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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여자 리셋>

02. 마음 리셋 : 똥 빼기 한번 해보실래요?

by BOOKCAST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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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금씩 몸도 마음도 안정을 찾고 있었다. 이젠 꿈을 향해 새롭게 도전할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새롭고 뜨겁게 리셋을 외치고 있었다.

첫 번째 도전으로 마음의 리셋이다. 지나온 내 삶을 뒤돌아보고 안 좋았던 일들은 과감히 떠나보내기로 했다. 좋았던 일들로 긍정의 에너지를 채워갔다.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힘들었던 마음을 재정비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이해하고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 끝에 외롭고 가엾은 한 소녀가 있었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아내였다. 어릴 적 외롭고 힘들었던 기억이 내가 오직 남편과 자식이 전부인 양 살게 했다. 나는 없고 누구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만인 존재로 남아있었다. 그것이 행복인 줄 알았고, 현모양처가 되는 것을 꿈꾸며 살았지만, 최선은 아니었다. 큰아이를 대학에 보내며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를 성장시켜야 했기에 우울증 치료 후 밖으로 나와 사람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설렜지만 공부에 손을 놓은지 오래라 토론식 수업은 어색했고, 컴맹이라 과제는 어려웠다. 모든 걸 새롭게 배워야 했기에 모르는 것은 딸아이에게 계속 물어보며 며칠을 고생해 과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옆에서 다 지켜보던 딸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아빠랑 우리만 바라보고 뒷바라지하며 살 때는 절대로 엄마처럼은 안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대학원을 가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난 엄마가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여, 그니까 이제 엄마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누구보다 날 걱정하고, 생각해 주는 딸아이의 눈 속에 현모양처가 되고자 했던 내 삶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치유의 글쓰기는 나를 찾아가는 나침반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에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적으며 펑펑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정신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처음엔 쓸 내용이나 있을지 걱정하고, 나 글쓰기 정말 못 하는데 싶었지만, 쓰다 보니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 멋진 문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누가 볼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첫사랑, 내가 좋아하는 음식, 친구, 음악, 산, 장소, 책, 운동 등 밤을 꼬박 새우며 치유의 글쓰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맑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이거였구나!,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이곳이었어!, 이런 일 때문에 내가 행복하고 아팠구나!’ 모든 중심을 나에게 맞췄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 참 괜찮은 사람이네!, 열심히 살았구나! 잘하는 게 이렇게 많았어?’ 자존감이 올라갔고 내 모습이 사랑스럽게까지 느껴졌다. 뭐든 다른 사람에게 맞추기 바빴고, 타인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그 많은 시간과 당당히 이별했다.

갱년기를 겪는 모든 사람이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통해 한 줄, 한 줄 지난 상처와 아픔을 담아내고, 행복한 추억을 회상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치유의 글쓰기를 강의해 주신 신혜영 작가님은 치유의 글쓰기가 내 안의 똥을 빼내는 작업이라고 표현하셨다. 내 맘의 똥을 싹 빼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편해졌다.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맘속에 곪아 있던 종기를 짜냈으니, 이제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날 일만 남았다. 밭에 새로운 씨앗을 심기 위해선 땅을 갈아엎고, 바위나 돌멩이를 거둬내야 한다. 땅을 파고 흙을 고르는 작업을 마쳤으니 이제 마음 밭에 무엇을 심을까를 고민할 시간이다. 나의 리셋된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어 열매를 맺을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변화는 용기 있는 자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통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났다. 치유를 위해 글을 써 내려갔지만, 그 속에서 그동안 모른 채 한 작은 소녀를 만났고, 누구보다 나를 소중히 여겨도 괜찮음을 발견했다. 새로운 희망은 처음부터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빛이었으나 분명 나는 빛나고 있었고 점점 그 빛이 강렬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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