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20년 넘게 가족만 바라보는 엄마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만 살았다. 주위 사람들이라고는 가족, 학부모, 같은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 학생이 전부였다. 자식들은 성장해 하나둘 우물 밖으로 떠났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안전한 우물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도 용기도 없었다. 바깥세상은 뱀과 독수리 같은 위험천만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랬던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꿈을 찾아 모험을 떠났다. 혼자서 우물 밖으로 기어 나왔던 것이다. 포근하다고 생각했던 우물은 나오고 나니 지하 감옥이 따로 없었다. 바깥은 따뜻한 햇볕과 예쁜 꽃들과 푸른 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우물 안에서 혼자 무섭고 우울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 새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따뜻했고 새로운 행복을 전해줬다.
첫 번째로 만난 새로운 세상은 독서 모임이었다. 아이들 어릴 적 만났던 도서관 독서 모임과는 결이 달랐다. 그 시절의 독서 모임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였다. 읽던 책도 육아와 관련된 그림책과 부모 교육 관련 책이 전부였다. 그러나 새로 만난 독서 모임에서는 ‘나의 꿈을 찾고 세상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였다.
독서를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금요일 저녁 8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와 함께 설렘과 긍정 에너지라는 안주를 먹으며 밤이 늦도록 우리의 우아한 수다는 계속되었다.
두 번째 세상은 골프 연습장 선생님들과의 모임이었다.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에 골프 연습장에 등록했다. 항상 혼자 와서 연습하는 나에게 선생님들은 커피 한잔하자며 간식거리와 커피를 건네셨다. 그렇게 인연이 된 선생님들과 한 달에 한 번 소풍을 하러 간다. 5시간 정도 잔디위를 공을 치며 함께 걸었다. 언니라 부르기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엄마뻘 같은 분들이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도청에서 비서실장으로 퇴임을 하신 분,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퇴직을 하신 분, 그리고 사업을 하시는 분까지 모두 소중한 선생님들이다. 연습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분들이지만 항상 엄마처럼 따뜻하게 나를 챙겨주셨고, 예뻐해주셨다.
“젊어서 참 이뻐! 공도 젊어서 쳐야지 예쁜 옷도 입고, 비거리도 많이 나가지.”라고 하셨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5시간 공을 쳐도 저질 체력인 나 혼자만 카트를 타고 다녔다. 운동해야 한다며 18홀을 카트 한 번 안 타시고 뛰어다니시는 선생님들의 체력은 20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게다가 다들 연금에 탄탄한 경제력을 가지고 계셨고 소소하게 용돈 삼아 주식도 하셨다. 소녀처럼 컬러풀한 옷을 입고 사뿐사뿐 잔디를 걸어가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선생님들은 항상 긍정적이고, 미소 가득 에너지 넘치게 이야기하신다.
“60이면 새댁이야! 요즘은 70도 어려서 경로당 못가, 가면 제일 젊다고 어찌나 심부름시키는지. 이렇게 바깥에서 좋은 사람 만나 운동하고 하하 호호하는 게 최고야.”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선 다리 힘 떨어지기 전에 운동으로 자기 관리하라고 당부하신다. 선생님들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다.
나이 들수록 얼굴은 본인 책임이라고 한다.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시며 긍정적으로 사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오히려 눈가의 주름이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 선생님들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운동으로 체력 관리하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갱년기 때문에 매일 투덜거렸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분들 눈에 나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젊고 예쁜 40대 소녀였다. 선생님들은 ‘예쁘고 젊은 사람 덕에 에너지를 얻는다.’라고 말씀해주시지만, 오히려 내가 선생님들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건강의 소중함을 배운다. 항상 나를 챙겨주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있으면,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살아 돌아오신 것 같은 따뜻함을 느낀다.
세 번째 세상은 <한국여성리더연구소>의 리더 님들이다. 여자의 리셋은 결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아프고, 힘들고, 우울한 갱년기 여성에겐 긍정 에너지와 제2 인생을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자 리셋의 시작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었다면, 마지막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생각했다. 관계의 리셋을 통해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긍정 에너지로 동기부여를 받으며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받은 이 모든 것을 베풀 차례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곳이 <한국여성리더연구소(한여리)>였다.
<한여리> 리더님들은 각자의 사명에 맞게 성장하고 사랑과 봉사를 실천했다. 싱글맘의 성장을 돕는 리더, 경단녀의 성장을 돕는 리더, 보호 종결 아동의 성장을 돕는 리더, 마을공동체의 성장을 돕는 리더, 다문화 아이들을 돕는 리더다. 나는 갱년기 여성의 행복을 찾아주는 리더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른 사람의 성장과 행복을 돕고자 최선을 다하는 리더 님들과 함께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설레고 행복해졌다.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함께라면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 것은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과 깨달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던 내게 우물 밖의 세상은 크고 넓은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었다. 아직 모든 게 서툴고 부족하고, 또 다른 시련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리셋된 우물 밖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이분들과 함께 만들어갈 따뜻한 세상에 내가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마냥 즐겁다. 수학여행을 기다리는 여고생처럼, 첫 데이트를 기대하는 20대처럼, 새로 만난 인생의 스승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린다. 혼자였던 겨울밤은 끝이 났다. 우리의 내일은 언제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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