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歸根曰靜, 靜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귀근왈정, 정위복명. 복명왈상, 지상왈명. 부지상, 망작흉.
知常容, 容乃公, 公乃全, 全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지상용, 용내공, 공내전, 전내천, 천내도, 도내구, 몰신불태.
비움에 이르기를 지극히 하고, 고요함을 지키기를 돈독히 해라. 만물은 다 함께 자라는데, 나는 그것을 통해 자연의 순환하는 이치를 본다. 만물은 무성하지만, 제각각 자신의 뿌리로 돌아간다.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일러 정(靜)이라 하는데, 이것을 명(命)으로 되돌아간다고 부른다. 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늘 그러한 이치[常]라 하고, 늘 그러한 이치를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늘 그러한 이치를 알지 못하면 경거망동이 일어난다. 늘 그러한 이치를 알면 포용하게 되고, 포용력이 있으면 공평하게 되며, 공평할 줄 알면 두루 보편적이 된다. 두루 보편적인 것은 하늘에 부합하는 것이며, 하늘에 부합하는 일이 곧 도이다. 도에 맞게 하면 오래갈 수 있으며,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

◆
봄에는 나무에 물이 오르고 온갖 꽃이 핀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생명을 하늘로 밀어 올린다. 그러다가 가을에는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모든 잎을 대지에 떨구고 나목으로 겨울을 지낸다. 늦가을에 떨어진 나뭇잎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자기의 뿌리로 돌아간다. 자기를 온전히 비우고 평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생명이 이렇게 순환하는 것, 이것이 도이다.
나희덕 시인은 〈뿌리에게〉에서 이렇게 말한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이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 《뿌리에게》(창비,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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