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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생활2

03. 생로병사를 이겨내는 작은 꽃들 보호자 선생님, 제 동생 잘 부탁드립니다. 영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호자 낫게만 해주시면 제가 선생님 옷 한 벌 해드리고 잔치도 크게 할게요. 꽃님 씨의 보호자인 오빠께서 면회를 오셨다. 우연히 마주친 나에게 여동생의 치료를 부탁하신다. 꽃님 씨의 오빠가 면회하러 온 날은 병실이 화분과 꽃다발로 꾸며진다. 보통의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주로 간식을 보내지만, 꽃님 씨의 보호자는 항상 꽃을 보내신다. 덕분에 사계절 내내 병원에서 꽃을 구경할 수 있다. 오늘은 꽃님 씨의 기분이 저기압이다. 나의 안부 인사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꽃님 씨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젊은 환자이다. 단발머리에 동그란 얼굴의 그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요양병원 근무 10년 차인 내 눈에도 80~90대의 노인 환자가 대부.. 2022. 11. 13.
02.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젠가요? 10년간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아이를 품었던 열 달의 기간이다. 많은 사람이 마흔 살 임산부의 노산을 걱정하였다. 허리를 굽혔다 펴는 일의 연속인 한 의사의 노동과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입덧을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임신 초기, 입덧으로 축 늘어져 있다가도 회진만 하러 가면 희한하게 힘이 났다. 밥을 못 먹어 위장이 꼬이고 기운이 없는 데도 환자 얼굴만 보면 생글생글 미소가 지어졌다. 체질상 요양병원의 한의사가 맞나 보다 생각했다. 입덧이 끝나고 태동의 시기가 왔다. 유산한 적이 있어서 산부인과 정기검진 때마다 초음파 모니터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쿵쿵. 아이의 힘찬 심장 소리를 들은 후에야 겨우 실눈을 뜨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 작은 생명의 생존을 가슴 졸.. 202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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