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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06. 우울한 사람들의 공통점?

by BOOKCAST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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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을 심리적으로 이해하기

■ 역기능적 신념과 산후 우울
벡(Beck)의 ‘인지 이론’은 우울증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입니다. 그에 따르면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미래, 세상’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지닙니다. 첫째, 자기에 대해서 결점이 많고 부적절하며, 무가치하고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이고 현재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여깁니다. 셋째, 세상에 대해서는 세상과 타인이 자신에게 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후 우울증에서는 ‘나는 모성애가 부족하고 엄마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게으른 엄마, 자유가 제한적인 나날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생각, 다른 사람은 다 잘하는데 나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벡의 우울에 관한 설명에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는 우울한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바탕에는 ‘역기능적 신념과 인지도식’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역기능적 신념이란, 적응적이기보다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관념이나 생각을 의미하며, 주로 ‘~해야 한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라는 당위적 명제의 형태를 지닙니다. 벡과 함께 역기능적이고 비합리적인 신념에 관해 이야기한 학자로는 엘리스(Ellis)가 있습니다. 그는 합리적 사고와 비합리적 사고의 차이를 아래와 같이 구분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구분과 설명의 큰 틀은 박경애의 《인지·정서·행동치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⑴ 논리적 일치성
합리적 신념은 다음과 같은 예시처럼 논리적으로 일치합니다.
예 )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나 또한 아이를 다정하게 대하고 싶다.

두 번째 문장이 첫 번째 문장에 붙는 것이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어제 아이에게 짜증을 낸 나는 형편없는 엄마다”라고 한다면 문장 사이에 많은 논리적 생략과 왜곡이 발생합니다.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쩌다가 짜증을 냈다고 자신을 형편없는 엄마로 단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엄마는 아이를 낳고서는 행복해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를 낳고서 산후 우울에 빠졌으므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엄마다”라는 문장은 어떠신가요? 아이를 낳고서 행복해하는 게 바람직할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감정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지, 생기는 것 자체를 예방하고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한순간에 한 가지 감정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슬픔, 불안, 죄책감과 함께의, 행복, 감동, 사랑이 함께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⑵ 검증가능성
비합리적 신념은 거의 경험적 현실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즉, 이 항목은 ‘현실과의 일치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습니다. ‘형편없는 엄마’라는 것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오히려 여전히 나를 보고 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있고, 줄 수 있는 엄마가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저는 매일 같이 ‘그래, 나는 산후 우울증이야.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같이 흐르는 눈물을 부여잡고 나는 아이를 돌보고 있어. 그것이 바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야’라고 되뇌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었고, 그것만이 검증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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