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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3

08. 근원 :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자리 성공은 행복의 열쇠가 아닙니다. 행복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입니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022년 임인년 범띠이신 당신의 해를 맞지 못하고 작년 연말 동지에 돌아가셨다. 슬픈 것은, 2년 동안 요양원에 계시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집에서 뵌 모습이 오래되어 실감이 나지 않더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집에 안 계신 것이 잠시 부재중이신 건지 아주 안 계신 건지.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으면 임종을 지켰으리라. 열이 높고 혈압은 낮고 호흡이 가쁘다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목‘숨’이다. 그때 어떡하든 자리를 지켰어야 했다. 천추의 한이 되는 마음을 겨우 가라앉힌다. 다달이 붓고 있던 상조회사의 도움을 빌어 급하게 빈소를 차렸.. 2022. 7. 8.
10. 린다 크랙넬 (마지막 회) 어떤 이야기든 그걸 쓰는 것은 대체로 다시 쓰는 것이다. … 나는 그것을 반복해서 하는 걷기로 생각한다. 모양이 다양하거나 방향이 바뀌는 고리 같은 것으로 본다. 우리의 기억을 다시 찾아가 보는 것도 이와 같다. 우리는 기억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그걸 미묘하게 재구성한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이야기는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객관적인 현실이라기보다는 다시 만들고 또 만드는 상상의 연극과 더 비슷하다. - 린다 크랙넬, 《되돌아가다》 도로시 워즈워스, 낸 셰퍼드, 아나이스 닌, 린다 크랙넬을 포함해 걷는 여성들에게 같은 곳을 다시 걷는 행위는 현재의 자아와 미래를 연결해 준다. 인간의 짧은 수명이란 한계를 넘어서 존재하는 길의 힘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자아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고, 앞으로 올 미래의 자.. 2022. 4. 30.
07. 애도의 선물로 찾아온 인연 아카시꽃 향기가 흥건하던 더없이 좋은 날에 아버지를 영원히 떠나보내고 나는 골방에 처박혀 보냈다. 보냈다기보다는 견디는 시간이었다. 죽음과 애도에 관한 책을 수없이 읽었지만 막상 내 앞에 닥치고 보니 속수무책이었다. 더디게 가는 시간을 견디며 아버지 사십구재까지 지내고 나서 오랜만에 아래층에 사는 언니를 만났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어지면 서운해할까 봐, 그동안 아버지 장례를 치렀노라고 했다. 순간 언니의 큰 눈이 촉촉해지더니 의자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두 손으로 내 손을 가만히 감싸 안았다. “…….” “그리 큰일을 치렀구나.” “…….” 볼 일을 마치고 밥때가 되어 점심을 먹고 났을 때 언니는 별일 없으면 함께 갈 데가 있다고 했다. 사고 싶은 식물이 하나 있는데 수형을 좀 봐달라며 바람도 쐴 겸 화원..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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