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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학/<얼음에 남은 지문>

03. 기온, 강우, 해수면, 폭풍의 관계는 어떠한가?

by BOOKCAST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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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기후는 10년 또는 그 이상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을 만들어 낼 잠재력을 지녔다. 한두 해의 가뭄은 창고에 저장한 음식으로 버틸 수 있지만, 더 길게 이어지면 버틸 수 없다. 계속되는 가뭄은 식생과 토양을 가뭄이라는 조건으로 ‘고정’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가뭄을 확실히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대비하기 힘들다. 별개의 기후 모델이라도 전 세계의 평균 기후 변화에는 같은 결과를 제시하지만, 가뭄과 같은 국지적인 변화에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가뭄은 대체로 모델에서 예측한 가뭄보다 훨씬 심하다. 아마도 모델에서는 토양과 식생 사이의 피드백이 누락되거나 너무 약하게 처리되었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빙하 녹은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살윈강, 메콩강, 양쯔강, 황허강 주변에 사는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담수를 공급해 주고 있다. 겨우내 산지에 쌓인 눈은 봄여름에 물을 흘려보내고 농사에 요긴하게 쓰인다. 페루의 안데스산맥,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산지에서도 빙하는 여름에 물을 공급한다. 빙하가 줄어들면 이 지역의 물 공급 또한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해수의 표층 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알려진 열대성 저기압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열대 폭풍이 발생하려면 바람이 수렴해야 한다. 매년 80~90개 정도의 열대 폭풍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일부가 충분히 발달하여 허리케인이 된다. 일단 열대 폭풍이 만들어지면 해수의 온도에 따라 허리케인으로 발달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바람 또한 열대 폭풍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열대 폭풍은 동일 조건에서 해수면이 따뜻할수록 위력이 더 세진다. 위성사진으로 허리케인의 강도를 재구성해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강해진 듯하다. 실제로 폭풍은 현재 이론상 예측보다 더욱 강하고 빨라졌다.


미국해양대기청은 허리케인의 증가 원인을 수십 년 주기를 갖는 대서양 해수면 온도의 진동인 대서양 수십년 진동(Atlantic Multidecadal Oscillation)으로 보았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에는 지구 온난화의 명확한 흔적이 남아 있다. 즉 현재 해수면 온도가 대서양의 온도 주기상 1940~1960년의 마지막 정압 단계(압력이 일반 대기압보다 높은 구간)일 때보다 따뜻하다. 만약 온난화가 자연적 주기가 아니며 폭풍이 온난화 이후에 발달한다면, 폭풍도 엄밀하게 자연적 주기를 갖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둡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허리케인이 온난화와 더불어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실한 위험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허리케인이 얼마나 강해질지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기후 시스템에서의 허리케인 발달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다음 세기에는 해수면이 약 0.2~0.6m 정도 상승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해수면 상승은 고도가 낮은 연안 지역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해수면이 크게 상승한다면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상하이, 뉴욕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투발루와 바누아투 같은 열대 태평양 섬나라 원주민들은 대피 계획을 이미 세워 두었다.

IPCC의 예측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의 3분의 2는 해수의 열팽창에 기인한다. 해수의 온도 상승이 멈추고 새로운 기후가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린다. 해수의 열팽창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서 벗어나는 데도 역시 수백 년이 걸릴 것이다. 해수면 상승의 나머지 요인은 육지에서 녹는 얼음이다. 대부분 아이슬란드와 알프스 등지의 산악 빙하, 소규모 빙하 그리고 만년설이 녹는 것이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커다란 빙상이 다음 세기의 해수면 상승에 거의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델 계산도 있다. 빙상에 대한 모델에서 일반적으로 온도가 약 3℃나 그 이상 올라가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았다. 그린란드의 얼음은 해수면을 7m 상승시켜 전 세계 해안선을 바꿀 만큼 충분한 물을 가지고 있다. 빙하 융해에 대한 모델들은 대체로 그린란드가 녹는 데 수백년, 심지어 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즉 100년 이내에 많이 녹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점은 예측에 사용된 빙하 모델이 실제 빙하의 움직임을 예측하기에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모델로는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융해 사건에 대한 과거의 기후 기록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5만 년 전에 있었던 하인리히 사건이다. 이때 로렌타이드 빙상이 100년 단위의 기간에 붕괴되었고 북대서양에 많은 빙산이 떠다녔다. 또 다른 예는 해빙수 펄스 1A로 불리는 약 1만 4천 년 전의 사건으로, 이때 그린란드 3개 크기만큼의 얼음이 몇백 년 동안 녹아서 바다로 유입되었다. 

로렌타이드 빙상이 하인리히 사건을 유발한 방식으로 오늘날 그린란드가 바다로 붕괴된다면 더는 걷잡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서남극 빙상이 바다에 떠다닐 수 있다. 그러면 북대서양의 해수 순환이 바뀌어 잠재적으로 북유럽과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기후가 바뀔 것이다.

남극대륙은 기온이 상승하더라도 남극 기온 자체가 어는점보다 한참 낮아서 빙상이 크게 녹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빙하 얼음은 바닷물과 접촉하기 전까지는 녹지 않는다. 공기가 따뜻할수록 눈이 더 많이 내리는 만큼, 다음 세기에 남극 빙상은 더 커지리라 전망된다. 남극대륙에서 측정한 빙상 두께가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서남극 빙상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흐름은 일련의 빙하류氷河流가 좁은 통로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으로, 모델로 예측하기 어렵다. 빙하류는 매년 수 킬로미터의 아주 빠른 속도로 흐르는데, 내리막을 따라 매년 수 미터의 느린 속도로 흘러내리는 고착성 빙하를 뚫고 지나간다. 빙하류가 주위의 얼음보다 더 빠른 이유는, 움직이는 동안 마찰로 열이 발생하고 바닥 면에 윤활 작용을 하는 녹은 물이 제공되어 흐름이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특히 얼음 표면이 이미 녹아 있다면 빙하류는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서남극 빙상에서 흘러나온 빙하류는 물에 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 평원인 로스 빙붕으로 흘러간다. 빙붕에서 모델이 예견하지 못한 참혹한 양상을 볼 수 있다. 2002년 남극 반도의 라르센 B 빙붕이 파열되어 미국 뉴햄프셔주(약 2만 4천 km2)와 맞먹는 얼음 지역이 불과 며칠 사이에 작은 빙산들로 이루어진 푸르고 걸쭉한 덩어리로 바뀌었다(그림 5). 얼음 표면에 해빙수 웅덩이가 생기면서 일어난 파열이었다. 겉보기에 수직 형태의 이 물웅덩이는 얼음 안에 틈새를 만들어 구조를 약화했다. 갑작스러운 빙붕 파열을 두고서, 얼음 속 틈새의 간격이 너무 가까워서 얼음 조각들이 길고 유동적인 도미노처럼 무너졌다는 이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림 5.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남극 반도 라르센 B 빙붕의 붕괴 모습
 

 

빙붕은 이미 바다에 떠 있는 상태이므로, 붕괴된다 해도 해수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빙붕 쪽으로 흐르고 있는 빙하류는 빙붕이 떨어져 나가면 더 빨리 흐르기 시작한다. 이는 그린란드에서 녹고 있는 야콥샤븐 빙하의 이스브래 빙붕의 상류, 그리고 앞서 언급한 남극 반도의 라르센 B 빙붕에서 관찰되었다. 서남극 빙상은 로스 빙붕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라르센 B 빙붕에서 본 것과 같은 해빙수 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만약 로스 빙붕이 파열된다면, 서남극 빙상의 융해가 가속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재 그리고 지질학적 과거로부터의 관찰은, 빙상이 믿음직한 모델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갑작스레 녹을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빙상은 바다의 빙산으로 바뀌고 햇빛이 있는 저위도로 떠내려 갈수록 빠르게 녹는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도 일어났다. 이에 대해서는 10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해수면 상승은 때때로 아주 느리거나 아주 빠르게 인간의 삶을 침해한다. 해수면 상승 때문에 농지는 소금으로 오염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의 저서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High Tide》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소금물은 지하수의 수면을 따라 상승하고, 서서히 모든 것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다공질의 육지로 이루어진 투발루에서는 방파제와 제방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섬 주민들은 바다 건너에서 음식을 들여오고 있으며, 10년 안에 대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주 가능한 섬 주민은 1만 명이며, 슬프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나 중국에 사는 수백만 명의 영세 농민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수면 상승은 홍수와 폭풍 해일을 더욱 강화한다. 홍수
는 강우량이나 융설(눈이 녹는 것)과 같이 기후와 관련되거나, (인간 주거지의) 토지 이용과 하천 관리(댐과 세금) 등의 여러 요인으로 일어날 수 있다. 폭풍 해일이 일어나면 허리케인 같은 커다란 폭풍 내부의 저기압으로 해수면이 높아진다. 해일은 몇 시간 또는 며칠 만에 왔다 간다는 점에서 만조와 비슷하다. 만약 허리케인이 심해지면 폭풍 해일이 더욱 세차게 일어나 전 세계의 해수면 상승이 가중될 것이다.

한 가지 확고한 예측은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저개발 국가에서 가장 심하게 느껴지리라는 것이다. 폭풍, 쓰나미, 지진과 같은 자연의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부유한 나라보다 빈곤한 나라에서 많은 편이다. 미국에서 한 세기 동안 지구 온난화가 일어난다면 신문의 헤드라인은 불편한 여름, 여러 차례의 가뭄, 허리케인 등으로 점철될 것이다. 좋은 대처 사례는 네덜란드로, 국토의 저지대를 바다로부터 보호하고자 제방을 건설하고 유지해 왔다. 반면 방글라데시는 해안이 길고 경제적 자원이 부족하여 해수면 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측면에서는 온실 기후가 유익할 수도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식물에는 영양소다.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식물의 생장 기간은 길어지고 강우량도 많아져 농업에 이로울 것이다. 대체로 이산화탄소 상승으로 인한 충격은 지금껏 견뎌 온 것과 같은 가벼운 기후 변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섞이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2100년에 대한 예측처럼 강력한 기후 변화는 이로운 것보다는 해로운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한 세기가 지나면 실질적인 관심이 사그라든다. 보통 합리적인 이기주의로 마무리되며, 온난화에 관한 많은 책이 여기서 끝난다. 지구는 오래되었고, 많은 기후 변화를 겪어 왔다. 먼 과거의 기후 변동은 미래 예측을 평가하는 장을 제공한다. 지구 온난화는 정말로 큰 사건일까, 아니면 늘 그렇듯 자연스러운 것일까?

첫 세기는 인상적인 시작일 테지만 지구 온난화의 기후 영향은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물론 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까다롭다. 예를 들어 인간 사회의 머나먼 미래를 누구도 자신 있게 전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탄소 순환과 미래의 기후 진화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과거의 사건을 살펴보았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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