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였을까 늘 몸은 쉽게 백기를 들었다. 수능 시험 치기 전날 심하게 체하는 바람에 시험 당일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농협 시험 치는 날도 몸살감기를 심하게 했다. 결혼한 후 공인중개사 시험 1차에 합격하고 다음 해 2차를 준비할 때는 얼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내 삶에서 무언가 새롭게 도전하려 할 때면 크고 작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이 닥쳤을 때도 우울증으로 심하게 고생했다.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시작하려 할 때 처음으로 마음먹은 일은 개명이었다. ‘희정’이라는 이름의 기운이 약해서 몸이 아픈 거라고 했다. 이름에 ‘금’자를 넣어 ‘금서’로 불리면 다 좋아질 거라는 철학관의 작명에 따라 내 이름은 ‘사로잡을 금, 펼칠 서’, 금서가 되었다. 은도 동도 아닌 ‘금’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욕심 많은 성격이 문제였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너무나 강해서 쉽게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엇이든 대충이 없고, 남보다 잘하고자 했던 욕심이 몸을 아프게 한 거다. 남보다 2배, 3배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늘 문제가 생긴 걸 알면서도, 갱년기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이겨내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습관의 리셋을 위해 미라클 모닝을 했고, 몸의 리셋을 위해 효소 다이어트에 운동까지 했다.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던 나에게 가장 힘든 갱년기 증상은 자도, 자도 피곤한 피로감과 무기력이었다. 주기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지면, 몸에 기운이 없고 아침 9시가 넘어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갱년기를 전환점으로 또다시 20살이 된 그때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데, 마음과 달리 50대 저질 체력에 머물러 있었다. 컨디션이 좀 괜찮아진다 싶으면 난 또다시 몸을 혹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2주 정도를 보내고 나니 몸은 더는 못 참겠다며 파업 선언을 했다. 처음엔 가벼운 콧물감기 정도라 생각해서 2~3일 약을 먹으면 거뜬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또다시 욕심을 내자 ‘이번엔 너 제대로 맛 좀 봐라.’ 하는 심정이었는지 그길로 앓아누웠다. 코 안은 염증으로 퉁퉁 붓고, 머리도 아프고, 삭신이 벌벌 떨렸다. 가벼운 감기가 심각한 몸살감기로 바뀌었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참다 참다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의사 선생님은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하셨다. 일주일을 끙끙 앓고 링거를 두 번이나 맞고서야 조금 나아질 기미가 보였다.
“금서야, 호르몬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아프고 너무 피곤한데 새벽부터 무슨 난리니? 네 꿈도 좋고, 다 좋은데, 몸 아프면 무슨 소용 있어. 다 때려치우고 아침 9까지 늦잠도 자고 해!”
보다 못한 친구와 언니들은 난리였다. 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몸도 마음도 리셋해서 멋진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싶겠지만, 컨디션의 슬럼프가 온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갱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사춘기가 아무리 힘들다고 그 시기를 초스피드로 보낼 수 없다. 온전히 몸과 마음으로 싸워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갱년기 역시 일정한 적응 기간을 잘 보내야 한다. 마음만큼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겠지만, 후반전을 다시 달리기 위해선 재정비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출발 총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달려서는 안 된다. 먼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충분한 재정비 없이 출발한다면 머지않아 브레이크가 걸려 멈출 수 있다. 너무 조급하게 빨리 가려 하지 말자.
초반에 전력 질주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잊으려 할 때쯤 친절한 몸은 주기적으로 경고장을 보낸다. 새로운 꿈도 좋고,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도 좋지만, 몸을 먼저 살피라고 다정한 메시지를 보낸다. 조그만 무리에도 무너져 버릴 모래성 같은 체력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뛴들 항상 제자리다.
이유 없이 2주를 꼬박 고생하고 나니 알 것 같다. 몸 아프면 다 소용없다는 것,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 우선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어른들 말 하나 틀린 게 없다. 인생 후반의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선 주인공이 가장 건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남은 50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점에서 이 정도의 장애물도 없다면 재미없지 않을까? 신체 나이에 마음 나이를 맞추면 나이만큼 몸도 마음도 늙어가지 않을까? 마음 나이에 신체 나이를 맞춰 간다면 몸도 마음도 젊게 살 수 있다. 70대처럼 남은 50년을 사느냐, 30대처럼 남은 인생을 사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선택은 모두 포기하지 않는 자세에 달렸다.
오늘도 달린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멈추지 않겠다. 진정 나를 사랑하기에 앞으로의 50년 또한 열렬히 응원하기에 꿋꿋하게 오늘의 나에게 박수를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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