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마따나 자식은 부모에게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말투나 행동, 습관과 성격, 경제적 성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부모의 그것을 닮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투자는 이와 다소 궤를 달리한다 투자로 큰 자산을 일군 부모라면 자식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온전히 전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를 통해 수익은커녕 손실만 기록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본인과 같은 투자 방식을 추천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진호 씨의 경우 적어도 지금까지의 투자 행보를 평가하면 후자에 가까운 부정적 실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때문에 진호 씨는 자식들이 자신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김진호
딸이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크게 반대했지만, ‘자식을 가장 저평가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말처럼 저 역시 희원이를 너무 어리게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아이는 사업을 시작한 첫해부터 3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더라고요.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접 사업을 시작한 후 딸은 종종 제게 세금 문제나 사업 운영 등에 대해 물어보곤 했습니다. 당연히 아낌없이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주고, 때로는 아예 제가 직접 나서서 일을 해결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딸과 투자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 투자를 좀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아내와 함께 증권사를 방문해 계좌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투자에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진호 씨는 딸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건넸다. 이야기의 내용 중에는 성급한 투자 혹은 무지성 투자의 위험성에 관한 경고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홀로 자신만의 사업을 성공시킨 희원 씨는 투자를 시작하면서도 자기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름대로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희원 씨는 부동산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한 것이다.
희원 씨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목을 믿고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투자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잘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에 나선 터라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 매입한 아파트는 전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었다. 재건축 호재도 없고 준공연수도 제법 오래된 탓에 해당 지역에서 인기 있는 매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희원 씨는 오히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아파트를 매입했다. 명백한 투자 초보자의 모습이다.
그래도 내심 똘똘한 한 채를 마련했다고 뿌듯해한 것도 잠시, 문제는 금세 드러났다. 몇 년 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급히 자금이 필요해진 데다 전세금을 맞추기도 힘들어지자 희원 씨는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적어도 아버지는 부동산 투자로 손실을 보지 않았지만, 희원 씨는 수천만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김희원
사실 부모님은 제게 재개발이나 재건축 가능한 구축 빌라나 아파트에 투자하라고 권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저 낡아빠진 구닥다리 건물로밖에 안 느껴지는 거예요. ‘저런 곳에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살고 싶지도 않은 낡은 건물에 투자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파트를 매입했습니다. 잔소리를 듣는 것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 그냥 혼자 가서 계약서를 썼습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내 돈이니 내 마음대로 쓸 거야 라는 치기 어린 생각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아파트를 매도할 때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깨달았어요. 왜 주변 사람들이 ‘부모 말씀 들어서 손해 볼 거 하나도 없다’라고 하는지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제 선택이고 결정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지만 정말 속이 쓰렸습니다.
진호 씨는 딸의 첫 부동산 투자 실패를 지켜보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투자 운이 없나 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버지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딸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암담한 기분마저 느꼈다.
한 번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희원 씨는 투자를 멈출 생각이 없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서 실패했 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앞으로 투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는 김진호 · 희원 부녀에게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투자를 그만두는 것이 가장 큰 실패 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종석: 투자의 실패는 배움의 기회일 뿐
김진호·희원씨 부녀는 모두 사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투자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투자 공부를 계속하면서 몇 가지 단점만 보완하면 사업소득이라는 무기가 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는 물론 성공에도 관성이 붙기 마련입니다. 위험을 회피하고 현재의 자산을 지키려고 투자를 멀리하거나 모험적인 것을 피하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에 급급한 두 분의 마음가짐은 이 시대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선택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근거로 자신이 투자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임의적 추론의 오류일 뿐입니다. 투자에 실패한 것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현상을 인과관계가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그동안 두 분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 치우친 투자를 해왔습니다. 사물의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 서둘러 확신하는 추상화의 오류도 확인됩니다.
이들 부녀가 사업 수완은 훌륭하지만 투자에 계속 실패한 이유는 투자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그저 감이나 운에 기대 투자처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했다고 해서 투자를 포기하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투자 실패입니다. 투자는 철저한 산수입니다. 투자 지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 간다면, 투자는 피해야 하는 위험이 아닌 평생을 함께 성장해 나갈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투자의 역사는 세대를 거치며 이어진다. 부모 세대의 성공적인 투자 노하우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깊이를 더해가면서 독자적인 투자 비법을 만들어 나간다. 부모 세대가 쌓은 투자지능이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전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의 실패가 꼭 자식의 실패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는 자신들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자식들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반면교사가 되어줄 수 있다.
성공이든 실패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부모 세대가 쌓은 모든 투자 경험과 지식은 자식들의 투자 지능이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다름 아닌 투자지능 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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