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기계발/<갓생사는 엄마들>

00. <갓생사는 엄마들> 연재 예고

by BOOKCAST 2022. 7. 6.
반응형

 

40대가 된 ‘82년생 김지영’

 

나는 1982년생이다. 국민학교 시절 우리 반에는 지영, 미영, 민정이라는 이름이 제일 흔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2016년 출간됐을 때 나는 둘째를 낳고 육아 휴직 중이었다. 같은 처지의 엄마들과 온라인에서 글을 주고받으며 ‘전투 육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존재를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 카페’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문학적 의미를 넘어 여러 사회, 정치적 논란을 거치는 걸 보면서 우리 또래 여성들도 이제 ‘58년 개띠’나 ‘386세대’처럼 하나의 세대로 대접받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학업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성취욕과 자신감이 높아 ‘알파걸’로 불렸던 우리였다. 또래 여성들이 엄마가 되어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슬픈 일이었다. 주위에도 좋은 대학을 나와 조직에서 유리천장을 뚫을 기세였던 워킹맘들이 엄마가 된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일이 많았다. 나도 그랬다. 아이를 낳고 복직하니, 승진과는 거리가 먼 부서인 ‘마미(mommy) 전용 트랙’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차례 육아휴직을 하면서 내가 아닌 남편이 휴직을 했더라면 하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김지영의 힘듦이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다른 사람에 빙의가 되었을까. 당시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3종 세트’를 속성으로 겪고 있던 나는 같은 고민으로 휘청거리던 동갑내기 그녀가 안쓰러웠다. 뭘 해도 억울한 그녀가 겪었던 혼란과 좌절, 도전 등이 내 일처럼 느껴졌다.

소설 속 30대 중반이었던 김지영도 이제 40대 초반이 되었다. 문득 40대의 김지영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거고, 숙제 챙기느라 집안일 하느라 여전히 바쁘겠지. 재취업한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다면 지금쯤 팀장 직책을 달았을 텐데 이제 조금 행복해졌을까. 아니면 더 힘들어졌을까. 소설 속 주인공의 안부가 궁금했던 건 아마도 너라도 잘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버티고 버티어서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우리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40대에 접어드니 30대 힘듦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기저귀와 아기 띠에서 해방되어 육체적으로 편해지는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다. 이번에는 몸이 따라 주질 않았다. 정신적으로 별것 아닌 일에 무너질 때가 많았다. 결혼,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체크리스트를 허겁지겁 채우기 바빴던 30대였다. 그 터널을 지나고 나니 거울 속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에 기미가 두드러져 보였고, 휑한 앞머리를 보곤 이리저리 가르마를 바꿔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인생의 절정을 겪어보지 못한 채 내리막길로 가야 하는 것일까. 더 큰 문제는 정말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꿈들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방향이 모호했고, 어떠한 성취도 그때뿐이었다. 나름 잘 살아온 것 같은데, 기쁨과 보람 대신 무기력과 피로의 반복이었다.


이렇게 살 수도 저렇게 죽을 수도

최승자 시인의 「삼십 세」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아니다. 결혼과 출산의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른의 시기는 늦어지고 있다. 예전 어른들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不惑)’이라는 나이는 적어도 내 나이 마흔 살에는 찾아오지 않았다. 어릴 적 마흔 살이 되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직장에서도 인정받으며 지혜롭고 여유로운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 될 줄 알았다.

막상 40대에 접어드니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헤매고 헷갈렸다. 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은 이상한 도돌이표의 반복이었다. 그 도돌이표를 여러 번 겪을수록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리고 가끔은 날 이렇게 만든 가족과 사회, 나 자신에 화가 나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 하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땐 좋은 대학에 가려 치열하게 공부했고, 대학 땐 좋은 직업을 얻으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아직도 우린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 좋은 직업을 갖든, 전업주부로 살든, 또래 엄마들은 다들 40대에 진로 고민을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산에 가자, 그런데 언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답답함이 임계점에 이르렀다. 정말 나는 이렇게 살 수도, 저렇게 죽을 수도 없는 걸까. 절박한 나를 이끈 곳은 바로 산이었다. 산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소리를 질러도 아무렇지 않은 공간은 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행히 같은 동네에 살던 친한 친구의 제안으로 산에 같이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대체 언제 산에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새벽밖에 없었다. 아이들 다 재우고 야간 산행을 할 수도 없었고 주말 점심 이후로 가려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했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산행을 위해선 아이들이 자고 있는 시간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매주 토요일 새벽 5시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두컴컴한 새벽에 여자 둘이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산이 익숙하지 않아 조난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새벽 등산 경험이 쌓일수록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몸은 피곤해도 정신은 더없이 맑아졌다. 나의 새벽 시간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매일 오전 4시 반 새벽 기상을 시작하면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고 내가 걸어온 길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앞으로 가야 할 일, 해야 할 일을 조금씩 그려보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새벽 기상은 현실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매일 아침 8시 출근해 저녁 8시 퇴근하고, 집에 와선 애들과 함께 잠드는 쳇바퀴 일상에서 ‘월급통장’ 건드리지 않고(퇴사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꿔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초반엔 잃어버렸던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50일 정도 지나니 소중한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지 고민이 시작됐다. 요즘엔 새벽을 더 생산적으로 보내려 ‘무식한 인풋’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실전에 조금씩 적용하고 있다.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운동 루틴들을 시험하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게 됐다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면 행복해질지. 남들의 시선과 기대가 아닌, 오롯이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바라보니 진짜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17년간 언론사 기자로 살아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 그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걸 글로 쓰는 게 참 행복했어. 그걸 다시 해보는 거야.”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

혼자서는 새벽 기상이라는 큰 벽을 넘기 힘들 것 같아 지난해 여름, 온라인 자기계발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새벽 기상, 재테크, 독서 등 여러 습관들을 정해 회원들과 함께 하는 온라인 모임이었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던 모임에서 나는 존 맥스웰이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에서 말한 ‘뜨거운 부지깽이의 원리’를 직접 경험했다. 이 원리는 부지깽이를 뜨겁게 하려면 불가에 두면 된다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내 의지가 강해야만 된다고 생각했던 편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내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가였다. 나보다 더 일찍 더 꾸준히 새벽 기상을 해왔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혼자서 할 때보다 재밌고 쉽게 새벽 기상을 할 수 있었다. 이들과 만나면서 깨달은 또 다른 사실은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 가운데 내 또래 엄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처럼, 비슷한 절박함으로 새벽에 일어났을까. 조금씩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그들의 삶을 소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의 마지막 장면처럼 펜을 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했다.

이 책은 현실에 고군분투하며 새벽 시간을 개척한, 엄마의 이야기다. 하루에는 두 번의 다섯시가 있다. 새벽 5시와 오후 5시. 누군가는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다섯 시를 두 번씩 만나는 엄마들이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절박함과 목마름, 열정과 의지가 엄마의 삶을 서서히 바꿔나갔다. 오랫동안 잠자던 새벽이라는 시간의 문을 두드려 새로운 습관들로 채우고, 비로소 엄마만의 시간을 쟁취했다. 눈물겹고 감동적인 갓생살기다.

이 책은 또한 새로운 시간과 습관, 꿈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나를 비롯한 엄마들이 어떻게 자기 주도적인 엄마만의 시간을 확보하게 됐는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소소하지만 유용한 팁도 전해줄 것이다. 곤도 마리에, 아리아나 허핑턴, 오프라 윈프리 등 성공한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루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아직 새벽 기상이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거나, 새벽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은 그 벽을 조금 낮춰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l 염희진

열 살짜리 아들, 여섯 살 딸을 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엄마다. 매일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18년차 언론인이기도 하다. 신문기자로 현장을 누비다, 현재는 방송국 보도국 데스크로 살고 있다. 매일 경제산업 분야의 뉴스를 만든다. ‘이렇게 살 수도, 저렇게 죽을 수도 없던’ 40대에 접어들면서 새벽기상을 시작했다. 워킹맘의 무거운 짐을 새벽기상을 통해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네이버블로그 : HTTPS://BLOG.NAVER.COM/URBANGREENER
※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은 미혼모 관련 단체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연재 목차]

01. 달라진 엄마의 시공간 : 나는 갓생 산다!
02. 사 남매와 함께 뛰면서 쓰레기 줍는 엄마 - ‘플로깅’ 전도사 이자경 씨 -
03. 온라인 N잡러가 된 경력단절 엄마 - 전자책, 모임으로 부수입 창출한 신지선 씨 -
04. 새벽 첫차 타고 ‘임장’ 다닌 주부 - 연 40번 임장으로 투자소득 올린 정민지 씨 -
05. 누구에게나 새벽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