 때 어지러운 집 안에서 먼저 보인 건 곳곳에 붙은 빨간 딱지였다. 빚을 갚지 않았을 때 소유자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표시하는 빨간 딱지. 그걸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하루아침.. 2022. 8. 22.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