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허전함2

01. 사랑의 온도 36.5도 12시 10분. 오늘도 어김없이 휴대폰이 울렸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안다.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받았다. “밥은 먹었나? 난 국수 먹었다. 뭐 물 꺼고? 어여 먹어라.” 쩝쩝거리며 하는 말이다. 남편이다.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일주일 정도 출장을 가야 한단다. 순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들뜬 목소리가 탄로 날까 봐 깊이 숨을 한 번 쉬며 “하는 수 없지 않으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혼자 있기 싫어 투덜거리던 내가 남편을 위로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이젠 혼자의 시간을 차츰 즐겨보려 한다. 언제나 함께 움직여 왔기에 홀로 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후 비행기로 출장길에 오른 남편을 배웅하고 오는 길에 먼저 친구들에게 .. 2022. 7. 14.
00. <바람이 되어서라도 한 번만> 연재 예고 엄마의 몸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 버린 지 4년, 혼자 억누르던 이야기들을 세상으로 날려 보낸다 프롤로그 새가 노래한다 편안하다. 가슴 깊이 숨겨두었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혼자 오십 년을 넘게 그것들을 꼼짝 못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라도 하는 날이면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풀이 꺾여 다시 숨어버린 이야기들. 이제 가볍고 아름다운 날개를 달아 밝은 세상으로 날려 보내려 한다. 언제나처럼 따라다니던 엄마의 삶 그리고 그 일부가 되어버린 내 삶.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 같던 엄마가 아주 먼 길을 떠나고, 이젠 가끔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려 한다. 내 어깨를 두 팔로 살포시 보듬고 조용히 속삭여준다. 수고했다고, 이제 다 지난 .. 2022. 7. 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