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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갓생사는 엄마들>

04. 새벽 첫차 타고 ‘임장’ 다닌 주부 - 연 40번 임장으로 투자소득 올린 정민지 씨

by BOOKCAST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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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임한다는 뜻의 사전적 의미를 가진 ‘임장(臨場)’은 투자처와 주변의 교통, 상권, 학군 등을 직접 발로 뛰며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자기계발 커뮤니티에도 임장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주부 정민지 씨는 매주 새벽 첫차를 타는 모습을 부지런히 찍어 올렸다.

지난해 3월부터 한 주 간격으로 올라온 정 씨의 임장 사진은 10개월간 무려 40번이나 이어졌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빼면 거의 매주 간 셈이었다. 한반도의 끝인 여수, 그것도 교통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곳에서 강원도와 경북 일부 도시를 빼고 안 가본 도시가 없었다.

“하루 종일 정육점 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을 호강시켜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 방법으로 부동산 투자로 번 2천만 원을 인출해 남편에게 ‘돈 싸대기’를 날려보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금으로 주려는 이유는요? 돈의 기운을 손으로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잇따른 불행에 결심한 새벽 기상

2019년에는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다. 겪어본 적 없는 불행들이 자꾸 찾아왔다. 전셋집에 물이 새 이사를 가야 했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1인 시위를 할 생각까지 했다. 집 없는 설움이 이런 건가 싶어 덜컥 집을 계약했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지어지지 않을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물건이었다. 모르고 당한 것 같아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누수가 심한 집에 살다 보니 시험 며칠을 앞두고 폐렴이 왔다.

바닥을 친 상황에서 돌파구는 책밖에 없었다. 책에서는 모두들 아침 일찍 일어나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느라 밤늦게 자던 수면 패턴을 바꿔야 했다. 올빼미 생활이 익숙해져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김미경 강사의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매일 4시 일어나 새벽 기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한 울림을 받았다. 그때부터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5분씩, 10분씩 일찍 일어나기 시작해 청소, 설거지를 하거나, TV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수영을 하고 필사를 시작했다. 춤을 추는 것부터 명상, 기도, 강의 듣기, 만보 걷기 등 새벽에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 그렇게 새벽 시간이 몸에 익숙해지는 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주변에서는 ‘늙으면 어차피 아침잠이 없어질 텐데 폭삭 늙는다’고 걱정해요(웃음). 새벽 기상을 하지 않고도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새벽 기상이라는 규율 아래 자신을 두어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요즘에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5시 이후로 일어나요. 잘하는 것보다 오래,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어머님 밭일하실 때 전 새벽에 일어나요”

중학생 때 아버지의 투병 생활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식구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3학년 때 취업에 성공했지만 직장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시당했다. 야간대라도 가라는 선생님의 권유로 열심히 공부해 4년제 대학에 합격했지만 공부보다 생계를 중시했던 엄마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전문대로 진학해 다시 취업전선에 나섰다.

“내면 아이가 받았던 상처가 꽤 오래갔어요. 결혼 전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나를 채우고 싶은 욕구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출산 후에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었어요. 동시에 화도 많았죠. 늘 소리 지르고 악쓰는 불량 엄마였으니까요.”

하지만 새벽 기상을 통해 자신의 루틴을 잡아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 아이는 점점 강해졌다. 어떤 상황에도 대처하고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시어머니가 밭일을 도와달라고 하실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했지만 언제부턴가 “어머니가 밭일하시는 것처럼 저도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살아요.”라고 되받아 칠 수 있게 됐다. 엄마에 대한 서운함에서 시작된 깊은 갈등도 조금씩 피해 갈 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

그전까지 자신을 짓눌렀던 어려움들을 이제는 마주 보고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스스로에게 ‘괜찮아’라며 위로를 할 수 있게 됐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겼어요. 새벽에 함께하는 친구들도 생겼고요. 여전히 못 하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뭐 어때, 새벽에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면 가장 좋은 점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가게로 나가는 남편의 출근길을 배웅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남편 위해 시작한 임장

고3 때부터 이른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결혼 후 더 이상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남편이 대출을 싫어했기 때문에 가게에서 일해 얻은 수입을 차곡차곡 모아 그동안 빚진 것을 갚았다.

어릴 적부터 가장 노릇하며 힘들게 살았기에 그는 남편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경매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부동산 투자에 눈을 떴고, 조금이라도 벌어 남편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1년간 부동산을 사고팔아 남편에게 현금 2천만 원을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종이에 적고, 녹음파일로도 남겼다. 부동산 강의를 들으면서 함께 임장을 다닐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2021년 3월부터 부지런하게 임장을 다닌 끝에 그는 한 해에만 6건이 넘는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거둔 투자 수익은 예상치의 3배가 넘었다. 은행에 가서 5만 원 권으로 400장을 뽑았다. 목표했던 2천만 원이었다. 일부는 새로 산 장지갑에 넣고 나머지는 묶음으로 뽑아 남편에게 ‘돈싸대기’를 날렸다.

가게를 비울 수 없어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는 남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가장 큰 소득을 얻었다고 했다.

“결혼해서 돈 한 푼 벌어보지 못한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방방곡곡 좌충우돌 임장기

임장을 하는 날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쯤 출발하는 첫 기차를 탔다. 기차역에서 렌트카를 빌려 임장 지역으로 갔다 주변 인근을 둘러본 후 부동산 다섯 곳 이상을 방문했다. 일정을 다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넘었다.

“처음엔 부동산 사장님들이 해주는 이야기의 절반도 이해를 못 했어요. 가끔 임대인 임차인 용어가 헷갈렸고요(웃음). 부동산에서 사장님과 투자자들이 하는 얘기를 녹음해 집에 가서 다시 들으며 ‘복기’하기도 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서너 번 다니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생겼고 저만의 촉이 발동하더라고요.”

돈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 비교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뭔가를 사기 위해, 무언가가 되기 위해 돈을 벌고 싶었다면 지금은 거창한 게 아니어도 돈은 꼭 필요했다. 또한 돈에는 마음과 감정이 있다고 믿었다.

좋은 마음을 먹으면 돈은 그런 사람에게 자연히 오게 된다고 생각했다.

“돈은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에요. 작은 것이지만 주변을 챙기고 나누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말로만 만나자고 하고 커피 한 잔, 밥 한 끼 안 사는 것은 너무 삭막해요. 임장 가서도 좋은 거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사서 나눌 수 있는 게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나누는 일을 하려면 제게는 누구보다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부지런히 새벽에 일어나 임장을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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