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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소설책5

10. 생일·두 번째 제 10화 준비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준비된 사랑도 없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찾아올 뿐 … 드뎌!!!! 내일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그녀의 생일입니다. 거사를 치르려면 당근 사전답사가 필수 아니겠습니까?? 물론 군대 가기 전에 알바 하러 맨 날 갔던 곳이지만, 그 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또 중요한 일을 치르기 전엔 리허설을 꼭 해야 합니다. 준비운동을 안 하고 수영장에 들어간다던지 또는 침대에 들어가게 되면, 수영장일 경우는 심장마비가 오고 침대일 경우는 코피가 쥬르륵 나옵니다. 그녀의 생일 하루 전 놀이동산. 작전은 새벽에 감행됩니다. 정문?? 막혀 있을 거 뻔합니다.그럼??? 새벽에도 들어갈 수 있는 개구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거기 개구녕 절.. 2022. 6. 29.
03. “아침부터 정원을 돌아다녔어요.” 저녁 무렵, 어머니와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며 정원 쪽을 바라보는데, 세 번째 돌계단에 오늘 아침 그 뱀이 다시 스르르 나타났다. 어머니도 뱀을 발견하고, “저 뱀은?” 하며 일어나 내게로 달려오시더니 내 손을 꼭 잡고 서서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그 말에 나도 문득 짚이는 바가 있어, “알의 어미?” 하고 입에 올리고 말았다. “그래, 맞아.” 어머니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숨죽인 채 잠자코 그 뱀을 지켜보았다. 돌 위에 구슬프게 웅크리고 있던 뱀은 비틀비틀 다시 움직이는가 싶더니, 힘없이 돌계단을 가로질러 제비붓꽃 쪽으로 기어들어 갔다. “아침부터 정원을 돌아다녔어요.” 내가 작은 소리로 말하자,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시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래.. 2022. 6. 19.
03. 다스 게마이네_나폴리를 보고 나서 죽어라! 2. 해적 Pirate라는 단어는 저작물을 표절한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이는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냐고 내가 묻자, 바바는 즉시 더 재밌겠다고 대답했다. Le Pirate, 일단 잡지 이름은 정해졌다. 말라르메나 베를렌이 관여한 , 베르하렌 일파의 , 그 외 , 모두 이국의 예술 정원에 핀 새빨간 장미꽃이다. 과거 젊은 예술가들이 세상에 알린 기관 잡지. 아아, 우리도 해보자! 여름방학이 끝나 서둘러 상경했더니 바바의 해적 열기는 더욱더 뜨거워져 있었고, 마침내 나까지도 감염되어 우리는 모였다 하면 에 대한 화려한 공상을, 아니 구체적인 계획을 주고받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에 네 번씩 발행. 국배판 60쪽. 전부 아트지. 클럽 회원은 해적 유니폼을 입고 가슴에는 꼭 제철에 맞는 꽃을 꽂을 .. 2022. 6. 8.
02. 다스 게마이네_바바가 편지를 보내왔다. 1. 환등(幻燈) 아아, 말하다 보니 무심코 이실직고해버렸다. 결국, 그 무렵의 나는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금붕어 똥처럼 의지력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생활을 했다. 금붕어가 헤엄치면 나도 쫄래쫄래 따라가는 똥처럼 바바와의 만남을 허무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팔십팔야(● 八十八夜. 입춘일로부터 88일째 되는 밤.)였다. 이상하리만치 바바는 달력에 꽤 민감해서, 오늘은 경신년의 불멸일(●佛滅日. 부처도 멸할 정도로 매우 불길한 날.)이라며 풀이 죽어 있는 날이 있다가도, 오늘은 단옷날이니 어둠 축제(● 등불을 끄고 제례를 지내는 축제.)라는 둥,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그날도 나는 우에노 공원의 단술집에서 새끼 밴 고양이, 벚나무, 꽃보라, 송충이, 그런 풍경이 자아내는 .. 2022. 6. 7.
07. 가장 힘든 건, 스스로 찾아온 사람만 도와줄 수 있다는 것 “맥스.” 에릭은 자판기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맥스에게 다가갔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유리창에 비쳤다. 맥스가 돌아섰다. “어떻게 됐죠? 할머니를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할머니의 기분이 나아질 만한 처방을 해주셨나요?” “할머니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건 알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어째서요?” “진찰을 해본 결과, 네 할머니는 이런 상황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 특별한 분이시지…….” “그럼 영양 보급관은요?” 맥스가 항의가 아닌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물었다. “우울증이 아니라면 어째서 영양 보급관을 거부하시는 거죠? 그걸 달지 않겠다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비이성적인 선택이라고만 할 수는 없단다, 맥스. 할머니와 같은 처지에.. 2022.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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