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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02. 훈육이라는 탈을 쓴 학대?

by BOOKCAST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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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지하철에 붙은 “체벌은 학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는 매를 들어서라도 고쳐야 한다는 케케묵은 인식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처럼 체벌은 학대다. 맞아야 하는 이유도 맞아도 되는 아이도 없다.

“아동의 정상적인 신체적, 정서적 그리고 성적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는 아동학대로 인정된다.”

인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학대가 발생했고 아이들을 때린 이유가 학대가 아닌 훈육과 행동교정 등을 위한 행위라고 주장한 원장의 녹음 파일이 화제가 되었다. 원장은 가해 선생님들에게 경찰 조사를 받을 땐 아이들을 학대한 게 아니라 훈육한 거라고 진술하라고 부추겼다. 녹취된 내용에는 “꿀밤 몇 대 때리고 책상에 올려놓고, 이런 게 죽을죄는 아니잖아. 사회에서 매장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거든”이라고 말하며 학부모들을 ‘육아 무식자’라고 비판했다. 이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었다.

이어 서울의 한 가정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서도 3세 아동의 뺨을 때리는 등 학대를 한 부분에 대해 두 아이가 다퉈서 제지하려다 훈육한 것이라고 주장한 사건도 있었다. 불 꺼진 방에 1세 아이를 가둔 대전에 있는 어린이집 원장 또한 훈육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훈육일까? 훈육의 탈을 쓴 학대임을 인정하지 않는, 핑계에 불과하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의 정상적인 신체적, 정서적 그리고 성적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는 아동학대로 인정된다’라고 했으며, 아동의 보호자가 자신이 마땅히 보호하고 감독해야 하는 아동을 방임하고 유기하는 것 역시 아동학대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의 사건 모두 훈육이 아닌 학대를 가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사건이다.

남편과 언론에서 보도된 아동학대사건을 보았을 때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심각하게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였다면, 그때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더 이상 피해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알리고 행동했다면 내 아이들도 학대를 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방관만 했던 내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소중하고 여리고 약해서 나조차도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했던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고 무섭고 두려웠을까. 악마의 탈을 쓰고는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마음 다하는 척하는 선생님들을 정말 좋은 분이라며,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울며 매달려도 그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투정일 뿐이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무섭고 끔찍한 그들에게 아이를 밀어 넣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려 가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마음이 아파 미칠 것 같다.

오은영 박사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체벌도 부모들은 내가 감정을 잘 조절해서 교육적으로 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면 안 된다”고 했고, “아예 시작부터 체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어떠한 이유로도 아동학대가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 이제 우리는 학대와 훈육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내 아이가 학대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물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과 훈육의 탈을 쓴 학대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학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 주길 바란다. 훈육이란 탈을 쓴 학대, 이제 모두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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