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다.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지고 들뜬 마음에 식탁에 앉고 보니 눈을 씻고 봐도 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실망이다.
‘푸짐한 상에 고기가 없다니… 허전한걸!’
망설이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스팸을 꺼냈다. 고기가 없으니 햄이나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라도 먹으려는 것이다. 치이익- 익어가는 스팸 냄새가 퍼지자 입안에 군침이 돈다.
‘역시 이거야!’
보통 ‘맛’은 추억으로 연결된다. 영화 <라따뚜이>에 나오는 깐깐한 요리비평가 이고는 레미의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를 입에 넣은 순간, 어린 시절 라따뚜이를 먹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음식의 맛과 향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낸 것이다. 이걸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한다.
맛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어떤 순간의 맛과 감정이 마치 사진처럼 찍혀 추억으로 저장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맛’으로 남는다. 누구나 그러한 맛을 기억하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 준 떡볶이, 특별한 날 아빠가 직접 만들어 준 김치찌개, 칼칼한 맛이 일품인 두부 조림 같이 말이다.
대부분 사람은 미각을 통해 맛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후각의 역할이 미각보다 크다. 눈을 가리고 코를 막은 상태로 사과와 양파를 먹으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코마개를 제거하고 나서야 양파와 사과 향을 느끼고 그 둘을 구분한다. 음식의 맛인 향에 대한 정보가 후각을 통해 후각구에 전달되고, 그와 맞닿아 있는 변연계의 해마, 편도체와 직접 연결되면서 냄새는 상황에 대한 기억, 감정과 함께 저장된다. 그래서 맛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지난날 음식에 대한 추억까지 어떻게 바꾸겠는가? 그저 지금부터 추억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예쁜 그릇에 옹기종기 샐러드와 채소를 한가득 담고, 말랑말랑한 감정이 이는 기분 좋은 음악으로 맛에 대한 추억을 쌓아가는 거다.
그런 일상들은 샐러드와 채소를 사랑하게 하여줄 것이고, 샐러드와 채소는 그 사랑에 응답이라도 하듯 지방을 활활 태우는 일로 감사를 대신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샐러드와 채소만이 가지고 있는 편안한 맛을 추억할 거리 또한 하나둘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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