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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오늘 한잔?>

08. 맥주의 쓴맛이 치매를 예방한다?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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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바이스 아노 야스히사
기린 R&D본부 건강기술연구소 연구원

 


정말 맥주는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정말 맥주는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맥주는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술이다. 게다가 레드와인처럼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당질 때문에 ‘살찌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서 몸에 좋은 점이 과연 있을까 싶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발포주나 무알코올 맥주는 어떤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이 논문의 발표자 중 한 명이자 오랜 세월 맥주의 건강 효과를 연구해온 기린 R&D본부 건강기술연구소의 아노 야스히사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맥주의 이소알파산이
뇌 내 노폐물 침착을 억제


서둘러 아노 씨에게 이 같은 의문을 제기했더니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맥주에는 홉의 쓴맛 성분인 ‘이소알파산’이 들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등의 노폐물이 뇌에 침착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소알파산이 이를 억제하고 뇌 내 염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인지 기능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맥주 특유의 쓴맛 성분에 뇌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니!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술에도 통용된다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은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 치매 등 여러 가지 치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치매로, 아밀로이드 베타 외에 여러 단백질이 뇌에 쌓여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병한다.

연구팀은 도쿄대학이 보유한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 쥐(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노폐물이 빠르게 축적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에게 미량의 이소알파산이 첨가된 사료를 3개월간 투여했다. 그 결과 이소알파산을 첨가한 사료 섭취군은 그렇지 않은 섭취군에 비해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이 억제됐다. 두 그룹의 대뇌 피질에 쌓인 노폐물의 양을 비교했더니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대뇌 피질에 대한 침착이 눈에 띄게 억제되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에 생긴 얼룩과 비슷해서, 뇌에 축적되면 인지 기능과 기억을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억이 잘안 나거나 건망증이 심해지죠. 이러한 현상은 비단 노화뿐 아니라 수면이 부족할 때도 나타납니다.”

이 쥐 실험에서는 이소알파산 투여 후 뇌 내 염증이 2분의 1 가까이 억제된 것으로 확인됐고, 동물행동학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는 기억 유지 기능도 확실히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소알파산이
‘뇌 내 청소 세포’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러한 효과가 생기는 걸까. 아노 씨에 따르면, 그 비밀은 ‘뇌 내에 있는 미세아교세포’에 있다.

“뇌 내의 유일한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그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이 세포는 ‘뇌 내 청소 세포’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노폐물을 먹어서 없앱니다. 매일 뇌 내 조직을 복원하고 시냅스의 성장을 자극하며,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방어도 하는 중요한 세포입니다.”

이렇게 똑똑한 세포가 뇌에 존재하고 있다니 금시초문이다. 왠지 큰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기능도 떨어집니다. 게다가 뇌 내에서 과잉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염증이 생기고 활성산소가 발생해 주위의 신경세포가 손상되죠.

홉의 성분인 이소알파산은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해 노폐물이 쌓이는 것을 억제합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맥주의 홉이 가지고 있는 가공할 만한 능력이다. 잠깐이나마 와인보다 건강 효과는 약할 것이라고 무시하지 않았던가. 이런 탁월한 기능이 맥주에 있었다니 정말 뜻밖이다.

아노 씨는 “원래 맥주에 들어 있는 홉은 1,000년도 훨씬 전부터 귀하게 여겼던 약용 식물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한 오랜 역사도 연구대상으로서 주목한 이유라고 한다.

참고로 홉에는 꽃의 수지샘(樹脂腺)에 있는 ‘알파산(α酸)’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이 양조 과정에서 가열되면 이소알파산이 되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즉, 그냥 홉을 먹어서는 치매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적당량의 음주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쥐 실험 결과가 긍정적인 것을 보니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궁금해진다.

사실 아노 씨는 이 실험에 앞서(2016년 3월), 맥주를 통해 이소알파산을 섭취한 사람의 뇌 활동 개선 효과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검증했고, 그 결과 사람의 뇌 내 정보 처리 및 정보 전달 능력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에 채택되어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50~70세 정상인 25명입니다. 매일 180㎖의 이소알파산 함유 음료(맥주 맛이 나는 무알코올 음료)를 4주간 섭취했습니다. 180㎖당 이소알파산 함유량은 3㎎이었습니다. 뇌의 fMRI를 섭취 전과 후로 측정해서 대뇌 피질의 두께와 신경섬유의 굵기 등을 해석한 결과 적당한 맥주 섭취로 뇌 내 정보 전달 기능이 개선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60~70세 노년층에게 큰 효과가 나타났죠.”

맥주 대신 무알코올 음료로 실험한 것은 ‘적당량의 음주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는 알코올 효과를 제외한 ‘순수 이소알파산의 효과’를 보기 위해 맥주 맛이 나는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했다.



이소알파산은 쓴맛이 강한 맥주일수록 많다.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니 어떤 맥주를 얼마나 마시면 좋은지 궁금해진다. 현재 맥주 시장에는 지역 맥주, 수입 맥주, 맥주로 분류되지 않는 발포주와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까지 다종다양한 맥주들이 시중에서 경쟁하고 있다.

“일반 맥주에는 약 10~30㎎의 이소알파산이 들어 있습니다. 가벼운 느낌의 맥주보다는 IPA(인디아 페일 에일)처럼 쓴맛이 강한 맥주에 많죠. 실험에 사용한 맥주 맛 무알코올 음료에도 약 12~30㎎의 이소알파산이 들어 있었습니다.”

역시 쓴맛이 나는 맥주가 좋다는 얘기이다. 무알코올 맥주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술을 못 마신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럼 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지금은 어디까지나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고 보는 단계라서 적당량을 논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과음으로 인한 폐해가 없도록 ‘적당히’ 마시면 됩니다. 무알코올 맥주에도 이소알파산 효과가 있으니, 술이 약한 분이나 고령자는 굳이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내심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답을 기대했는데 역시 ‘적당량이 최고’라고 한다. 귀에 못이 박히겠지만 적당한 음주량은 남성의 경우 순수 알코올 환산으로 20g, 맥주 500㎖ 1잔 정도이다.

너무 적어서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맥주가 먹고 싶어도 건강을 위해 참고 있던 사람들은 오히려 공식적으로 허락받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필자도 마음 편히 맥주를 즐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참고로 이소알파산에는 성인병 예방, 혈압 개선, 흰머리 억제 등의 반가운 효과도 있다고 한다. 특히 성인병 예방은 치매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일절 끊겠다고 생각하면 훨씬 스트레스가 된다. 자, 오늘도 술자리에서 건강하게 ‘먼저 맥주부터’를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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