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경영/<룰루레몬 스토리>

07. 룰루레몬의 탄생

by BOOKCAST 2022. 6. 23.
반응형

 


 

전봇대에 붙은 포스터

웨스트비치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나는 밴쿠버로 돌아왔다. 1998년이었다. 나는 아들 제이제이, 브렛 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의 해변에서 생활했다.

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업적으로는 많은 시간을 희생해야 했다. 웨스트비치를 머로우에 매각한 후, 나의 근무지는 오리건주 살렘으로 바뀌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는 차량으로 6시간 거리였고, 나는 대부분의 주말을 아이들과 보냈다. 아들 제이제이는 “아버지는 항상 우리 곁에 계시지는 않았고, 아버지도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단다. 오늘은 너희들과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내일을 너희에게 갈 거야.’라고 말하면서 항상 우리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셨어요. 우리 형제들의 나이, 그러니까, 5~10살 정도의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죠.”라고 회상했다.

경영자로서 살아온 내가 다른 회사에 중간 혹은 고위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기업가로 살아온 사람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할 때 의외로 무능하다. 42세에 웨스트비치를 매각해서 손에 쥔 돈은 은퇴하기에는 너무 적었지만,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다음 행보를 구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타인의 시각으로 나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전에 수강한 랜드마크 포럼의 후속 과정인 심화 과정을 수강하기로 결심했다. 3일간의 과정을 통해서 나는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의 화두를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것’으로 정했다. 나는 사람을 위대하게 키우는 일을 나의 삶의 최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나는 스스로 내가 원하는 직장과 직책을 말하라면 서슴없이 나이키의 CEO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그 역할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만큼 운동과 신발, 스포츠 심리학, 스폰서 업무, 기능성 의류 등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때까지 내 마음속에 세계 스포츠 시장은 큰 미래가 구체적으로 밑그림처럼 그려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를 매각하여 손에 쥔 돈으로 나는 괜찮은 자동차 한 대와 키칠라노 지역에 있는 주택 한 채를 사들였다. 물론 내 아들들이 다니는데 적합한 학교도 알아보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의 일을 알 수 없는 만큼, 몸의 건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레슬링에서 철인3종경기, 수영,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에 스쿼시까지 어쩌면 나는 내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등 부위에 극심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통증을 해소할 만한 묘안을 찾아 헤매고 있을 무렵 전봇대에 붙은 요가 수업 광고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얼마 후 나는 피오나 스탕(Fiona Stang)이라는 요가 강사로부터 요가를 배우면서 또다시 거부할 수 없는 창조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요가 수업

요가 수업 현장에는 나와 강사 외에도 5명의 수강자가 더 있었다. 모두 18~28세 사이의 여성이었다. 요가를 처음 시작한 그때의 내 나이는 42살이었다. 수업은 요가 전용 수련장이 아니라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는 헬스클럽 한쪽 구석에서 진행되었다. 우리가 매트 위에서 요가 동작을 취하며 배웠던 클럽의 의 나머지 공간에는 수많은 운동기구와 기계들이 늘어서서 돌아가고 있었다.

1998년의 키칠리노는 대학을 갓 졸업한 미혼의 운동 애호가들이 성지처럼 여겼던 1970년대의 샌프란시스코의 하이트 애쉬베리(Haight Ashbury)의 90년대 캐나다 버전이었다. 눈 덮인 산맥, 여러 개의 요트클럽, 길게 이어진 해변, 수백 개의 해안의 섬들까지 전망이 정말 좋은 곳이었다. 또 세계 어느 곳보다 운동용품 매장이 많았고, 그린피스가 시작된 곳이기도 했고, 유기농 식품이나 운동을 즐기는 생활방식 등도 특별했다.

당시 사람들은 요가를 명상이나 밴쿠버 인근 지역에서 유행하던 건강공동체와 비슷한 일종의 히피 문화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강사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피오나 스탕은 아주 훌륭한 요가 강사였다. 침착하고 자신감 있고 똑똑하고 친근감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월 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전환사채 관련 일을 하다가 밴쿠버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바다와 산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남편과 저는 밴쿠버를 택했고,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요가를 가르치기 시작했지요. 정말 완벽하게 아름다운 삶이었어요.”

요가를 하려면 상당한 집중력과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과거 운동선수 시절처럼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평소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체구가 크고, 타고난 균형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이 즐거웠다.
나는 요가를 시작하자마자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새로운 창의적 충동

한 달 만에 수강자 수가 6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서 어쩌면 과거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에 이어서 어쩌면 요가가 또 하나의 거대한 유행의 중심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능성 의류에 대해 나름 전문가였던 지금 다른 수강자들이 입고 있는 땀에 젖고 헐렁한 면 소재의 봉제 옷보다는 더 나은 옷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998년의 헬스클럽의 패션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나는 땀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평생 거의 매일 하루에 세 번 이상 운동했고, 달리기 15분 전부터 땀을 냈고, 60분 후까지 땀을 흘리도록 체온을 조절했다. 나는 탈취제가 암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탈취제를 사용하는 대신 샤워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항상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었고, 내 옷은 엄청난 양의 땀을 감당할 수 있어야 했다. 나는 ‘내 옷이 너무 고급스럽지 않고 움직이기도 편안하다면, 세탁과 보관이 훨씬 편하고 관리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운동하는 동안 옷에 신경을 써야 한다면 그 옷은 운동에 적합하지 않다. 나는 운동복이 주는 불편함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항상 내 몸과 마음이 움직임의 순간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옷을 갖고 싶었다.

요가를 시작했던 초기에는 내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잠시 묻어두려고 애썼다. 나는 새로운 기회를 잡아 보고 싶은 충동을 무시해보려고 무진 애를 썼었다.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원래의 계획을 그대로 따랐다면 뒤에 다가올 여러 해 동안의 불확실성과 스트레스, 고된 노동, 책임, 부담, 재정 압박 등의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웨스트비치를 매각하면서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든, 안에서 솟구치는 아이디어로 인해 느껴지는 어떤 충동은 더욱 강해졌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나는 스포츠 업계에서 일어나는 유행의 파도를 5~7년 전쯤에 예측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42세였고, 원래 나의 목표가 40세에 은퇴하는 것이었다는 사실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업을 또다시 시작하려는 욕망을 애써 억누르기보다는 일단 마음 가는 대로 몸을 맡기기로 했다, 대신 새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나는 웨스트비치를 충분한 자본과 제대로 된 경험도 없이 창업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두가지를 모두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내 신념과 일치하는 사업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러한 자신감을 가진 데는 밴쿠버와 살렘의 머로우 사무실까지 6시간 거리를 자동차로 왕복하면서 청취한 수많은 오디오북 덕분이기도 했다. 나는 사업의 성공과 자기계발, 그리고 인간의 잠재력 등을 다룬 거의 모든 오디오북을 들었다.

나는 어느 날 요가 수업을 마치고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요가 전문가인 피오나와 다른 수강자들과 함께 요가 수련의 복장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피오나는 자신이 입는 요가복이 단스킨(Danskin)이라는 브랜드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회사 제품은 원단이 얇고, 생산비를 절감하고 싶어서인지는 모르지만 패턴도 사이즈보다 작게 잘랐기 때문에 요가로 고도로 단련된 신체를 가진 사람들에게나 적합한 제품이었다. 마치 무용복처럼 몸을 한껏 구부리면 원단은 신축성 있게 늘어나 거의 전구처럼 빛이 나듯 색이 밝아지고, 옷 속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우선 속이 들여다보이듯 비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 조금 더 두꺼운 원단을 사용하면 속이 비치는 문제도 해결하고, 특히 여성 생식기 부근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여 완벽한 여성용 요가복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인조섬유임에도 불구하고 인조섬유가 아닌 면과 같은 느낌을 주는 기능성 원단을 확보한 다음 습기를 흡수하고,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해 주는 기능만 추가할 수 있다면 완벽한 하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지금까지 없었던 요가 팬츠를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웨스트비치에서 20년 동안 주로 10대 소년들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했다. 이제 여성 의류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나는 피오나에게 만일 지금 입는 제품보다 가격은 세 배쯤 비싸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한 우수한 제품이 있다면 관심이 있을지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요가 의류 브랜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하고, 좋은 의견을 가감 없이 내주기를 부탁했다. 그녀는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제 나는 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칩은 내 뇌 안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싶어 했어요. 그는 요가에 대한 내 생각과 지식을 모두 알고 듣고 싶어 했어요. 칩이 자신의 사업 구상을 이야기할 때 얼마나 흥분하고 있었는 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가 자신의 사업에 관하여 느끼는 감정은 내가 요가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같은 것으로 생각해요.” 피오나는 말했다.

피오나의 관심은 고마운 것이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었다. 바로 두 아들 제이제이와 브렛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들이 언젠가 자신만의 열정을 찾도록 영감을 주고 싶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거운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영감을 주고 싶었다. 42세에 은퇴하고 점점 줄어드는 현금 뭉치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그들에게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어떤 영감도 전해줄 수 없다. 그 아이들은 이제 청소년기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나는 훌륭한 아빠 노릇과 사업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버지와 사업가라는 두 가지의 역할을 모두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제이제이와 브렛을 내 사업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사실 나는 웨스트비치라는 길고 커다란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는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제이제이는 말했다. “아버지는 우리를 사업에 참여시키셨기 때문에 사업의 초창기부터 기억할 수 있어요. 우리는 할머니를 뵙기 위해 밴쿠버에서 샌디에이고로 가는 비행기를 탔어요. 아버지는 체격이 크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운데 자리에 앉으셨지요. 브렛과 나는 아직 어렸지만, 비행기에서 룰루레몬의 로고를 그려보고 있었어요. 물론 우리가 그린 로고들 가운데 하나가 채택될지 어떨지는 그때는 알 수 없었죠. 그러나 아버지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창의력에 관한 책을 읽으시면서 우리가 그린 삐뚤삐뚤한 그림들을 어떤 식으로든 룰루레몬 로고에 반영시키셨지요. 아버지는 당신께서 하시는 일에 어떻게든 우리를 참여시키시고 싶어 하셨어요. 아버지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에게 가르치고 알려주는 게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이제 조각조각들이 퍼즐처럼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는 새로운 모험을 매일매일 어떤 식으로 펼쳐 나갈지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반응형

'경제·경영 > <룰루레몬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에듀케이터와 앰배서더  (1) 2022.06.25
08. 파워 우먼과 슈퍼걸  (1) 2022.06.24
06.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1) 2022.06.22
05. 동업하다.  (1) 2022.06.21
04. 사업에 눈을 뜨다.  (2) 2022.06.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