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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05. 산후 우울증에는 무조건적 000 00이 필요하다.

by BOOKCAST 202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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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보건소에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다는 말에 문의 후, 난생처음으로 아이를 안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상담까지 어떻게 기다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품고 그 간극을 버티며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을 것입니다. 상담 시간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질끈 묶고 뒤돌아보니 아이가 엎드려 “엄마, 나 뒤집기 한 거 봤어요” 하듯이 아주 귀엽고 해맑은 얼굴로 고개를 세웁니다.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죽을 것 같이 무너지는 시간에도 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자라고 있었습니다.

낯선 공간에 들어서 낯선 사람을 만나자 아이는 여지없이 울기 시작합니다. 엄마도 울고, 아이도 울고. 아기 띠를 한 상태로 아이를 달래며 푸근한 인상의 남자 선생님께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상담사가 사용하는 기술 중에는 ‘자기개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내담자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개인 경험을 상담사가 개방하는 것으로 이는 의외로 높은 효과를 보입니다. 깊은 통찰로 이끌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우선 내담자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보편성을 깨닫게 하고 위로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한 가지 자기개방을 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아내와 어떻게 키웠는지를 이야기하시자, 저는 비난이나 제재 없이 실컷 울 수 있었습니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울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제재가 따르나요?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달랜다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울지 마”인걸요. ‘눈물이 나지? 울어도 돼. 괜찮아. 눈물이 그칠 때까지 곁에 있어 줄게. 지금 마음이 어떤데’라고 마음으로 묻는 상담사가 있는 공간에서 실컷 울기만 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위안을 얻습니다. 상담에서 받을 수 있는 것, 상담사가 자신을 갈고닦으며 제공하려 애쓰는 것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거든요. 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라는 개념은 ‘카운슬링(counseling)’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인간중심치료이론의 창시자 칼 로저스(Carl Rogers)가 이야기한 개념입니다. 그에 따르면, ‘개인의 주관적 경험은 다른 사람의 과점에서 보기에 부적절하고 이상한 것일지라도 그 자신에게 체험된 진실이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합니다. 울 만한 이유, 아플 만한 이유까지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그것을 수용 받을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고 발전을 모색할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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