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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투자지능>

03. 내가 하는 것은 투자인가 투기인가?

by BOOKCAST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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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빈·박혜선 부부는 두 자녀를 둔 30대 부부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4인 가정의 표상이다. 결혼과 함께 2억 원대 빌라를 매입한 부부는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해야 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파트타임으로 가계에 힘을 보태는 아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아이를 가진 부부는 대한민국 4인 가족의 평균을 대변해 준다.

더 나은 삶을 꿈꿨던 부부는 각자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최근 소위 핫하다는 투자 종목에 한 번씩 도전장을 던진 경험을 갖고 있다. 부동의 시가총액 1위 S 전자의 주식 매수부터 공매도를 막기 위한 미국판 개미 운동으로 불린 게임스탑의 해외 주식투자, 내 생에 마지막 로또라고 부르짖은 암호화폐 구입 등 국내외 주식거래소와 코인중개소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투자를 지난 수년 동안 해왔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지극히 평범한 투자 일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방송멘토 중 한 사람으로 출연한 뉴욕주민은 해당 부부에게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는 의외의 진단을 내렸다.


 

뉴욕주민: 도파민형 투자자의 언어

안영빈·박혜선 부부가 그동안의 투자 이력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용어들을 정리해 보면 운과 몰빵 44번, 날렸다와 물렸다 27번, 도박과 게임 18번, 먹고 빠지고 넣었다 뺐다 17번, 승률과 확률, 베팅 15번, 느낌과 촉 9번입니다. 이런 용어가 가 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다름 아닌 카지노입니다. 두 분의 인터뷰만 따로 놓고 보면 그냥 갬블러(도박꾼) 같으세요. 본인들은 투자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도박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성향의 투자자들은 흔히 도파민형 투자자라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순간의 승패를 즐기는 갬블러에게서 다량 분출되는 도파민이 두 분의 투자 성향을 고스란히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분석해 본 결과, 두 부부는 소위 한 방을 꿈꾸는’ 도파민형 투자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면 두 부부는 그동안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반복해왔다. 체계적인 공부가 전제되지 않은 무지성 투자를 단행한 부부의 행보는 그저 한 방을 노리는 갬블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장이 닫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암호화폐는 24 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많은 투자자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 모니터와 눈싸움을 벌이는 대표적인 분야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승과 하락 그래프에 일희일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안영빈·박혜선 부부 같은 도파민형 투자자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의 성패에 따라 극심한 감정 기복을 보인다는 것이다. 투자가 승승장구할 때는 만사형통의 호인으로 행동하지만, 반대의 경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이에 대해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투자의 본질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박종석: 투자, 돌아보는 여유 필요

투자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성공과 실패가 한 몸으로 얽혀 있지요. 하지만 도파민형 투자자들의 경우, 실패는 마치 처음부터 선택지에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만 갖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집착만으로는 결코 투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이라는 학자는 역설 의도라는 기법을 기반으로 한 로고 테라피 가 도파민형 투자자에게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고 테라피의 핵심은 지나치게 완벽함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성공만 바라보는 도파민형 투자자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도파민형 투자자의 머릿속은 투자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보면서 끊임없이 투자에 대해 생각하죠. 이렇게 되면 우리 뇌는 오직 도파민만 분출하게 됩니다. 감정과 수면 등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극히 제한되는 거죠. 쉽게 말해, 뇌가 마치 2~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몸처럼 극악의 컨디션을 보이게 됩니다. 과연 피로감에 젖은 뇌가 제대로 된 분석과 판단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요.

 


 

안영빈·박혜선 부부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투자자 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이가 자신들의 행보를 당시 상황에 발 빠르게 적응해온 투자의 결과물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는 그저 투자라는 이름의 가면을 쓴 투기 혹은 도박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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