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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

09. 산후우울을 사회문화적으로 이해하기

by BOOKCAST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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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엄마됨 
- 우리는 왜 엄마가 되려 하는가

엄마가 되기 전에 엄마가 되고자 하는 이유를 충분히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차니 결혼하고, 남들이 낳으니 낳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내 남은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엄마로서의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생각도 못 했습니다. 육아서적을 읽는 동안에 육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면 좋았을 텐데요. 물론, 미리 듣고 아예 출산을 단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선택이지요.

 


오나 도나스는 저서 《엄마됨을 후회함》을 통해, 충분한 고민 없이 엄마가 되기로 하는 것을 ‘수동적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지, 엄마가 되면 자신에게 어떤 결과가 올지를 생각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엄마가 된 여성은 ‘완전히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사람들은 그저 대세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여성은 엄마되기에 대해 다양한 제약을 받습니다. 우선 엄마가 되지 않은 나이가 찬 여성은 엄마되기를 암묵적으로든 직설적으로든 요구받습니다. 가임기 여성의 수를 지역별로 표시한 출산 지도가 미혼의 여성을 당연히 결혼할 여성으로 기대해 반영했다며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토록 사회는 결혼한 여성은 당연히 언젠가 엄마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속감을 느낄 수 없거나, 성숙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스스로 주변에 엄마가 된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배제된다고 여기거나, 미숙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엄마가 된 뒤에도 소속감 형성이 어려운데, 엄마가 되기 전에도 소속감 형성이 어렵다니 아이러니합니다. 이처럼 여성은 엄마가 아닐 땐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엄마일 땐 엄마라는 이유로 제약과 당위가 많습니다.

저도 가임 기간에 대한 생리학적 한계로 제때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할까 봐 불안해했습니다. 스스로 몸을 도구화한 것입니다. 도구화했다는 인식 없이 그저 엄마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 혈액순환을 위해 대추차와 생강차를 마시고, 자궁근종을 치료받고, 한 해 한 해 나이 드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아이를 왜 가져야 하고,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를 키우는 삶이 어떤 삶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말이지요. 다시 돌아간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잘 알고 선택했다면 덜 힘들고 덜 당황했을 거라는 말이 맞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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