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자기 삶에 고민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갱년기를 겪으며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며 긴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우울함에 취해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때 딸아이가 책을 한 권 선물해 주었다.
“엄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 읽어봐! 정말 재밌어 읽다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거야!”
하지만 4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은 그냥 쳐다만 봐도 눈이 건조하고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잠이 안 올 때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은 하고 며칠을 침대 위에 두고 겉표지만 한 번씩 쳐다보며 지나쳤다.
며칠이 지나 딸아이에게 또 전화가 왔다.
“엄마, 읽어 봤어?”
순간 엄마 생각해서 책을 선물해 준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거짓말을 했다.
“어. 조금 읽었는데 아직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어….”
“엄마, 나미야 할아버지처럼 다른 사람의 고민에 공감과 위로를 담은 손 편지 답장을 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딸아이의 질문에 나는 솔직히 실토해야 했다.
“다연아, 엄마가 솔직히 아직 책을 못 읽어봤어. 미안. 엄마가 오늘부터 꼭 읽어 볼게.”
그러자 딸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 ‘온기 우편함’이라고 사람들이 익명으로 고민을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공감과 위로를 담은 손 편지를 써서 보내주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봉사 활동이 너무 의미 있고 나를 행복하게 해줘!”
딸아이는 책의 내용을 잠깐 이야기하고 ‘온기 우편함’ 봉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온기 우체부 자원봉사자들은 철저하게 자기가 봉사자라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온기 사무실에 가서 2시간씩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상황이 생기면서 단절된 이웃과의 소통의 기회가 없었고,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고민편지가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딸아이와 통화를 끊고 당장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딸아이가 몰래 하고 있었다는 온기 우편함 봉사 활동이 궁금해서이기도 했다.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재미와 감동에 온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책을 읽고나니 나도 ‘온기 우편함’ 같은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지와 같은 지금의 나의 상황을 고민으로 적어 보내고 싶어졌다. 집에 있는 편지지에 고민을 적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온기 우편함에 메일로 보내고, 내가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화로 문의했다. 하지만 온기 우체통은 서울에 몇 개가 설치되어 있고, 자원봉사자 역시 서울 온기 사무실에 매주 나와서 봉사를 해야 하기에 지방에 사시는 분은 봉사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는 수없이 나는 후원을 하기로 하고 후원금만 송금했다.
내 주변에도 나미야 할아버지 같은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책 속의 세 도둑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기준에서 다른 사람의 고민에 상담과 위로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여성리더연구소>에서 갱년기 여성의 성장을 돕는 리더로 활동을 하면서 문득 삶의 경험과 지혜가 많은 갱년기 여성들이 이런 봉사 활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여리> 리더 님들과 의논을 하게 되었다, 리더 님들 모두 너무 가슴 설레는 봉사라고 마음을 모아주셨고 우리는 그 일을 실천하기로 했다. <한여리>와 함께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봉사자들이 정성 어린 공감과 위로로 손 편지 답장을 보내주는 봉사 단체 ‘따숨’를 만들게 되었다. 코로나로 외롭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따뜻함의 경상도 사투리 ‘뜨신’을 넣어서 ‘뜨신 편지’로 이름을 정했다. 봉사 단체의 이름은 마음 따뜻한 봉사자들이라는 뜻의 ‘따숨’이라고 짓게 되었다.
우리 <한여리> 리더 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창원 천주 라이온스 클럽 전회장님들께서 마음 따뜻한 봉사에 함께하고 싶다며, ‘뜨신 편지’만의 우체통을 후원해 주시고, 창원의 핫플레이스 다옴베이커리 2층에 우체통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장소 제공을 해주셨다. ‘선한 일은 좋은 사람들을 데려온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선한 마음이 모여 좋은 사람들과 선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맘을 설레게 했다. 천주 라이온스 클럽 전 회장님의 유머러스한 인사말이 기억이 남는다.
“봉사하다 빛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나는 그 질문에 한참 고민을 했다 ‘봉사하다 빛을 본 사람? 마더 테레사인가…?’ 정답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였다. 순간 너무 웃기면서도 그 속에서 나만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자원봉사를 하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세상을 빛으로 환하게 밝힐 수 있다면 내 마음의 눈 또한 밝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부터 나는 봉사하다 빛을 본 사람이 되기로 했다.
1365 지역자원 봉사 센터에 자원봉사 단체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담당하시는 분이 이런 봉사 단체 등록은 처음이라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셨고, 회의 후 등록 가능 여부를 통보해 주시겠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오후가 되어서야 자원봉사 단체 등록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봉사 활동은 처음이지만 듣기만 해도 너무 마음 따뜻한 일이기에 봉사시간을 인정해 주신다고 하셨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국여성리더연구소> 리더님들과 후원해 주시는 분들의 참석 하에 ‘뜨신 편지 1호’의 작지만 의미 있는 발대식을 했다. 앞으로 2호, 3호…. 우리 따숨의 뜨신 편지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우리의 선한 마음이 선한 일을 눈덩이처럼 키워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뜨신 편지’ 따숨의 마음이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고민이 깊어지면 내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어딘가에 정말로 나미야 잡화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밤새 써 보낼 고민 편지가 있는데, 라고 헛된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었다. 어쩌면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너무도 귀하고 그리워서 불현듯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비로소 눈앞이 환히 트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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