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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오늘 한잔?>

03. 술의 세기는 100% 유전자로 결정된다.

by BOOKCAST 202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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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바이스 아사베 신이치
지치의과대학 부속 사이타마의료센터 전 교수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분해하는 사람은 술이 세다.


‘술은 마실수록 세진다.’
학생 시절, 직장 시절을 통틀어 술자리에서 선배와 상사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소리일 것이다. 이런 근거 없는 신화(?)를 믿고 억지로 술을 마시다가 과음의 후유증으로 고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필자는 실제로 잦은 술자리를 가지면서 술이 세진 편이지만, 지인들 가운데 술을 마신 후 매번 힘들어할 뿐 전혀 세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술이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지치의과대학 부속 사이타마의료센터의 간 전문의인 아사베 신이치 씨에게 물어보았다.

술의 세기는 100%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술을 마셨을 때 불쾌감을 일으키는 주범은 알코올을 분해했을 때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입니다. 이것은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분해되며, 그 활성 정도는 유전자 조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한 유전자’가 2개인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분해할 수 있는, 술이 센 유형이지요. ‘약한 유전자’가 2개인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가 점점 축적되는, 술이 약한 유형입니다.”

집안의 유전자를 따져보면 술이 센지 약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술이 센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술이 세고, 술이 약한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자녀도 술이 약하다.

“술의 세기는 인종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백인과 흑인은 100퍼센트 센 유전자를 갖고 있는 반면, 황색 인종은 센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약 50퍼센트,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약 10퍼센트이며, 두 가지가 섞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나머지 4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아사베 씨는 “재밌게도 두 가지가 섞인 사람은 ‘센 유전자’가 있어서 왠지 잘 마실 것 같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러나 자꾸자꾸 마시면서 점점 세지는 거죠”라고 덧붙인다. ‘센 유전자’가 있는데도 ‘술을 못 마시는 유형’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를
단련하면 술이 세진다?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는 알코올 대사를 반복하는 동안 점점 활성화됩니다. 또한 알코올 대사를 담당하는 시토크롬 P450 3A4(이하 CYP3A4) 효소도 함께 활성화되죠.*”

CYP3A4는 주로 약물 대사에 관여하며 간에 많다. CYP3A4가 활성화되면 술을 많이 마셔도 컨디션이 잘 유지되고, 얼굴이 금세 붉어지는 사람도 얼굴색의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아쉽게도 CYP3A4의 활성 정도를 수치화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전보다 술이 세진 것 같다면 CYP3A4 덕분일 수도 있다. 다만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으면 둘 다 활성도가 떨어져서 다시 적은 양에도 금세 취하게 된다. ‘두 가지가 섞인 유형’이라는 아사베 씨는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와 CYP3A4가 충분히 활성화된 상태에서 시험 삼아 한 달 동안 술을 끊었더니, 금주가 끝날 무렵 술이 약해진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활성도는 개인차가 큰 만큼 억지로 단련하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아사베 씨는 충고한다. 그리고 알코올의존증은 전체의 50%인 ‘주당’ 유형보다 40%인 ‘두 가지가 섞인 유형’에 더 많다고 한다. 매일 술을 마시다 보면 술이 세졌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점점 더 주량을 늘리다가 최악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이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술을 즐기기는커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술을 억지로 많이 마셔서 세져봐야 병이 생기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의 주량을 과신해 무리하지 말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숙취가 생기지 않을 만큼만 마시자. 그것이 가늘고 길게 자신만의 음주 라이프를 즐기는 요령이다.

CYP3A4가 활성화되면 술이 세지는 대신 다른 단점이 생긴다는 것을 명심하자. 바로 유효 성분의 대사 속도가 달라져 약물 본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효과가 떨어지는 약물에는 혈압 강하에 쓰이는 칼슘 길항제(아달라트등),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할시온 등), 혈전 예방제인 와파린, 지질강하제인 스타틴 등이 있다. 정기적으로 이와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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