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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07. 나의 감정을 명확히 바라보는 법: 알아차림

by BOOKCAST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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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감정에 귀 기울이기

감정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시나요? ‘넌 너무 감정적이야’ 혹은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안 돼’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이성보다 감정을 부정적이고 통제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미성숙한 사람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칭찬받았을 때 ‘뿌듯해하면서도 민망해하고, 칭찬받지 못한 다른 이를 신경 쓰는 개’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황홀함을 느끼면서도 이것이 또 사라지겠구나 싶어 씁쓸해하는 원숭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고도로 발달한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입니다. 물론,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습니다. 혐오, 공포, 기쁨, 불안과 같은 원초적 감정입니다. 감정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입니다. 억지로 발생시키려 해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막는다고 해서 막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각 감정에는 역할이 있습니다. 낯선 것에는 경계를, 위험한 것에는 공포를, 상한 것에는 혐오를 느끼게 하여 유기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 주는 것입니다. 긴장과 불안은 현재 상태에 머물지 않고 무언가 대비하거나 노력하게 하고, 기쁨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 자기 일과 삶의 방향을 찾게 하고, 사랑과 행복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집니다. 그러므로 감정은 결코 무시되어야 하고 열등하고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우리 삶의 나침반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물론 불편하고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막상 감정을 느끼려 하면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 나가면 차츰 익숙해지고 일상이 됩니다.

출산 후 겪는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덩어리진 감정이 크나큰 분노나 우울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좌절감, 실망, 아쉬움, 두려움과 같은 세부적인 감정들로 느껴질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감정을 명확히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입니다.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순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일’을 말합니다.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왜 이러지’ 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며 ‘내 몸이 어떻지? 내 기분이 어떻지’ 하고 느낌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리고 느낌을 알아차리려면 ‘멈춤’이 필요합니다. 1분 1초도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육아 중에 멈춤이라니?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심호흡하며 1초라도 내 안에 머물러 순간순간을 알아차려 보세요. 잔뜩 올라간 어깨, 굳은 목, 높아져 있는 목소리, 터질듯한 가슴이 느껴질지 모릅니다. 당장 무엇을 어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나 스스로 ‘너무 바쁘지? 버겁지’ 하고 다독이세요. ‘내가 지금 무섭구나, 내가 지금 아쉽구나’ 하며 잔잔한 감정도 읽어 봅니다. 20% 정도만이라도 위안을 얻고, 진정시킬 수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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