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마블링
준비 ⥤ 매니큐어, 그릇, 물, 물과 물감을 섞을 수 있는 도구, 종이
자체 제작물을 판매하고 그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마냥 클라이언트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주어진 작업을 진행하는 수동적 입장과 달리 직접 만든 것들이 판매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묘한 쾌감이 있었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체 제작물을 갖는 것은 자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요, 새로운 동력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좀 더 확장해 보기로 했다. 답습을 피하기 위해 물감을 대체할 도구를 찾았고 매니큐어가 마블링 패턴으로 활용되는 예를 발견했다.
매니큐어를 이용한 마블링 기법은 재료가 물감에서 매니큐어로 바뀌는 것 외에 준비는 동일하지만 물감과 매니큐어의 성질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물감은 물 위에서 금방 퍼지는 특성이 있어 모양의 제어가 어려운 반면, 매니큐어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막이 형성되면서 굳어버리는 바람에 색의 혼합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모른 채 물감과 같은 방식으로 몇 번의 실패를 맛보고 나서야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금방 굳거나 퍼져 버리는 매니큐어를 제어하기 위해 물 위에 먼저 흰색의 매니큐어를 퍼뜨렸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색상이 있는 매니큐어를 떨어뜨렸다. 이렇게 흰색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매니큐어를 떨어뜨렸더니 나중에 떨어뜨린 매니큐어가 흰색의 매니큐어 안에 갇히는 모양이 되어 색이 빠르게 퍼져 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매니큐어로 만든 마블링 패턴은 마블링 물감에 비해 좀 더 정교하게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물감을 갈라 다양한 패턴을 만들고 종이를 덮어 찍어 냈다. 종이에 찍어 낸 매니큐어는 물감보다 빨리 마르고, 마르고 난 뒤 패턴 위에 얇은 코팅막을 형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에 찍어 낸 결과는 마블링 물감을 이용한 작업과 마찬가지로 고화질 스캔을 통해 이미지를 얻었다. 그중 몇 가지를 간추려 노트의 표지로 활용했다. 표지의 인쇄는 은별색과 연분홍색을 사용했고 글자를 금박으로 후가공했다. 내지는 흰 종이와 연분홍색을 반반씩 구성하고, 앞면과 뒷면의 구분 없이 원하는 쪽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트라이앵글페이퍼 4호로 제작된 작업은 ‘마블링 하프 노트’라고 이름 지었다. 비닐 진공 포장 후 마지막에는 금광 스티커를 활용하여 책등을 감싸 마감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것이 생각보다 이 금광 스티커의 존재감이 뿜뿜이다. 추가 구성품으로 배지도 제작했다.
마블링을 찍어 낸 종이 위에 얇은 코팅막이 눌어붙어 있다.
다양한 실험을 거친 매니큐어 마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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