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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02. 초보 엄마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이것?

by BOOKCAST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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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상향 비교는 독이 된다

자신이 향상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때 하는 행동으로 ‘비교’가 있습니다. 그중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비교를 ‘상향 비교’라고 합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상향 비교는 타인과 자신의 차이점을 인식하게 해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비교를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우울감이 높고 행복 수준이 낮으며, 자신을 열등하게 여겨 부정적인 자아상 형성과 미래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합니다. 열등감은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을 부족하고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므로 상향 비교가 자주 이루어질수록 상승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갑자기 연구 결과를 언급하는 이유는 위의 과정이 우울로 향하는 지름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갓 엄마가 되어 잘한다고 할 만한 게 없으니 자꾸 앞서 간 사람들을 커닝하며 나를 그들보다 낮게 평가했습니다. 아이를 둘이나 낳고 키우는 친구들이 갑자기 대선배로 보입니다.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어린애로 보였을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 모든 걸 나한테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다 해냈단 말이야? 말했는데 내가 충분히 알아듣지 못했을 수도 있지’ 지금은 여유 있게 아이들을 대하는 친구들이 언니 같습니다. 아이를 셋이나 키운 제 친척 언니는 이 순간 가장 존경스러운 사람입니다. 이런 충격과 깨달음은 ‘그동안 너는 보잘것없었어.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얼마나 한심하고 철없어 보였겠니’ 하며 저에 대한 평가와 비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엄청난 진통을 거쳐 출산하고 회복하고, 존재의 위기와 수면 위의 위기 속에서 아이를 몇 년이나 키워내고 둘째까지 낳았다고’ 문득 거기다 대고 기념일에 남자친구와 싸운 ‘사소한 것’을 상담하고, ‘배웠답시고’ 부모 상담을 진행한 것 등이 스치며 나의 고유하고 정당했던 경험들을 평가 절하합니다.

비교는 육아 수행뿐 아니라 자신감이나 모성이라는 측정할 수 없는 개념에 대해서도 시작됩니다. 결정을 잘 내리는 결단력을 비교하고, 똑같이 잠을 못 자고도 활기찬 체력을 비교하고, 남편도 비교합니다. 내 남편은 밤 10시에 퇴근하는데 저 엄마는 늘 남편과 붙어 있는 것 같고, 나는 저렴한 기저귀를 쓰는데 저 엄마는 오가닉 기저귀만 쓰는 걸 보니 질투가 납니다. 그래도 하지 않았으면 좋은 것, 아기도 비교합니다. “아기 몇 시에 자요? 몇 시간에 한번 먹어요? 몇 미리요” 묻다가 다른 아기들도 이렇게 자주 깨고 잠투정이 긴지, 나만 아기를 못 재우는지, 내가 아이의 신호를 못 읽는지 싶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비교는 나중에 왜 늦게 걷는지, 언제 말하는지를 비교하게 되고, 성적 같은 것을 비교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마음먹지만, 이대로라면 어림없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자꾸 제가 되고자 했던 엄마의 모습과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아이 머리를 바닥에 ‘콩’ 하고 떨어뜨린 날 다시 통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상다리로 앉아있다가 아기를 떨어뜨렸는데 어찌나 당황스럽고, 자책하게 되던지요. 아이가 괜찮은 걸 알고부터는 작은 머리를 안고 “미안해, 아가야” 하며 울었습니다. 진즉 울음이 그친 아이를 안고 친정엄마에게 정말 괜찮은 게 맞는지 몇 번이고 확인합니다. 괜찮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부족합니다. 변덕스러움, 약한 모습, 작은 일에도 울고불고 야단법석인 저를 한결같이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것은 누구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통곡하느라 친정엄마가 사 온 예쁜 아기 내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느라 바쁘고, 이런 실수를 한 내가 엄마로서 괜찮은 건지 알려 하기 바빴습니다. 친정에서의 조리, 가족의 지지, 혼란스러운 감정, 갓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된 두 분의 사랑과 행복한 표정 등이 모두 담겨 있는 그 내복을, 아기가 크며 많은 것을 버리고 다시 사들이면서도 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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