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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시간제한 다이어트>

03. 고장 난 생체 시계가 비만을 부른다.

by BOOKCAST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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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공해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 몸의 생체 시계는 다양한 외부 자극을 바탕으로 하루 리듬을 외부 환경에 맞도록 조율합니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미치는 것은 빛이고요. 따라서 현대의 다양한 인공 빛들은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의 생체 시계에 혼란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빛 공해(light pollution)’라고 하지요.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낮에 잠을 청하기 위해 창문을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서 방을 캄캄하게 해놓지요.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항상 피로에 시달립니다. 특히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이런 고 통을 겪고 있습니다. ‘연중무휴’, ‘24시간 오픈’ 같은 말들은 우리에게 이미 매우 익숙합니다. 오전 1~4시경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은 잠에 빠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고 근무를 하다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어 큰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현대의 생활패턴은 자연 선택으로 얻은 생체 시계의 하루 리듬에 역행합니다. 이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비만의 원인이 되는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장 난 생체 시계가 몸을 망친다
 
식사를 한 지 오래되면 허기가 느껴지고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이러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호르몬과 신호 전달 물질들이 뇌에 정보를 전달하지요. 정보들을 바탕으로 뇌는 다시 몸의 각 부분에 명령을 내립니다. 이런 과정이 연속됩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특정 리듬에 맞춰 움직입니다. 이를테면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배고프다고 느낍니다. 배고픔이 느껴져서 시계를 보면 점심시간이지요. 이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배꼽시계’라고 부릅니다. 우리 생활 속에 생체 시계와 하루 리듬이라는 개념이 어느새 자리 잡은 것입니다.
 
만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 교통 신호등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없거나 고장이 난다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밥을 먹는 것이 배꼽시계로 비유되면서 리듬을 타듯이, 수면 역시 생체 시계와 관련된 리듬을 탑니다. 따라서 생체 시계가 외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수면의 질은 떨어집니다.
 
수면과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호르몬은 ‘멜라토닌(melatonin)’입니다. 멜라토닌은 ‘송과선(솔방울샘, pineal gland)’에서 분비되는데, 송과선은 중추 시계와 밀접한 협력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낮-밤의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의 경우 밤중에 가장 많이 분비됩니다. 멜라토닌의 분비 주기를 실제 지구의 주기와 일치시키기 위해 우리 몸은 빛을 이용해서 몸의 생체 시계를 동기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멜라토닌의 이상 분비는 잠의 질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1978년에 이루어진 코헨(Cohen)이라는 학자는 멜라토닌이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생체 시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멜라토닌의 결핍은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교대 근무가 빈번한 미국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야간 근로 시간이 늘어날수록 암 발생이 증가했습니다. 밝은 빛 때문에 감소한 멜라토닌 분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15년 이상 교대 근무를 한 간호사는 대장암과 직장암의 발생률이 다른 사람보다 1.5배 높았습니다. 유방암의 경우, 15~19년 동안 교대 근무를 한 사람은 암 발병률이 약간의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30년 이상 교대 근무를 한 사람은 약 1.4배나 높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시차가 바뀌는 비행기 승무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차가 바뀌지 않는 국 내선 승무원에 비해 암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지요. 야간 근무에 따른 생체 시계의 부조화가 일으키는 질병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야간 근로 시간의 연장은 남성에서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의 진행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수면 패턴을 바꾸어 놓는 것은 당뇨병을 일으키는 하나의 인자가 된다는 사실도 알려졌고요. 뒤집힌 생체 시계는 안락한 수면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협합니다.
 
 
고장 난 하루 시계가 비만을 일으킨다
 
생체 시계의 규칙적인 하루 리듬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생체 시계의 오작동과 비만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중추 시계가 있는 SCN(시각 교차위핵)에서 하루 리듬에 맞춰 발현하는 유전자들은 우리 몸의 수백 혹은 수천 개의 유전자 발현을 조율합니다. 이 유전자들 중 상당수는 신진대사와 관련된 유전자입니다.
 
따라서 중추 시계는 음식을 먹는 것에 큰 관심을 갖습니다. 음식을 섭취하고 나면 우리 몸은 다양한 기관들을 이용해서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고, 분해하고, 흡수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 먹는 시간을 예측해서 소화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러므로 중추 시계는 말초와의 긴밀한 상호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만일 음식 섭취가 규칙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몸은 리듬이 깨져 힘들어합니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누가 밥을 먹으라고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개는 안 먹겠다고 거부하겠지요.
 
만일 먹는다고 하더라도 잠에 쉽게 들기는 어렵습니다. 소화가 안 되는 건 당연하고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상 앞에 앉으면 입맛도 나지 않겠지요. 끼니때가 되고 적당히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 맛있는 법입니다. 소화도 잘되고요.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가진 하루 리듬에 맞지 않는 음식 섭취는 비만을 유발한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생체 시계의 올바른 하루 리듬이 깨지면 많은 동물과 사람은 비만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지요. 지난 100년간 인간의 수면 시간은 약 1.5시간 정도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인의 1/3은 6시간 미만의 수면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면 장애가 생체 시계의 교란을 가져오고 각종 만성 질환이 발생할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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