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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그녀를 그리다>

05. 연골

by BOOKCAST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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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져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
 
뜨끔거리는 무릎으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득 당신을 생각했다.
 
손가락을 접고 펴고 손을 흔들고
걷고 뛰고 앉고 일어서고
고개를 흔들고 고개를 저을 수 있는 것까지
모두 관절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 관절들은
연골이 있어야만 삐걱거리지 않는다.
연골이 있어야만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 관절염,
우린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지만
일상의 모든 관절이 갑자기
삐걱거리고 아프게 되어 버린
당신과의 이별.
 
이제는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맞부딪치는 시간,
윤활유가 다 닳아버린 엔진 같은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일상의 관절 사이 사이에
숨어 있던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후,
 
나는 뼈와 뼈가 맞닿아
뜨끔거리는 통증으로 다리를 삐걱거리며
오늘 지하철 계단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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