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라이커빌리티가 이 시대에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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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나 관심이 최고의 것들에게 쏟아지던 시절은 이제 저물어간다. 패션계는 비정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모델이 아닌,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을 모델로 세우는 일이 많아졌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딴 선수뿐만 아니라, 출전해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간다. 소수의 스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양한 매력으로 각종 SNS 매체를 통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람들은 대량의 자본이 투입된 대작뿐 아니라 자본이 거의 투입되지 않은 보통의 인생을 보여주는 영상들도 즐겨본다. 바야흐로 세계적 트렌드다.
 
사람들은 편집된 영상이나 SNS를 통해서 더 광범위한 소통을 한다.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그것을 통해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가지고 있는 가치를 퍼뜨리거나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매력전쟁터들은 이제 어디에나 있다. 고정되고 오랜 시간을 가까이 지내는 인간관계 대신 가변적이며 비대면의 피상적 관계들이 점차 보편화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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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에는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편집하고 조합하는지가 포인트가 된다. 도회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가 엉성한 삶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주어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지만 의외로 소박한 생활태도와 기부와 선행의 모습을 통해 그 부가 누릴 만한 것이라며 그가 더 부자가 되기를 응원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이다. 경제규모가 성장하면 어느 나라든 개인주의가 자리 잡는다. 교육 수준이 높고, 운명은 자신이 개척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새로운 세대는 개인에 대한 존중을 그 앞 세대에 비해서 더 강하게 요구한다. 특히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외동이다. 집안에서 관심과 자원을 독점했다. 나도 그 어떤 사람만큼이나 중요하고, 똑같이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고 여긴다. 누군가가 특출나다고 그에게 자원과 관심이 쏠린다면 이런 상황을 사람들은 참지 못한다. 게다가 그것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을 참고 보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저 배 아프다고 하고 넘어가는 시절도 아니다. 사람들의 이러한 불편함은 매체를 통해 충분히 상대에게 전달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문화. 내가 다름을 인정받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도 개인주의의 한 모습이다. 즉 우월과 열등이 아니라 그저 다름으로 인정하고, 더 나은 것이 절대적 가치를 갖는 일도 적어질 것이다.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최고가 아닌 것의 가치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은 몇 개의 산업이라도 키워야 하고, 세계에 국가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무조건 필요하던 때에는 엘리트를 길러내고 그들이 중추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개인은 그 엘리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엘리트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낙오되지 않는 것을 큰 생의 목표로 삼았다.
 
이제 대부분의 국민이 일정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기에 최고가 되기 위해 삶을 갈아 넣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라이커빌리티 관리 방법도 그 패러다임을 달리 할 수밖에 없다. 잘나되 잘남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잘남도 잘 알아봐주는 라이커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