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바이스 호리에 시게오
준텐도대학대학원 의학연구과 교수
테스토스테론은
20대에 정점을 찍은 후 분비량이 감소
여성이 여성호르몬에 신경 쓰듯, 남성도 남성호르몬에 좋은 게 있다고 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남성들은 호르몬에 더 민감하다. 남성호르몬은 곧 남자의 상징이다. 남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늘 자신이 ‘수컷’임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수컷이 타고나는 본성임을 어쩌랴.
남성호르몬에 대해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존재하는 호르몬이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95%, 나머지는 부신에서 만들어진다(여성도 난소, 부신에서 생성된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증대, 골격 형성 등에 기여하며, 20대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분비량이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를 발기 장애, 성욕 감퇴 등 남성의 성기능 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녀가 사회에서 자신을 어필하고 인정받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영향력과 직결되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울증을 진단할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검사할 때가 있다. 소위 ‘남성 갱년기’라 일컫는 ‘LOH증후군’(후기발현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에 의한 우울증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고 치료법을 정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활력 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한편 애주가에게는 반갑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알코올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린다’라는 내용이다. 애주가라면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이 정보는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준텐도대학대학원 의학연구과 교수이자 일본멘즈헬스(Men’s Health)
의학회 이사장인 호리에 시게오 씨에게 물어보았다.
적당한 음주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는 작용
“정상 범위의 음주는 테스토스테론 수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술은 남녀 모두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는 작용이 있죠. 과음은 다소 영향을 미치지만 적당히 마신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음주 전에 운동을 한 상태라면 다소 많이 마셔도 오히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활발해지고 건강해집니다.”
애주가들의 건강 걱정을 덜어주는 복음(?)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꼭 명심해야 할 주의 사항이 있단다.
“다만 맥주는 위험합니다. 처음 한 잔 정도면 몰라도 시종일관 맥주만 많이 마시는 분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맥주의 원료인 홉에는 여성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나린게닌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이죠.”
맥주를 얼마나 마시면 그러한 영향이 나타날까.
“저녁에 큰 캔으로 맥주 3캔 이상 마시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호리에 씨는 너무 예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만약 걱정되면 와인, 사케, 소주 등 다른 술을 번갈아 가며 마시면 되겠죠.”
적당한 음주는 테스토스테론에 아무 영향 없다는 사실에 안심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지나친 음주는 위험하다.
호리에 씨는 “무슨 술이든 습관적인 과음은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정소를 자극하면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세포가 손상됩니다. 고환은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는 중요한 장소이므로 과음은 테스토스테론에 좋을 게 없습니다. 또한 세포의 에너지 밸런스에 필요한 니코틴아미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티드라는 비타민의 양이 에탄올 대사 물질 때문에 간과 정소에서 줄어듭니다. 이것이 과음으로 간이 나빠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과음은 정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과음하면 정자도 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역시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비만이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는 더 큰 요인이다.
호리에 씨는 알코올보다는 ‘살찌는 것’, 즉 비만이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는 더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로 내장 지방이 증가하면서 체중도 함께 증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면 테스토스테론과 근육량이 감소하고 ‘대사증후군’에 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죠.”
45세 이상의 남성 1,849명을 대상으로 한 뉴욕주립대학의 조사에서는 BMI(체질량지수)가 증가할수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비만 남성은 실제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았던 것이다.
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사람은 쉽게 살이 찌고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대사증후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자기 전에 마시는 술’이다.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알코올에는 각성 효과가 있어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알코올의 항이뇨 호르몬 억제 효과 때문에 자다가 자꾸 화장실을 가게 됩니다. 자연히 수면 시간이 줄어들겠죠.”
수면 효과를 노리고 마시는 술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고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자기 전에는 음주를 삼가고 질 좋은 수면을 위해 노력하자.
술을 즐기면서 마시면
테스토스테론 분비에 효과
끝으로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예방하는’ 올바른 음주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나친 음주와 맥주만 마시는 버릇이 안 좋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주량 기준으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과음만 아니면 테스토스테론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순수 알코올 환산으로 20g 정도(사케 1홉)’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마시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이것이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적당히 즐겁게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테스토스테론 분비에는 더 이롭습니다.”
역시나, 술을 적당히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남성호르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호리에 씨의 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즐겁게’ 마셔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딱딱한 술자리나 일대일로 진지하게 마시는 술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마음 편한 상대와 재미있고 즐겁게 마시는 술이 제일이다.
“남성끼리 마셔도 테스토스테론은 분비됩니다. 그런데 여성이 한 명이라도 섞여 있으면 더욱 분위기가 살아나고 분비가 활발해지겠죠.”
술자리에서는 긴장 없이 느긋하게 마실 수 있는 관계가 최고인 만큼 술 상대도 중요하다. 단, 너무 흥이 넘쳐 과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바로 운동이다. 운동으로 근육에 자극을 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직접적 원인인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하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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