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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룰루레몬 스토리>

06.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by BOOKCAST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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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직전에 가다

우리는 파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서 파산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았다. 웨스트비치는 거의 파산 직전에 있었다. 우리가 스노보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과거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나는 스노보드가 충분히 대중화되기 전에 발을 빼고 싶었다.

각 스포츠 용품 매장 생산 업체보다 협상력의 우위를 갖게 되었고, 브랜드 생산 업체들은 운송과 보관, 그리고 마케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현재의 도매 중심 영업으로는 자금의 회전이 느렸기 때문에 여러모로 재정적인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나는 도매 중심 영업이라면 질색을 하게 되었다.

동업자인 리처드도 한 곳에 정착하고, 가족을 꾸리고, ‘워라밸’을 찾고 싶어 했다. 그는 일하는 시간을 매주 6~8시간 정도 줄이고 싶어 하는 반면, 나는 일하는 시간을 두 배 이상 늘려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나는 여러모로 잘 맞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업의 중대한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일사불란한 통솔 아래 팀으로 하나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리처드는 뭔가를 감추는 듯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스콧은 이전만큼 헌신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행보를 하고 있었다.


랜드마크 운동

당시 나는 리처드가 좀 독특한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당시 그런 수업들이 실무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는 1990년 초, 랜드마크 포럼이라는 주말 워크숍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었다. 원래 에르하르트 세미나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당시 상당히 큰 규모로 성장해 있었다.

그런데 몇 주쯤 지날 무렵, 나는 리처드의 심리 상태가 상당히 안정되고, 이전보다 훨씬 솔직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리처드는 그 모든 것이 랜드마크 포럼에서의 경험 덕분이라며 우리에게도 그 코스를 수강할 것을 권했다. 우리도 회사를 잘 경영해 보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고,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스콧과 함께 이 포럼을 수강하기로 했다.

랜드마크 포럼에 관해 더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들었던 강의 하나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40대 여성이 있었다. 어린 시절, 이 여성의 아버지는 노동조합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퇴근하면 입버릇처럼 간부들을 험담하며, 일은 자신 같은 노동자들이 다하는데, 돈은 간부들이 챙긴다고 불평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과 맥락에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우리에게 자신이 어떻게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했는지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그녀는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간부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경영자, 리더, 상사들을 싫어했고, 연봉을 10만 달러 이상 받는 사람은 회사의 돈만 축내는 돈벌레라고 경멸하곤 했다. 그녀도 잠재의식 속에서 자신을 경멸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액연봉자로 성공한 축에 들었지만, 아버지가 가장 경멸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었다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랜드마크 포럼에서 이 여성은 기억상실증 상태를 가정하여 생각하는 훈련을 받았다. 만일 그녀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과거를, 그리고 아버지가 했던 이야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일 그렇다면, 이미 훌륭한 교육을 받고 충분한 지식과 능력도 갖춘 이 여성은 자신을 둘러싼 마음의 벽을 훨씬 쉽게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행복을 가로막는 사람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고, 그녀는 자신에게 늘 옳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어려서 들은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었다.

랜드마크 포럼은 이처럼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행동과 행동에 관한 나의 해석을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렇게 내 안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 자체가 허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책을 쓰면서도 과거 내가 마음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 그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곤 한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사실로 자리 잡고 있던 것들이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라 최선의 추측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처럼 추측에 불과한 것을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러한 추측들은 내 안에 점점 쌓이고 그것들이 나를 속박하게 되는 것이다.

 


랜드마크 포럼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70년대에 아버지가 에하르트 세미나 훈련과 에살렌 연구소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했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그때 아버지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셨는지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죽을 것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데 지쳐 있었다.
나는 뭔가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졌다.
나는 나의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나쁜 바이러스가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 거짓말을 하고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관리하기.
2. 반복적인 불평.
3.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 회피. (중고 자동차를 속여 팔았던 일 등)
4.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사실과 다르게 행동하기. (실제와 다른 척하기)
5. 친구, 부모 또는 사회가 나에게 반드시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의 사고력을 집중시키기.
6. ‘원한다’, ‘해야 한다’, ‘시도한다’ 등의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기.
7. 스스로 하겠다고 말한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변명하기. (예: 정시에 나타나겠다고 말한 일 등)
8.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선택을 제한하는 일. (예: 보라색 셔츠와 관련된 경험)
9. 사람들이 나에게 한 일을 용서하지 않음.

랜드마크 포럼에 참가한 수천 명의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사람들이 특별한 삶을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형편없이 양육한 부모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일에 관해 실제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연이 인간에게 이러한 불행한 상황을 겪게 만든 것은 인간이 스스로 가족과 마찰을 일으키고 가정의 울타리를 떠나서 어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나만의 괴상한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랜드마크 포럼 과정은 더욱 큰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주었다. 에르하르트 세미나 훈련 과정을 설립한 베르너 에르하르트(Werner Erhard)의 말에서 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내 삶이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위대함을 깨닫도록 영감을 주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쯤 해서 독자 여러분들도 대충 상상하겠지만, 랜드마크 포럼을 통해 내 삶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리처드와 스콧, 그리고 나는 모두 이 과정을 수강했기 때문에, 서로의 의사소통을 아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공감대를 갖게 되었다. 랜드마크 포럼을 통한 깨달음은 우리가 우리의 삶과 사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공통의 언어가 되었다.

나는 내 입으로 한번 한 말들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고 완결을 짓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내가 일단 뭔가를 하겠다고 말했다면, 반드시, 제시간에 끝내고, 상당한 완성도 높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탓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도 있고, 나 스스로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책임을 질 때만이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이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17년 동안 매주 8회 수영 훈련을 감당했던 엄격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살았다. 그래서 수영을 그만둘 때 ‘다시는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나는 사람들에게 7시에 저녁을 먹으러 오겠다거나, 오전 10시에 만나자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반드시 그걸 지켜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은 없었다. 자주 지각했고, 그로부터 3년쯤 지나니 나를 찾아 전화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친구들도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나 스스로 성실하지도 못했고, 아무도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내가 세운 계획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예전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사과했다. 그들 때문에 그들의 일상이 엉망이 된 적이 있었고, 화나게 된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내가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시간만은 제대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는 데 3년 정도 걸렸다.

“나는 지금도 랜드마크 포럼이 웨스트비치를 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싫든 좋든 같은 팀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협력하게 해줍니다. 랜드마크 포럼은 우리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문제에 주목하는 대신 해결책에 주목하도록 초점을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콧의 말이다.

우리는 웨스트비치의 직원들에게도 랜드마크 포럼에 참석하도록 했다. 웨스트비치는 이미 나름 틀이 잡힌 회사였고, 이미 형성된 문화와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랜드마크 포럼에 참석하도록 권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한동안 직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사고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보다 재킷을 구입하는데 500달러를 지출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랜드마크 포럼에서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얻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부인이 보기에는 좀 사이비 종교처럼 보이는 요소도 있다. 게다가 그곳에 참가하고 싶은 직원들에게 따로 자금을 지원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직원들은 자비로 참여해야 했다. 2000년 오프라 윈프리는 밴쿠버 출신의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초대해서 그의 저서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Power of Now)』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나는 톨레가 랜드마크 포럼에 참석하고 나서 책을 쓴 것이 아닐지 여러 번 추측 보았다.

나는 회사의 문화가 더 굳어져 폐쇄적으로 변하기 전에, 그리고 직원들이 평범한 삶과 그저 ‘나쁘지 않은’ 회사의 상황에 만족하기 전에, 아직은 성장의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이 포럼을 회사 경영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훗날 룰루레몬에서도 그렇게 했다. 결과적으로 랜드마크 포럼 덕분에 우리는 나중에 웨스트비치를 충분히 괜찮은 값에 매각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자멸했을 것이고, 룰루레몬을 창업할 돈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혼

일과 잦은 출장은 이혼의 원인이 되었다. 슬프게도 이혼 후 4년 동안 나는 아이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나는 아들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시간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각대로라면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업상의 출장이 너무 많았다. 이제 헤어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했다.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렸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일어난 변화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제이제이는 항상 가족이 함께 있기를 원했고, 그만큼 힘들어했다.

이혼과 별거는 많이 힘들었지만, 전처와 대화를 통해 과거를 뒤로하고 아들들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도 랜드마크 포럼 덕분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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