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을 지하 3m까지 판다고 생각해 보자. 10cm 정도의 지름으로는 그 정도 깊이까지 팔 수 없다. ‘깊이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철학자 스피노자가 남긴 말이다. 책도 땅을 파는 것과 비슷하다. 깊이 읽기 위해서는 넓게 파는 수밖에 없다. 넓게 파다 보면 결국 깊게 팔 수 있다. 이런 독서의 기초 장치를 마련하는 것 중 가장 간편한 도구가 북 큐레이션이다.
북 큐레이션은 특정 주제에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인데, 결국 과거로 따지면 ‘~할 때 읽으면 좋은 책’, ‘추천도서’ 혹은 연계도서인 셈이다. 천 권으로 향하는 우리 가족의 테마 독서법 설계는 결국 우리 가족만의 북 큐레이션 설계, 즉 연계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주체 찾기. 북 큐레이션의 가장 핵심적인 작업이다. 주제 찾기의 가장 간편한 방법은 마인드맵을 설계하는 것이다. 한 권에서 시작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림책 큐레이션은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 한 권에서 뻗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방법은 출판사 전집을 한두 권 읽는 것이나 비슷한 책 두 권을 읽는 것,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교훈성 주제를 가져오는 것보다 아이의 흥미나 호기심, 감동이나 관심을 연이어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주제 찾기를 할 때 가장 좋은 도구는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읽는다고 생각해 보자. 책을 읽고 생각나는 것 몇 가지를 무작위로 적어본다. 아이에 따라 더 기발한 키워드가 나올 수 있다. 아이가 유독 마음에 드는 키워드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을 타깃으로 다음 책을 정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림책을 뻗어나가다 보면 한 가지 주제에 몇 가지 책이 모이게 되는데, 그 책들을 모아 정리해 보면 아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주제에 흥미를 느꼈는지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우리 아이만을 위한 북 큐레이션이 탄생한다.
이런 방사형 기법은 최근 도서관에서 발행한 초등 천 권 읽기 《하루독서 내비게이션》에서도 활발하게 쓰였는데, 책을 정할 때 글의 양을 고려해서 한 주제에서 점점 단계를 높여가는 방식을 사용해도 좋다. 북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것 자체도 훌륭한 독후활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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