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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01. 아이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by BOOKCAST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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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발생한 ‘칠곡계모사건’을 모티브로 2019년 〈어린 의뢰인〉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칠곡계모사건’은 2013년 칠곡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를 처리해가는 사회 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게 밝혀지며 아동학대사건보다 더한 충격을 주었다. 계모가 여덟 살 의붓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사망하게 했고, 이를 열두 살 언니가 동생을 죽였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하게 하여 범행을 덮으려 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어린 의뢰인〉은 한 변호사가 열 살 소녀로부터 일곱 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자백을 듣고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며 계모가 벌인 아동학대의 진실을 밝히는 내용으로 담아냈다.

“어차피 우린 수사권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오늘 못 만난다고 하면 내일 만나 달라고 사정해야 하고 조금만 덜 때려주세요, 이제 안 때리실 거죠? 이렇게 예의 바르게 방문 조사나 하고, 그런데 경찰은 또 우리한테 보내고 우린 경찰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게 없고 이렇게 뺑뺑이 도는 게 지금의 법이에요.”

영화 속 사회복지사의 대사다. 그리고 이것이 아동학대의 현실이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제2, 제3의 다빈이와 민준이처럼 어른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약한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어른을 찾아나서도 외면당할 뿐이었다. 그저 어른들은 내가 도울 일이 아니라고 미루기만 했다. 영화 속 아이들도 결국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어른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침묵하고 만다. 아직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어느 곳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을 아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2020년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정인이사건’만 해도 입양된 아이를 부모가 학대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던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2021년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이 또다시 개정되었지만 소중한 아이를 잃고서야 생겨나는 법안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어른들이 아동학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더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영화처럼 새엄마만 학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친부모가 학대하는 경우도 많으며 대리양육자(어린이집, 돌보미 등)에 의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해자인 그들은 ‘학대인 줄 몰랐고 인식이 부족해서’, 또 ‘알았지만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서’라고 변명할 뿐이고, 안타까운 상황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Image by rawpixel.com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건수로 2014년에서 2016년까지 1만 8,700명, 2019년 3만 45명으로 늘었고, 이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건수는 2014년 14명, 2016년 36명, 2019년 42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된 제도가 수없이 생겨나지만 아동학대 사례가 왜 여전히 증가하는지,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라기 위해서는 한 가정뿐만이 아닌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가정이나 마을, 사회, 국가에서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학대당한 아이는 학대를 가한 부모를 이기기엔 자신의 힘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을 것이다. 이겨보겠다고 감히 작은 주먹을 쥐어볼 수조차 없을 만큼 두렵고 무서운 공포감을 느끼면서 학대를 가한 사람만큼 힘이 있는 어른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다. 힘이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해 찾아간 어른들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고, 그것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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