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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3

10. 줄리아가 없는 호텔은 가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회) 리츠칼튼 호텔의 손님들은 부지런히 고객 카드를 썼다. 좋은 점, 나쁜 점, 개선할 점, 보완할 점 등 가감 없이 의견을 냈고 직원들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는 고객 카드를 가장 많이 받은 ‘고객 카드 퀸’이었다. 8세 어린이부터 나이 많은 단골손님까지 많은 손님들이 카드와 편지를 주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호텔업에 회의가 들 때마다 나는 이 카드와 편지들을 꺼내 보았다. 자리에 앉아 상자 속에 담긴 카드들을 하나씩 읽고 나면 다시 일하러 갈 에너지가 생겼다. 친절하고 교양 있는 손님들도 많지만 호텔은 뭐든 다 해 주어야 한다는 진상 손님, 까칠하고 불평불만에 요구사항 많은 손님들을 대할 때면 ‘이 일을 왜 하나, 그만둬야지’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었다. 육체적으로 하루 종일 서 있는 것도.. 2022. 3. 7.
04.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다. “줄리아, 혹시 미국의 리츠칼튼에서 근무해 보고 싶지 않아요?” 미국 본사 리츠칼튼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당연히 근무해 보고 싶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러나 가고 싶다고 무조건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엄마의 반대가 극심했다.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상당히 험악했다. 보수적인 엄마의 시선에서 미국은 마약과 총기가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나라였다. 엄마는 단 한 푼도 도와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는 독일에서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과 리츠칼튼 서울에서 받은 첫 월급을 모아 비행기 표를 샀다. 엄마는 내가 공항에 나가는 날까지 화를 내며 나와 보지도 않았다. 또 다른 장애물은 비자였다. 지금 젊은 세대에겐 믿기 힘들겠지.. 2022. 2. 24.
03. 미국에서 근무해 보고 싶지 않아요? 독일에 머물며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호텔을 A부터 Z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호텔에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나의 생각을 아는 듯 친구가 곧 오픈할 리츠칼튼 호텔에 지원을 할지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했다. 리츠칼튼은 당시 최고급 호텔이었다. 주저할 것 없이 친구를 설득해 리츠칼튼에 같이 지원을 했다. 호텔이 새로 들어서면 개관 6개월 전부터 직원 채용을 시작하기에, 두 달 전에 들어간 건 막차를 탄 셈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 하찮아 보이는 직무가 나를 미국으로 데려갈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열차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리츠칼튼은 아시아에 처음 생기는 리츠칼튼 서울에 대단한 정성을 기울였고, 세계 여러 지점의 총지배인과 부지배인 150명을 서울에 ..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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