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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갓생사는 엄마들>

05. 누구에게나 새벽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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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상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하루도 빠짐없이 벌떡벌떡 일어났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새벽 기상이 몸에 무르익었다고 생각할 무렵, 고비가 찾아왔다. 온몸이 무기력해지고, 머릿속에서는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만큼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캠핑장에서 거침없이 타오르는 장작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활활 태우기만 했구나. 새벽에 일어나서 책 쓰랴, 회사에서는 12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뉴스 만들랴, 집에 와서는 아이들 숙제 챙기랴, 앞뒤 없이 불태우기만 했더니 장작이 거덜 난 줄도 몰랐던 것이다. 더 이상 태울 장작도 남아있지 않으니 꺼져가는 불꽃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흔히 말하는 ‘열정 비수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새벽에 익숙해진 줄 알았던 몸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기껏 공들여 쌓은 모래성이 한차례 파도에 밀려 사라지는 것처럼 허망했다. 손에서 책을 놓은 대신, 휴대전화로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했고, 운동을 빼먹는 날이 늘었다. 다시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고 무한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갑자기 부끄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새벽 기상 전도사처럼 굴었던 일, 밤늦게 자는 워킹맘 친구에게 인생을 바꿀 유일한 해답은 새벽밖에 없다며 자신했던 일, 부지런히 근육을 키워 올 연말에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겠다고 남편에게 호언장담했던 일 등등.

하지만 한번 깨어났던 온몸의 세포는 쉽게 죽지 않았다. 한차례 열정 가뭄을 겪고 나니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새벽에 눈이 떠졌고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맸다. 읽은 책 한 줄이 열정을 지펴줄 장작이 되었고, 새벽에 내리는 커피는 어느 때보다 훌륭한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한두 차례 슬럼프를 겪고 나니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새삼 궁금해진다. 하루를 불태웠을 엄마들에게 새벽에 일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 지금도 온 힘을 다해 살고 있는 엄마들에게 없는 시간을 쪼개 쓰라고 독촉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안 그래도 절벽 위를 위태롭게 걷는 엄마들에게 자꾸만 등을 떠미는 게 아닐까 조심스러웠다.

주위 엄마들에게 새벽 기상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더 이상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쉬고 싶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그 반응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는다. 누구에게나 새벽이 필요한 순간은 찾아오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경력단절여성으로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함에, 힘들게 일하는 남편의 고생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의 엄마들은 새벽을 열심히 두드려 이 시간을 개척했다. 나 또한 그랬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날, 열심히 뛴 것 같았는데 자꾸 제자리로 돌아왔고 작은 돌부리에도 자꾸 넘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해본 모닥불놀이에 쉴 새 없이 장작만 던지던 나를 보고 캠핑장 사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에휴, 손님. 그렇게 하면 불이 붙질 않아요. 우물 정(井) 자로 장작을 쌓아야 불길이 잘 붙고 오래가지. 요령이 중요해요. 요령이.”

이 책은 나를 비롯한 엄마들이 새벽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시간과 꿈을 되찾았는지 그 과정과 요령을 다룬 책이다. 엄마들 역시 처음에는 힘들고 서툴렀다. 하지만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함과 의지로, 새벽이란 시공간을 자신의 꿈을 되찾는 무기로 만들어냈다.

이 책에 담긴 새벽 기상의 비법은 어렵거나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된다. 시간의 축을 조금씩 당기면 새벽이 하루의 시작이자 중심이 된다. 밤늦게까지 육아에 시달리다 또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닌, 조금 일찍 자고 조금 일찍 일어나 보자는 것이다. 시간을 쪼개 쓰는 것이 아닌, 있는 줄도 모른 채 잊혀진 시간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니 새벽 기상이 거창하고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

‘dawn’이라는 영어 단어에는 ‘밝다, 시작되다’라는 뜻 말고도 ‘분명해지다, 이해되기 시작하다’라는 또 다른 뜻이 있다. 그렇다. 새벽에는 공기를 바꾸는 묘한 기운이 있다. 어둑한 밤의 기운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흐릿했던 것이 분명해지고, 힘들었던 어제가 다시 새로운 오늘로 리셋된다. 누구에게나 공평히 주어진 이 새벽은 ‘누구나 일어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즐길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은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오늘 당장 ‘이불킥’을 해보길 바란다.

새벽의 문을 열어준 남편, 새벽 기상의 이유가 된 율과 은, 새벽 기상의 롤 모델 아빠, 든든한 지원군 엄마, 송이와 수정 선배를 비롯해 새벽을 응원해 준 친구들과 선후배,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자신의 새벽 이야기를 기꺼이 전해주고 책에 실을 수 있게 허락해 준 ‘갓생맘’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애쓰신 미다스북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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