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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이야기5

09. 미소의 나라에 숨겨진 통치 신화 태국 현재 세계의 주권 국가는 유엔 회원국을 포함해, 주권 성명을 제창했지만 국제사회의 보편적 승인을 얻지 못한 국가까지 총 207개가 존재한다. 그중 ‘전제군주제’인 나라가 8 개국이고 영국, 일본, 태국 등 ‘입헌군주제’ 나라가 40개국이다. 이는 전 세계 국가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가는 민주주의 사상과의 충돌에 어떻게 대처할까? 우리는 지폐 디자인에서 그 힌트를 엿볼 수 있다. 1992년 5월 20일 태국은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전 세계에 방송했다. 짜끄리 왕조의 제9대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라마9세)이 옅은 갈색 양복 차림으로 소파에 엄숙히 앉아있고, 그 앞에 두 명의 정치인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모습이었다. 한 사람은 1년 전 군사.. 2020. 6. 8.
04. 덧없이 흐르는 세월 속 꿈같은 번영 일본 꽃다운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속으로 조금씩 사라져 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술이 금방 사라져버리는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준다는 점이다. 삶의 진실한 감정을 대신 남겨주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홀해지기 쉬운 미묘한 감정을 전달한다. 와인색, 자홍색, 빨간색, 연분홍색, 심홍색, 진홍색……. 진달래는 마치 들판에 불이 붙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나는 꽃잎이 가득 떨어진 길을 밟으며 한 걸음씩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미무로토지의 입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교토 남쪽에 위치한 우지의 미무로토지는 ‘꽃의 사원’으로 유명하다. ‘마치 붉은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은’ 봄날의 산 벚꽃, ‘신선이 거하는 곳에 있던 걸 옮겨 심은 것 같은’ 여.. 2020. 6. 3.
03. 초원 제국의 눈부신 상상력 몽골 몽골 중북부에 위치한 에르데네산트(Erdenesant)에서 서쪽을 향해 가는 길. 며칠이 지나도 모래만 펼쳐졌다. 바람이 불어와 풀을 어루만지고 소와 양이 노니는 초원의 정취가 마음에 가득한데, 눈앞에 보이는 건 인적 없는 황야뿐이었다. 털모자를 쓴 택시 기사가 나에게 말했다. “요 몇 년간 풀이 잘 자라지 않아요. 노인들은 여전히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살기를 고집하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일찍이 대도시로 나가 생계를 꾸리고 있지요.” 나는 차창 밖에 펼쳐진 지평선의 끝자락과 흰 눈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듯 말을 잃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시에는 향락이 있고, 번화하고 방탕한 생활을 누리며 호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초원은 그들에게 즐거움과 자극을 주지 못했.. 2020. 6. 3.
02. 유행을 주도하는 혁신의 아름다움 네덜란드 1965년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은 소매가 없는 모직 원피스 여섯 벌을 출시했다. 경쾌하고 시원한 재단 스타일에 검은 선과 원색 네모를 대담하게 사용한 원피스는 패션위크에 등장하자마자 프랑스판 〈보그(Vogue)〉 9월호 표지에 실렸다. 기하학을 활용한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이브 생 로랑은 패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생 로랑의 창작은 결코 무(無)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디자인은 네덜란드의 데 스틸(De Stijl) 및 데 스틸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회화 예술가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Composition in Red, Blue, and Yellow)〉은 몬드리안의 데 .. 2020. 6. 2.
00. <지폐의 세계사> 연재 예고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최고의 대중 인문학자가 25년간 여행하며 기록한 세계 각국 지폐에 얽힌 사연과 아름다운 디자인에 숨겨진 놀라운 진실 지폐에서 부룬디 10년의 흐름을 읽다. 1995년 중앙아프리카의 나라 부룬디에서 새로운 도안의 지폐가 발행되었다. 전 대통령 은다다예의 초상화가 인쇄된 지폐였다. 그런데 2년 후 지폐에서 은다다예 대통령의 초상화가 삭제되고, 그 자리에 전통 조각 도안이 새겨졌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오랜 기간 부룬디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뿌리 깊은 원한으로 분열과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1994년 부룬디 내전이 발발했으며, 이는 르완다 대학살의 전초전이기도 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 부룬디 최초의 후투족 출신 민선 대통령이었던 은다다예는 두 민족..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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