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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생태 위기 시대에 노자 읽기>

01. 만물은 상호관계 속에서

by BOOKCAST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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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下皆知美之爲美斯惡已皆知善之爲善斯不善已.
천하개지미지위미사악이개지선지위선사불선이.
 
有無相生難易相成長短相形高下相盈, 音聲相和前後相隨恒也.
유무상생난이상성장단상형고하상영음성상화전후상수항야.
 
是以聖人處無爲之事行不言之敎萬物作而不辭生而不有爲而不恃功成而弗居.
시이성인처무위지사행불언지교만물작이불사생이불유위이불시공성이불거.
 
夫唯弗居是以不去.
부유불거시이불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추악하다는 생각 때문이고모두 선한 것을 선하다고 하는 것은 불선하다는 생각 때문이다유와 무는 서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고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뤄 주며길고 짧음은 서로 형성시켜 주며높음과 낮음은 서로 채워 주며악기 소리와 목소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앞과 뒤는 서로 따르는 것이니이것이 세상의 항상 그러한 모습이다이런 까닭에 성인은 무위의 자세로 일을 하며말 없는 가르침을 행한다만물을 잘 자라게 하되 그것을 자신이 시작했다고 하지 않고잘 살게 해 주고도 그것을 자신의 소유로 하지 않으며일을 하되 그것을 믿고 의지하지 않으며공을 이루고도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오로지 공을 자처하지 않기 때문에 버림받지 않는다.

 


 

 
노자는 절대적 권위나 불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아름다움이나 착함도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높고 낮음이나 길고 짧음도 상대적이라는 것이다만물을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두고 변화를 인위적으로 추동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게’ 내버려 두라고 한다그러면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고공이 생기더라도 자기가 했다고 자랑하거나 티 내는 법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노자가 만약 교사라면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지시적인 교육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적인 깨우침이나 창의적인 발상을 유도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지 않고 기존의 지식도 상대적이라는 전제 아래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실험의 자유를 인정해 주는 무위자연의 교육 방법을 시행했을 것이다슬기로운 교사는 지나치게 복잡한 교안을 짜지 않고 학생들이 저절로 공부하고 깨달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애정의 눈길로 말없이 지켜보는 성숙한 조력자이지 않을까.

노자이야기를 쓰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삶이 그러했던 것 같다김삼웅 선생이 쓴 장일순 평전(두레, 2019)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편하고 꾸밈없는 옷차림처럼 무위당의 말씀은 편하고 쉽고 단순했지만 넉넉하고 명쾌하고 깊었습니다넓고 깊은 데다 소탈한 표정과 자애로운 웃음을 곁들인 천의무봉(天衣無縫)이었지요무엇보다 말씀을 나누고 사람을 만나는 데 차별이 없으셨습니다고위 인사에서 거리 행상에 이르는 누구에게나 늘 너그럽고 다정하셨습니다.
온 생명을 모시는 사람이었습니다위도 모시고 아래도 모시고 좌도 우도 섬기셨습니다당신 생애의 하루하루와 매시간을 아낌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내어 주셨습니다공생(共生)의 삶을 사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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