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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요리/<취학 전 1000권 읽기>

02. 책 골라주기, 직접 고르게 하기

by BOOKCAST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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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떤 책들을 읽혀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다들 좋다고 하는 책이 내 아이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고, 자칫 필독서라는 도서를 억지로 읽히려 했다가 오히려 책에 대한 흥미만 반감시킬 수도 있다. ‘읽어야 하는’ 책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간혹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한다. “이 책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이야” 혹은 “이런 책은 읽으면 안 돼”라는 말로 아이의 독서 행위를 통제하는 광경이 그것이다. 즐거움을 느껴서 하는 활동이 아닌, 의무감에서 시작된 행위는 아이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또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전달하고 꾸준한 독서 습관 형성을 통해 한 아이를 평생 독자로 키워내겠다는 천권 사업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물론 초보 독자인 어린이가 책을 고르는 데는 양육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책을 고르는 안목과 기술 또한 아이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점차 성장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게 될 즈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이 능력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

먼저, 양육자와 어린이가 책을 고르는 비율을 조정해본다. 부모가 백퍼센트 책을 골라주는 방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처음 책을 접하는 경우, 부모와 아이가 7 대 3 정도로 책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아이도 스스로 책을 고르고 실패해보는 경험이 필요한데, 그 경험이 앞으로 안목을 기르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자, 적시, 적서(To supply the right book for the right person at the right time)’라는 말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독자의 성향과 흥미를 고려해 도서를 선택하라는 이야기로, 미국도서관협회의 초기 도서 선정 기준이기도 하다. 이 말에 따르면 고른 독서를 위해 인문, 사회, 과학 등 모든 분야가 갖춰진 전집 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하나라도 흥미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의 책을 많이 읽히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정독이 가능해지고, 깊이 있는 독서로 이어져 곧 연계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고르는 책은 아이의 평소 관심사와 취향을 고려해 7/10 정도 비율로, 양육자의 독서 지도 관점에 부합하는 도서를 3/10 정도 비율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책을 고르기 전에 좋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하는지, 평소 궁금했던 분야가 있는지 등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린이 스스로 책을 고르는 경우에는 다음의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볼 만하다. 먼저 평소에 좋아하거나 흥미를 느꼈던 것들을 떠올린다. 그 이유도 생각해 보도록 한다. 어떤 아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예측해야 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또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과학 동화를 좋아할 수도 있다. 단순히 예쁜 삽화가 많은 도서를 선호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다.

한편,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기준은 ‘싫어하는 것’들이다. 내용의 길이가 너무 길다거나,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 이야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들의 리스트를 정리하다 보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첫 번째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정했다면,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우리 집의 서가든, 책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보자.

다음으로는 제목과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드는 도서를 골라본다. 흥미를 끄는 제목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표지 그림들이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은 도서 마케팅의 핵심적인 요소다. 책의 내용과 성격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단어 혹은 문장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크다.

책 표지 역시 마찬가지다. 표지에 실리는 그림은 책의 내용을 부연 설명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상징과 은유를 담은 창작물이다. 그림 작가의 해석과 의도가 담긴 매개이자 독자와의 또 다른 대화 창구다. 제목과 그림만으로도 우리는 어느 정도 책의 뉘앙스와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겉모양만으로 고른 책이 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여러 번 실패할 수 있으나 반복해 시도한다면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Image by rawpixel.com
 

우연히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몇 권 있다면 이것은 아주 좋은 신호다. 책을 고르는 데 있어 어쩌면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을 얻은 셈이니까. 흥미로웠던 책의 글이나 그림 작가를 살펴보고 그 작가들의 또 다른 도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판사에서 작가별 도서 출판 혹은 컬렉션을 만드는 이유는 많은 독자가 그러한 방식으로 책을 고르기 때문이다. 작가 특유의 특정한 경향이나 문체, 표현 방식 등은 실패 확률이 낮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작가를 살펴본 후에는 책의 내용,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 분야와 장르 등을 찬찬히 따져본다. 추후 책을 고를 때 좋은 선정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런 방법에 따라 독서를 진행했다면 다음은 도서를 평가할 차례다. 재미있던 책과 애매했던 책, 전혀 재미없던 책들에 별점을 매기고,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지 여부도 따로 기록해둔다. 어린이들은 재미있게 읽은 책 혹은 좋아하는 책들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 경향이 있다. 나만 해도 어릴 적 《빨간 머리 앤》, 《작은 아씨들》을 비롯해 찰스 디킨스 같은 작가의 책을 수없이 읽었던 경험이 있다. 초등학생을 지나 대학생,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다 아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는 판본들과 영상 매체로 변주되는 이야기를 대부분 챙겨 본다. 익숙한 가운데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이렇게 고른 책들은 각기 다른 서술방식과 형태를 갖췄을 것이다. 종류로 나누자면 그림책도 있을 수 있고, 지식 정보서, 전집류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내용과 형식이 다른 만큼, 각자 적절한 접근 방식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장르에 관한 이야기다. 성인 도서만큼이나 어린이 책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유아 시기에 많이 접하는 그림책에서부터 글자 수가 좀 더 추가된 동화책, 소설류, 사회 및 과학 등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책, 인물이나 역사를 다루는 책, 전집 등이 있다. 성인도 각자 분야에 따라 선호하는 이야기 방식이 있다. 경제서나 과학서 등 정보 탐색용 도서를 주로 읽는다든가 소설이나 에세이를 선호할 수도 있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여서, 글이 적고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할 수도 있고 과학 탐구 동화를 좋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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