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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

06. 홀아비 (마지막 회) 회사엘 다니던 당신은 일요일에도 출근을 해야 했지. 딸이 아주 어렸던 시절. 나는 일요일이면 딸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지. 아동극을 보러 간다거나 한강 고수부지로 나들이를 간다거나 그냥 백화점 구경을 가기도 했지. 좀 더 큰 후에는 서점엘 데리고 나갔다가 퇴근하는 당신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고. 일요일마다 혼자 딸을 데리고 나가는 나를 보며 아파트 주민들은 홀아비인 줄 착각을 했고, 너무 젊어서 홀아비가 된 나를 불쌍히 생각한다는 얘길 전해 듣고 우린 한참을 웃었지. 20년도 넘은 세월이 지난 후, 어느 날 당신은 떠나고 난 진짜 홀아비가 되었어. 매주 어린 딸과 함께 나가던 그땐 내가 그의 손을 잡았지만, 이젠 가끔 딸이 내 팔짱을 끼기도 하지. 양 갈래로 곱게 머리를 땋은 딸이 아니고 이젠 서.. 2022. 6. 18.
04. 가을이 되었네요 함께 나들이할 때면 당신보다 걸음이 빨라 항상 앞서가는 나를 두고 늘 타박했지요. 걸음걸이 하나 못 맞춘다고, 마누라하고 걸을 때면 좀 느긋하라고... 그럴 때면, 난 그래,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살며시 손을 잡고 당신 걸음에 내 걸음을 맞춰보기도 했지만 또 걷다 보면 어느새 내 걸음은 빨라져 당신보다 앞서 있곤 했지요. 가끔 뒤를 돌아보면 앞서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만치 느긋하게 걸어오는 당신이 거기 있었어요. 그렇게 느긋하게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던 당신, 그래서 늘 거기 있다고 생각했던 당신이 휭하니 앞서 가버린 후 늘 뒷모습만 보여주던 날들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걸음걸이 하나 못 맞추던 날들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어요. 가을이 되었네요. 쨍한 가을 햇살 속, 저만치 앞서 걸어가는 당신.. 2022. 6. 16.
02. 마음 리셋 : 똥 빼기 한번 해보실래요? 나와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금씩 몸도 마음도 안정을 찾고 있었다. 이젠 꿈을 향해 새롭게 도전할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새롭고 뜨겁게 리셋을 외치고 있었다. 첫 번째 도전으로 마음의 리셋이다. 지나온 내 삶을 뒤돌아보고 안 좋았던 일들은 과감히 떠나보내기로 했다. 좋았던 일들로 긍정의 에너지를 채워갔다.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힘들었던 마음을 재정비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이해하고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 끝에 외롭고 가엾은 한 소녀가 있었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아내였다. 어릴 적 외롭고 힘들었던 기억이 내가 오직 남편과 자식이 전부인 양 살게 했다. 나는 없고 누구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만인 존재로 남아있었다. 그것이 행복인 줄 알..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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